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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왜 그런 데에 돈을 써?”…재밌으니까!

농심·빙그레·CJ제일제당이 MZ세대에게 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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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2호 김금영⁄ 2020.08.24 10:16:08

‘첵스 파맛’ 광고 영상엔 시리얼에 파 향을 담으려는 연구진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져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 = 농심켈로그 공식 블로그

① 파맛 시리얼을 먹어 볼 의향이 있다.(O)
② 지코가 입었던 스낵 모양 로고가 박힌 옷이 예쁘다고 생각한다.(O)
③ 엉망진창이 된 요리를 타인과 공유해 볼 생각이 있다.(O)
④ ‘하오’체를 쓰는 자아도취 왕자의 게시물을 보는 데에 시간을 쓴다.(O)

필자는 MZ세대다. 그리고 위의 네 가지 사항에 모두 “예스”를 외친다. 기성세대는 “왜 그런 데에 아깝게 돈과 시간을 쓰냐?”는 것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투자할 의향이 있다. 왜냐하면 저 네 가지 모두엔 흥미를 끄는 재미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 그 가치를 높이 산다.

 

농심켈로그가 부정선거 논란 16년만에 선보인 ‘첵스 파맛’ 이미지. 사진 = 농심켈로그 공식 블로그

①은 농심켈로그가 선보인 ‘첵스 파맛’으로 처음의 솔직한 반응은 “우웩”이었다. 그런데 과거 ‘첵스 초코 나라의 대통령 선거’의 역사를 알고는 오히려 흥미가 생겼다. 이런 재미는 혼자 느낀 게 아니었다. 이미 SNS, 블로그, 유튜브 등에 첵스 파맛과 관련된 리뷰가 넘치고 있었고, 나중엔 “우웩”이 아닌 “먹어볼 만 할지도”라는 생각의 변화까지 이어졌다.

②와 ④는 빙그레의 작품이다. 스낵 ‘꽃게랑’ 모양을 로고화해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했고, 빙그레 SNS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를 만들었다. 꽃게랑과 빙그레우스를 더 빛나게 만든 건 기획력이다. 천재 디자이너 고계랑, 빙그레 나라의 왕위계승자라는 다소 어처구니없어 보일 수도 있는 설정이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③ 또한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은 예쁘게 완성된 요리가 아닌, 숨은 ‘망한 요리’를 전면에 내세워보자는 기획을 내세웠다. 천편일률적인 공모 형태에서 벗어난 주제가 돋보였다.

 

SNS스타로 떠오른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캐릭터. 사진 = 빙그레 공식 SNS

 

가성비→가심비→가잼비 시대

 

CU가 마련한 ‘단군신화 상품 이벤트’는 ‘의식의 흐름대로’ 연관없어 보이는 상품을 묶은 것이 오히려 재미 요소로 작용했다. 사진 = BGF리테일

①부터 ④까지 특히 MZ세대가 열광하는 아이템이다. 그 중심엔 ‘재미’가 있다. 과거엔 잘 만든 상품의 가치 기준에서 실용성이 비중이 컸지만, 요즘엔 실용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재미가 있으면 더 잘 팔리기도 한다. 가격 대비 성능을 중요시하는 ‘가성비’ 시대에서 심리적 만족을 보다 추구하는 ‘가심비’ 시대를 넘어 재미까지 추구하는 ‘가잼비’ 성향이 강해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CU가 마련한 ‘단군신화 상품 이벤트’는 호랑이라떼, 곰표 오리지널팝콘, 쑥떡쑥떡 바, 국산 다진마늘까지 제각각 전혀 상관없는 상품으로 구성됐는데 해당 이벤트의 결제 수단인 BC페이북의 이용건수가 전월 동기 대비 28.6% 급증했고, 온라인에서 질타 대신 호평을 얻고 있다. 단군신화 속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 쑥과 마늘을 ‘의식의 흐름대로’ 묶었다는 기획 의도가 재미 요소로 먹힌 영향이다.

 

농심은 밈 열풍의 중심에 있었던 노래 ‘깡’의 당사자인 가수 비를 새우깡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사진 = 농심 새우깡 광고 화면 캡처

재미는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중요한 요소다. 당장 고개를 두리번거려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SNS 활동을 하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MZ세대는 온라인상의 비대면 소통이 익숙하고, 여기서 공유, 소통에 특히 적합한 콘텐츠의 요소가 바로 재미다. 복잡한 이해 과정 필요 없이 단시간 내 흥미를 끌어낼 수 있고, 공감 키워드도 잘 먹히기 때문.

MZ세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밈(meme, 인터넷상에 재미난 말을 적어 넣어서 다시 포스팅 한 그림이나 사진)’ 열풍의 중심에도 재미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가수 비의 ‘깡’ 챌린지다. 몇 년 전 혹평 속 사라졌던 이 곡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고 유행으로 이끈 건 해당 노래를 재미있게 재해석한 밈 열풍이었다. 앞서 언급한 ‘첵스 파맛’ 리뷰도 온라인상 넘치고 있고, 빙그레우스의 SNS에선 재미있는 게시물에 소비자들이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현상이 눈에 띈다. 즉 소비도 놀이 문화의 일종이 된 것.

 

롯데제과는 GS25와 손잡고 단무지 모양을 한 젤리를 선보였다. 사진 = 롯데제과

사람들은 저마다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 소비를 한다. 그것이 때로는 윤리적인 이유, 때로는 실용성이나 합리성을 바탕에 둔 것일 수도 있다. MZ세대는 재미를 바탕으로 한 소통에 가치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단순히 상품을 구매한 것에서 소비 활동의 끝이 아니라, 이를 온라인에 올리고 공유하며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이것이 확산되는 현상을 즐긴다. 그 예로 가수 비를 모델로 선보인 농심의 새우깡 광고가 유튜브에서 40여 일 만에 조회수 270만 건을 돌파하고, 댓글이 2300개가 넘게 달렸다. 농심 측은 “SNS에 ‘1일 1깡’, ‘식후깡’ 등 해시태그와 함께 새우깡 구매 인증 사진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사로잡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홈쇼핑은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닌 재미와 정보를 담은 모바일 쇼핑 전문관을 확대 중이고, CU는 아예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 유튜브 채널 ‘씨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롯데제과는 GS25와 손잡고 단무지 모양을 한 젤리를 선보여 신박한 비주얼로 재미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설픈 재미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지난해 말 B급 감성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 펭수가 인기를 얻자 인사혁신처가 이를 급하게 따란 펑수를 내놓아 ‘짝퉁 펭수’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재미도, 호감도도 잃으며 빠르게 기억 속에서 잊히는 결과를 낳았다. 탄탄하게 공들인 기획이 아닌, 그저 트렌드 편승에 급급한 기획은 부실한 티가 나기 마련이다. 급조된 재미가 아닌, 제대로 된 재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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