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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고미술 ②] 브랜드에 녹아든 전통미감, 이면엔 소장품 1만 점

아모레퍼시픽, 경영철학에 한국 고미술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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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3호 옥송이⁄ 2020.08.24 09:33:28

‘한국적 아름다움의 집합’. 지난달 28일부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선보이고 있는 ‘고미술 소장품 특별전’을 함축할 수 있는 말이다. 이번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소담한 백자부터 회화, 분합·유병 등의 화장 용구, 화려한 장신구와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통미감(美感)을 엿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고미술품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경영철학에 반영하고 있다.

‘달항아리’ 본뜬 사옥, 소통에 방점

서울을 캔버스로 치자면, 스케치가 시시각각 변한다. 새로운 건물이 빠른 속도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민들의 뇌리에 남는 건축물이 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새롭게 완공된 아모레퍼시픽의 본사는 용산을 대표하는 건물로 자리 잡았다. 미적, 기능적으로 우수해서다.

초고층 빌딩은 아니다. 지하 7층, 지상 22층으로 이루어진 아모레 사옥은 ‘묵직한’ 정육면체에 가깝다. 덩치 큰 외관이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사옥에 들어서면 생각이 달라진다. 흔히 볼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속이 뻥 뚫린 보이드(void) 건축물로,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진 = 아모레퍼시픽 


사무 공간과 엘리베이터는 사방 벽 쪽에 붙어 있고, 건축물의 복판은 비어 있는 식이다. 일반적인 고층 건물은 가운데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주변으로 난 창을 통해 바깥을 쳐다보게 되지만, 해당 건물은 시선이 내부를 향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5~6개 층을 비워내고 5층과 11층, 17층에 조성한 정원(중정)이 사내 소통을 효과적으로 돕는 장치로 작용한다.

홍익대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는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아모레 사옥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사옥”으로 꼽았다. 그는 “이 사옥은 적절하게 공동체 의식을 만들 수 있게 중간중간 야외 중정이 있는 보이드 공간을 도입했다”며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마당이 있는 한옥을 3차원 오피스 사옥으로 잘 재해석한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정이 내부 소통에 초점 맞춰졌다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1~3층의 아트리움 공간은 일반 사옥 빌딩과 달리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해당 공간에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비롯한 전시·문화공간이 마련됐다.

기능적으로도 우수하지만, 이 건축물의 정점은 조형미에 있다. 화려한 기교 없이 절제된 건물 디자인은 보물 제1441호로 지정된 ‘백자대호(달항아리)’에서 참고했다. 사옥을 설계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해당 백자에서 영감 받아 한국의 미를 표현했다는 것이 사 측 설명이다. 특히 달항아리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하 APMA)이 소장한 보물로, 고미술에 대한 아모레퍼시픽의 애정이 사옥에 녹아든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용산 사옥은 보물 제1441호로 지정된 ‘백자대호(달항아리)’에서 영감 받아 지어졌다. 사진은 APMA '고미술 소장품 특별전'의 전시장 일부. 사진 = 아모레퍼시픽 


APMA 관계자는 “사옥을 설계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APMA 소장 ‘달항아리’를 직접 실견했던 적이 있다”며 “신 본사 건물의 흰색 외관과 볼륨 있는 모습은 달항아리에서 착안했다. 이는 화려하진 않지만 절제된 미감과 편안한 느낌을 주는 달항아리처럼, 외부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면서도 내부에서도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고미술 소장품, 브랜드 영감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979년 태평양박물관을 시작으로, 약 40년간 한국 고미술품을 수집해왔다. 현재 APMA가 소장하고 있는 고미술품은 약 1만 점에 달한다. 소장품은 기업의 발전과 함께 해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고미술 소장품의 종류는 전통 회화, 도자기, 금속공예, 목공예, 복식, 민속품 등이 있다”며 “미술관이 처음 개관했던 1970년대에는 회사의 업(業)과 관계되는 차, 화장과 관련된 도자기, 서화류를 비롯해 여성 관련 공예품을 주로 수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는 고미술품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디테일이 뛰어난 병풍뿐만 아니라 현대미술 조각, 설치, 회화, 미디어 등으로 수집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러한 컬렉션의 방향은 한국의 전통적인 미감을 브랜드에 반영하는 데 영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설화수는 매년 '설화문화전'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진행된 '미시감각:문양의 집'. 사진 = 옥송이 기자 


아모레퍼시픽은 고미술을 비롯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브랜드에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설화수다. 설화수는 지난 2003년 전통문화 후원을 위해 발족한 ‘설화문화클럽’을 시작으로, 매년 ‘설화문화전’을 개최하고 있다. 단순한 전통문화 전시에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적인 맥락으로 재해석하면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을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내는 데 중점을 둔다.

한국 전통문화 보전 활동인 설화문화전을 확장해, 지난 2017년부터는 국내외 고객들이 제품 구매를 통해 전 세계 전통문화 보전에 참여할 수 있는 ‘BEAUTY FROM YOUR CULTURE’(이하 BFYC)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특별한 콘셉트로 제작한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수익금 일부를 한국,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여러 국가의 고유문화 유산 보전 활동에 기부하는 식이다.

올해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는 의미의 ‘Reboot M.E!’를 콘셉트로, 일러스트 작가 ‘사키(Saki, 권은진)’의 작품을 활용했다. 기존 구조를 재해석한 디자인이 특징이며, 제품 포장재에는 한국 전통 건축 문양인 단청을 재해석한 패턴을 담았다.
 

설화수의 'BEAUTY FROM YOUR CULTURE' 리미티드 에디션. 사진 =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관계자는 “2020년 BFYC 리미티드 에디션의 판매수익금 일부를 국내외 문화 후원 활동에 전달한다”며 “국내에서는 한국문화재재단을 통해 무형문화재 보존 활동에 활용하고, 싱가포르 Asian Civilization Museum과 대만 Museum of Old Taiwan Tiles에도 기부해 전통문화 복원과 보전에 기여한다. 유네스코를 통해 태국의 전통 마스크 춤 보전 활동도 후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비롯해 오설록 등 전통문화에 기반한 브랜드와 제품을 연구하기 위해 설화수 한방과학 연구센터와 녹차유산균 연구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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