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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농촌에서 인생 2모작 ‘노후’ 준비 … “연금 활용하세요”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진 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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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3호 이될순⁄ 2020.08.27 14:06:08

나라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농촌 인구 유입이 늘어나기도 한다.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에 그랬다. 대량 실직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농촌에 터를 잡아야만 해서다. 올해 코로나19라는 세계적 감염병의 유행으로 농촌 인구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 역시 크지는 않지만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의 귀농 트렌드는 다르다. 과거 경제위기엔 ‘생계형’ 귀농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적은 숫자지만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한 ‘스마트형’ 귀농 역시 추진되고 있다. 스마트형 귀농은 자본과 기술을 갖고 농촌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청장년층 위주의 귀농을 말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박진 소장)는 8월에 ‘2020 대한민국 농촌경제보고서’를 발간했다. 새로 귀농하는 사람들, 그리고 농촌에 거주중인 인구를 대상으로 편안한 노후를 위해 ‘연금 활용법’ 등을 적극 추천한 보고서다. 2025년 ‘농(農)토피아’를 설파하는 그에게 100세 시대 농촌얘기를 들어봤다.

 

박진 소장은 편안한 노후를 위해 ‘연금 활용’을 추천한다. (사진=이될순 기자)


- 먼저, 최근 귀농‧귀촌하는 은퇴자 등의 농촌 유입 추세는 어떠한가.

줄어드는 추세다. 언뜻언뜻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하는 구간이 있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다. 두 번 다 도심 지역의 실직이 많이 늘어났던 시기다. 코로나 시기에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는 확답할 수 없다.

또 은퇴자들이 농촌에 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뭔가를 해보고 싶어서 오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은퇴한 다음에 어떻게 살아야 하지? 도시에 질렸어. 돈을 덜 벌더라도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돈 벌자고 귀향‧귀촌하는 사람은 드물다.

- 귀농 인구가 적은 것은 그만큼 농촌 경제가 안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리포트는 2025 농토피아를 거론했다. 모순되는 내용 아닌가.

국가 역할에 있어 농촌이 중요한 이유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식량을 100% 해외에 의존한다고 생각해보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식량을 자원이라고 표현하고 ‘없어서는 안 될’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다. 식량 안보를 위해선 농촌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일정 수준이란 식량을 해외에 100% 의존하지 않고,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있다고 해서 귀한 대접은 못 받지만 없으면 안 되는 자원이기에 농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다.

- 농촌의 고령화 현상은 심각하다. 젊은 층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농토피아를 구현하려면 젊은 층의 귀농이 활발해야 할 텐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

도시 대신 농촌을 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농촌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이유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농촌에 머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농촌의 고령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 청년들은 농촌에서 벤처 사업을 구상한다. 이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벤처 사업을 구상하는 청년 농부들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젊은 세대는 농업에 대해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접근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농촌에서 사업을 구상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뙤약볕 아래서 씨 뿌리고 물 주는 식의 농사를 구상하지 않는다. 기계와 로봇을 이용한다. 가장 낙후된 농업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친구들이다.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꼴이라고 보면 된다.

- 이들이 의미 있다고 보는 이유는?

현재의 농민 구성을 보면 40~50%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얼마나 오래 농사를 지을지 알 수 없다. 만약, 이분들이 농업을 그만두면 작물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부분의 청년 농부들은 기업형으로 농사를 짓는다. 혼자서 몇만 평을 기계로 경영한다. 농민 숫자는 줄어들어도 자본투자가 이뤄지면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농촌에 의료 기반 시설이 부족해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다.

일본에서는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몇 년 전에 탄생했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에서 일하고 싶어해 시골에는 노인들만 남아 있다. 인구가 줄어들기에 상점, 백화점, 병원의 유지가 힘들다. 결국 이러한 기반 시설들이 철수한다. 그러면 의료 고립이 발생한다. 노인들도 나이가 더 들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므로 도심으로 들어온다. 결국 농촌에는 사람이 더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지방이 사라지는 현상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국가 역할에 있어 농촌이 중요한 이유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기 때문이다. (사진=이될순 기자)


- 이번 8월호 100세 시대 연구소 리포트는 농촌에서의 100세 시대를 다루고 있다. 현재 농촌에 사는, 그리고 추가로 농촌으로 향할 청장년층의 재무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개인연금, 국민연금을 꼭 가입하도록 추천한다. 한 달 소득이 240만 원라고 치차. 본인이 개인연금으로 30만 원씩 30년을 모으면 1억 8000만 원 정도다. 여기에 연 4% 정도의 수익률이 꾸준히 더해졌다면, 3억 6000만 원 정도를 받게 된다.

또 국민연금을 꾸준히 넣으면 현재 기준 매달 120만 원 정도씩 받게 될 것이다. 내가 연금을 30년 정도 받는다고 계산하면 총 4.5억 원 정도나 된다(120만 원 x 12달 x 30년 = 약 4.5억). 위 두 연금 금액을 합치면 8억 정도가 된다. 그 8억 원 모으기를 처음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 연금가입을 한다면, 소득의 몇 퍼센드를 연금에 붓는 게 좋은가.

30% 정도다. 선진국 사례를 보니 자산의 30% 정도를 꾸준히 쌓아가면 그렇게 빈곤에 휘말릴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번다고 치자. 월급의 15% 전·후를 세금으로 낸다. 남은 돈은 85만 원. 그 중 60%를 소비에 지출하고 나머지는 저축한다. 저축하는 규모가 30% 정도다. 이것을 꾸준히 해나가면 은퇴한 다음 이 돈을 갖고 생활할 수 있다. 통상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직장인, 농민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본인이 버는 소득의 30% 정도를 연금 금융상품에 넣는 것을 절대적으로 추천한다.

- 기왕에 농촌에 거주 중인 중‧노년층에게도 금융 조언을 한다면?

55세를 넘지 않았다면 국민연금 가입을 추천한다. 국민연금은 10년 가입을 해야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농지연금이라는 것도 있다. 농지를 담보로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 제도다. 농지연금은 만 65세 이상, 영농경력 5년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농지연금이 그래서 좋다. 그런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시골 농촌 인구는 200만~300만 정도다. 이 중 40% 정도, 즉 100만 명 정도가 고령자이고, 부부로 계산하면 50만 가구 정도로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농지연금 가입자는 1만 6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용자가 별로 없는 셈이다. 땅을 갖고 농사 지어 먹고 살면 되지만, 그럴 기력이 줄어드는 노인이 50만 명이나 되는데도 사정이 이렇다. 어떻게 해야할까. 농지연금 가입해서 매달 나오는 돈으로 먹고 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 8월 리포트의 핵심은 다시 한 번 정리한다면?

농민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낮고, 퇴직금이라는 개념은 아예 없다. 개인연금에 가입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달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인들은 개인연금에 가입하기 편하지만, 농민들은 매달 월급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가을 수확 때 혹은 봄에 목돈을 한꺼번에 벌어들인다. 그래서 매달 일정액을 납입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리포트에서는 ‘기업농 말고 일반 농사 짓는 50세 이하 농민 분들은 국민연금 가입하세요. 60세 전후 나이 든 사람들은 농지연금을 이용하시고요’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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