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4호 이동근⁄ 2020.09.18 09:06:20
LG그룹의 ‘아픈 손가락’ LG디스플레이가 주목받고 있다. LG그룹의 다른 기업들이 실적을 개선하거나 호재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들이 하반기에 LG디스플레이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변화하면서 불어오는 바람이 이 회사에는 훈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호영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을 맡은 지 1년이 된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처한 주변 상황과 갈 길을 짚어보았다.
현 시점만 보면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만 보아도 매출은 10조 313억 원으로 전년 동기(11조 2322억 원) 대비 줄었고, 영업손실도 8789억 원으로 전년 동기(5008억 원 적자) 대비 더 커졌다.
그런 LG디스플레이의 정호영 대표이사 취임이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전임인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이뤄졌던 취임이어서 그랬는지, 1주년은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1주년이 의미 없었다고 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이뤄진 체질개선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의 체질 개선은 우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부분에서 이뤄지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LCD는 고부가 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OLED에 집중하는 방향이다. 핵심과제로는 올해 1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호영 대표가 직접 밝힌 대형 OLED 대세화, POLED(Plastic 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턴어라운드, LCD 구조혁신이 꼽힌다.
이 중 현재 가장 속도를 내는 쪽은 하이엔드급(High-End, 최고급) TV 등에 사용되는 대형 OLED 분야다. 지난 7월 중국 광저우 OLED 패널 공장의 양산이 본격 시작 되면서 OLED 생산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서 원판 글래스 기준 월 6만 장 규모 생산 가능한데, 이는 기존 파주에서 생산 중인 월 7만 장 규모의 양산능력을 더하면 월 13만 장을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MMG(Multi Model Glass) 도입 효과도 두드러지고 있다. MMG는 한 장의 유리 원판에 여러 규격의 패널을 양산하는 기술로 패널 원판을 다양한 크기로 잘라내기 때문에 버리는 부분이 줄어 생산성이 높아진다.
OLED TV 패널 시장이 꾸준히 성장 중인 상황에서 이같은 생산능력은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TV용 OLED 패널은 현재 LG디스플레이가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아직은 시장이 크지 않지만, 성장성은 나쁘지 않다. 다만 경쟁사인 삼성의 QLED(Quantum dot Light-Emitting Diodes)보다는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부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참고로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올레드(OLED) TV 출하량이 337만5천 대로 전년 대비 7.8% 증가하고, QLEDTV는 지난해보다 41.8% 증가한 827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POLED도 북미 시장 모바일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시장에서 속속 실적이 나고 있으며, 특히 8~9월 애플 아이폰향 OLED 패널 출하 등은 3분기 적자 축소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LCD 구조혁신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LCD 시장은 저가형 중국산 LCD의 시장 공급으로 인해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LG디스플레이 측도 대외적으로는 LCD 패널 생산은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모바일 시장이 확대되자 LCD패널 수요가 늘어난데다, 중국기업들의 생산차질로 LCD 패널 가격이 반등했기 때문에 구조혁신은 좀 더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는 부정적인 효과는 아니기에 평가는 아직 일러 보인다.
사업적 전환과 함께 인적 혁신도 진행 중이다. 정호영 대표 취임 이후 꾸준히 진행된 근속 5년 차 이상의 기능직(생산직) 및 OLED 등 핵심기술 분야를 제외한 근속 5년차 이상 사무직 대상 희망퇴직 등 인적조정은 꾸준히 진행돼 현재 약 10%의 인력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수는 2만 6214명으로 전년 동기(2만 9103명) 대비 약 3000명 가까이 줄었다.
구조 재편은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이는 4분기부터 적자를 벗어날 것이라고 했던 올해 초까지의 평가를 앞당긴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형 TV 시장 확대 및 광저우 공장 효과 등에 대한 복합적 평가다.
금융투자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으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374억 원 적자, 4분기 803억 원 흑자전환을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유진투자증권은 3분기 340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393억 원, 미래에셋대우는 740억 원, DB금융투자는 940억 원의 흑자를 전망하는 등 최근 흑자를 전망하는 증권 업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외적 요인에 의한 시장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제 등 문제다. 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LG디스플레이 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이 9월 15일 부터 중단 됐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그간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일부 납품해왔으며, 최근 화웨이에 TV용 OLED 디스플레이도 납품을 시작한 바 있다. 다행히 화웨이에 대한 매출 비중은 크지 않은 편으로 알려졌지만,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시장에서 평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대형 LCD TV, OLED TV와 같은 하이엔드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코로나 수혜를 입고 있는 분위기”라며 “LCD패널 가격 상승은 4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에는 호기”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내년에도 흑자 기조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계절적 비수기를 넘을 수 있는 호재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