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5호 이될순⁄ 2020.10.19 11:13:33
코로나19로 전세계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야 하고, 거래 시간도 다르며, 종목 정보 파악도 쉽지 않지만 해외 주식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한국 증시가 전 세계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 남짓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해외는 더 큰물이고, 그만큼 더 큰 이익 역시 거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국내 주식만 전전한 초보자이지만, 최근 추세에 맞춰 소액이지만 해외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직접 해외 주식 투자를 해보면서 경험 그리고 주의 사항들을 계속 전해드릴 계획이다. 네 번째는 유럽 편이다.
주식매수, 유럽으로 영토확장
미국 증시에 돈이 몰리면서 주식이 고점으로 치달았다.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지난달 사상 최초로 1만 1000선을 돌파했다. 지금은 하락세지만, 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 8월 기준 연초 대비 4배가 올랐고, IT 기업 애플은 2배 이상 올랐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이 이미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한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6월 말 “미 주식시장이 더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거품이 갈수록 커지면서 증시가 지나친 고평가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증시가 고공 행진을 펼치면서 주요 주식이 고점으로 치닫자, 유럽 증시로도 시선이 몰리고 있다. 상승 여력이 일부 남아있다는 시각에서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시장별 외화증권예탁결제현황에 따르면 올해 독일 주식 매수 건수는 1만 51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76건) 대비 4.6배 정도 상승했다. 매수 금액은 한화 약 962억 6134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374억 6638만 원) 대비 61.1% 증가했다.
영국 주식 매수 건수는 59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9건) 대비 5.9배 상승했다. 매수 금액은 한화 약 449억 4533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75억 720만 원) 대비 83.3% 늘어났다.
이 같은 수치는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으로도 투자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자도 이에 동참해 유럽 주식 매수에 나섰다.
어느 회사 주식을 매입? … "친환경 투자 관련 폭스바겐으로 가자"
유럽 증시에 한국인이 투자한 금액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을까. 미국 관련 주식은 정보가 많은데, 중국이나 신흥국은 비교적 정보가 부족했다는 점을 앞선 기사에 적은 바 있다. 선진국인 유럽 관련 주식도 마찬가지다. 증권사 리포트는 물론, 유튜브에서도 유럽 주식에 대한 종목이나 정보들을 얻기 힘들었다. 매수 종목을 찾은 방법은 뉴스 기사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홈페이지에 들어가거나 전문가들의 보고서를 통해서다.
우선, 유럽엔 어떤 종목들이 있을지 생각해봤다. 독일엔 BMW, 아디다스 등이, 영국엔 금융서비스 회사 등이, 프랑스는 명품 회사가 우량주일 것 같았다. 시리즈 제목에 ‘주린이’라는 타이틀을 단 것답게 누구나 알고 있는 종목이 주로 떠올랐다.
뉴스를 통해 접한 정보는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갔다. 전통적인 기업의 주식 대신,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가치주에 대한 추천이 주를 이뤘다.
미국계 다국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유럽연합(EU)의 최대 경기부양책으로 꼽히는 ‘유럽 그린딜’ 관련 테마주 20종목을 추천했다. EU 회원국 전체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에 총 7조 유로(약 9581조 4600억 원)라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기에 유럽 에너지 기업의 수익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매수를 권고한 에너지 관련 기업은 △이탈리아 에넬(Enel) △독일 RWE △스페인 이버드로라 사(IBERDROLA SA) △포르투갈 EDP △EDP의 스페인 자회사인 EDPR △덴마크 외르스테드(Ørsted) △영국 SSE(Scottish and Southern) 등이다.
자동차·운송 분야에서는 △르노 △폭스바겐 △프랑스 알스톰(Alstom) △독일 헬라(HELLA) △벨기에 유미코아가 명단에 올랐다. 헬라와 유미코아는 전기자동차용 음극재 등의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다. 이들 모두 ‘녹색 성장’의 일환인 전기차 산업과 연관된 기업들로, 각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점이 고려됐다.
이밖에도 건설 및 인프라 분야, 재생가능 에너지 기업 등의 추천 종목이 많았다. ESG[Environment(환경)·Social(사회)·Governance(지배구조)] 투자가 이슈가 되고 있고, 친환경 정책이 활발해지는 요즘. 돈은 환경과 관련한 쪽으로 흐른다고 생각됐다.
전통주에 대한 정보를 찾은 결과, 코로나19 탓에 소비자들의 보복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를 확인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소비 욕구가 잠재돼 있을수록 럭셔리 상품에 대한 구매 욕구는 상승한다”며 럭셔리 비즈니스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최근 유럽의 격리 해제가 진행되면서 럭셔리 비즈니스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본토의 루이비통 매장 매출이 50% 이상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루이비통의 본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주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 주식은 지난 3월 18일 287.95 유로에서 현재 420 유로로 6개월 만에 31.4% 올랐다.
삼성증권 5월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에서 이미 3월 말 4월 초부터 코로나19 격리 해제에 들어간 중국에서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LVMH는 중국의 매출 턴어라운드(전환)로 올해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강한 주식에 투자를 할 것이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가치주에 투자를 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고심한 결과 돈의 흐름이 향하는 가치주, 독일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유럽 주식거래 제한적 … 국내 증권사 4곳만 가능
투자 종목을 결정했으니 주식을 매수할 차례다. 일부 유럽 국가에 대해 온라인 주식 거래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로 총 4곳이었다. ‘서학개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외 주식 투자 붐이 일고 있지만, 국내에서 유럽 주식에 대한 거래는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온라인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소수수료는 없고 0.3%의 거래수수료를 부과한다.
키움증권은 영국과 독일 주식의 온라인 거래를 서비스한다. 최소수수료는 독일의 경우 10유로, 영국은 10파운드이며 거래수수료는 각각 0.24%다. NH투자증권을 통해서도 영국과 독일의 주식 거래가 가능하고, 최소수수료도 키움증권과 동일하다. 하지만 거래수수료는 0.25%다.
미래에셋대우도 영국과 독일 주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최소수수료는 영국 25파운드, 독일 30유로로 증권사 4곳 중 가장 비싸다. 거래수수료 역시 0.3%로 타 증권사에 비해 가장 비싸다.
독일 주식시장은 한국 시간으로 16시에 개장해 다음날 0시 30분에 장을 마감한다. 한국인의 퇴근 시간 즈음이 유럽 증시가 가장 빠르게 돌아가는 시간대인 셈이다.
최소수수료가 없는 삼성증권에서 폭스바겐 사의 주식 한 주를 구매했다. 이 주식은 한 주에 149.600유로로, 한화 약 22만 원 정도다. 매매 체결은 3일 뒤 이뤄진다. 비록 한 주를 샀지만, 올해 말까지 지켜볼 생각이기에 폭스바겐이 추진하는 사업이나 성과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 같다.
증권사별로 ‘수수료 체크’ 필수
환전수수료와 거래수수료, 최소수수료를 눈여겨봐야 한다. 증권사별로 제공하는 수수료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10만 원짜리 독일 주식을 삼성증권에서 매수한다면 거래수수료는 약 300원(10만 원의 0.3%)이다. 최소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를 이용하게 되면 약 4만 1612원(거래수수료 300원 + 최소수수료 30유로(18일 기준 한화 4만 1312원)을 지불해야 한다.
환전수수료는 별도다. 대부분 증권사에서 회사별 매매 기준 환율의 약 1%를 기본적인 환전수수료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주식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수수료를 낮춰주거나 거래금액에 따라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