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8호 옥송이⁄ 2020.11.18 09:33:48
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지난 8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정보 활용의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해 사용하는 ‘가명 정보’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으로, ‘마이데이터(Mydata. 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가능해진 근거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초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업계에서 해당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금융권은 데이터 기반 금융업으로 승기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금융권의 데이터 관련 움직임을 살펴본다. 3편은 농협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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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가 돈 된다
데이터가 곧 돈이 된다. 전자상거래로 잘 알려진 미국의 아마존은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합 IT기업이 됐다. 자회사 AWS(아마존웹서비스)를 통해, 그간 쌓아온 IT자원으로 개발한 인프라를 판매하면서다. 어쩌면, 국내에서 아마존을 능가하는 종합서비스 기업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정부 차원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모아서 한눈에 보여주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마이데이터를 이용하면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만기를 앞둔 리스, 대출 등의 상품을 대체할만한 최적의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식이다. 즉,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는 기업은 금융정보를 비롯해 비금융 분야까지 손에 쥐게 된다.
이 때문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 은행·카드 업계는 물론 핀테크 등 다양한 기업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신청’ 접수 결과, 35개 기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8월 예비허가를 위한 사전신청 당시 63개 업체가 신청했으나, 금융당국이 기존에 마이데이터 사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업 40여 곳에 예비허가 신청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다.
정부는 개인이 주도적으로 데이터를 유통·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의 실증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 6월에는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과제’를 선정하고, 컨소시엄을 선정하기도 했다. 해당 실증서비스 과제는 의료·금융·공공 등 6개 분야로, 금융 분야에서는 NH농협은행이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컨소시엄 선정, 소비자 주도적 금융플랫폼이 목표
그렇다면 그동안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돼 왔을까? 중앙 집중식이었다. 중계 서버를 거쳐 데이터 저장소로 한데 모은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 후 분석한다. 저장소에 데이터가 집중돼 보안은 물론 개인 프라이버시에서 위험이 뒤따랐다. 기업 입장에서도 데이터 관리 부담과 쉽지 않은 고객 타게팅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NH농협은행 컨소시움은 해당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온 디바이스(On-Device) 기술을 활용해 중계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 기기 자체에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단말에 개인 데이터가 저장돼 보안과 개인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고, 사용자가 데이터를 직접 관리해 기업의 부담도 줄어든다.
농협은행 컨소시움은 분산된 데이터를 개인 단말을 중심으로 통합, 관리, 활용할 수 있는 온 디바이스 기반 마이데이터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자산화에 가까워졌다는 것이 사 측의 설명이다.
농협 측은 “해당 사업의 추진 목표는 개인이 직접 개인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정보 주체 권리 보장’과 ‘디지털 자산화’를 비롯해 단말 내 데이터를 저장함으로써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돕고, ‘금융 비금융 데이터 결합’ 네 가지”라고 설명했다.
전담부서 개설 … 데이터 활용 서비스 준비 박차
농협은행은 개발 중인 마이데이터 결합 플랫폼에 적용할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금융 생활 지원, 내 차 관리, 정부지원금 추천 등 총 세 가지다.
‘내 금융 생활 지원서비스’는 유사집단과 자산·부채를 비교하고 금융 거래 분석보고서를 제공한다. ‘내차 관리 서비스’는 차량 관련 데이터와 연계해 관련 상품을 마케팅한다. ‘정부지원금 추천서비스’는 공공데이터와 연계해 고객 맞춤형 정부지원금을 추천하는 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정부 및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수천 종의 지원금이 존재하지만 정작 수급 자격을 갖춘 사람들은 바쁜 일상으로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지원금 추천 서비스를 통해 수급 자격 및 절차를 안내받고 간편히 지원금을 수급할 수 있다면 금융소비자 편익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차 관리 서비스 또한 놓치고 있던 미납과태료나 범칙금을 제때 자동 납부해 연체료 등 패널티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객 편익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 15개 부서로 구성된 대응체계 ‘마이데이터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 본부부서는 올해 5월 설치한 ‘IT마이데이터추진팀’과 7월 신설한 ‘데이터 사업부’ 두 개다.
농업특화 데이터 거래소 구축 … “농업데이터의 경제 활성화”
마이데이터 기반 조성을 위해 농협은행이 중장기적으로 공들이고 있는 건 ‘농업특화 데이터 거래소’ 구축이다.
해당 거래소는 농협의 데이터와 농업·농촌의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농업데이터 활성화와 더불어 영농지원 강화가 목적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금융 분야의 데이터거래소는 존재하지만, 농업·농촌 분야 데이터 유통시장은 없다”며 “농협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농업·농촌·금융을 연결하는 데이터거래소는 농업인이나 농기업, 대학·연구소 등 데이터 수요자에게 제공해 농업 발전 및 농업인 이익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범 농협 및 관련 기관, 연구소 등과 협업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데이터는 연도별 기온·토질·비료구매 등 정보 분석을 통한 특정 농작물 수확량 및 가격예측과 농산물 수급조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작황·토양·농가소득 정보 및 농지 시세 등을 활용한 농업인·농업법인 전용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하고, 농업인을 위한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