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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E-GMP ①] 현대차, 18분만에 80% 충전 등 앞서나갈 플랫폼 공개

현대차 ‘모듈형 통합 플랫폼’이 곧 펼쳐질 3세대 전기차 경쟁에서 유리한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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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9호 윤지원⁄ 2020.12.07 15:42:45

현대자동차그룹은 12월 2일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열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공개했다.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현대자동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현대차그룹은 12월 2일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열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다.

E-GMP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차체 구조와 섀시 및 고속화 모터, 고밀도 배터리셀 등을 적용하여 고성능, 고속 충전, 500km 이상의 항속거리 등 차세대 전기차를 실현하는 전용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E-GMP는 초고속 충전 시스템으로 18분만에 배터리 총 용량의 80% 충전이 가능하고, 1회 완충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정지 상태에서 가속하여 시속 100km 속도에 도달하는 데 3.5초밖에 걸리지 않고, 최고 속도는 시속 260km 구현이 가능하다.

또 모듈화, 표준화를 통해 차급 및 주행거리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제품 개발이 비교적 쉽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기아자동차의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등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로 E-GMP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계획하고 있는 전기차는 2025년까지 계획된 전동화 모델 44종 중 전용 전기차 11종을 포함해 23종으로 가장 비중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이들을 글로벌 시장에 연간 100만 대를 판매해 명실상부한 전기차 글로벌 최선두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 3세대 플랫폼.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E-GMP 앞에 I-GMP 있었다

E-GMP가 전기차 시대 현대차그룹의 성공을 예견한다면, 그 근거는 I-GMP의 성공에서 찾아볼 수 있다.

I-GMP(Innovative – Global Modular Platform)는 현대자동차의 3세대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말 출시한 현대자동차의 8세대 신형 쏘나타를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풀체인지 모델들을 중심으로 3세대 플랫폼을 새로 적용했다.

현대차그룹 3세대 플랫폼은 저상화와 경량화, 안전성 강화는 물론 패키징 효율 증대로 거주성까지 확보했다, 특히 3세대 플랫폼은 차종에 따른 설계 자유도가 높은 모듈형 플랫폼으로, 세단뿐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도 확대 적용 가능한 ‘통합 플랫폼’이다.

이런 3세대 플랫폼의 특징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많은 신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신형 쏘나타 외에도 7세대 올 뉴 아반떼, 3세대 신형 K5(기아차) 등이 3세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출시됐다. 또 4세대 신형 쏘렌토와 4세대 신형 투싼 등 SUV 풀체인지 모델에도 적용됐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연말 출시된 제네시스 G80에도 후륜 기반으로 설계된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됐고, 이 플랫폼은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에도 공유됐다.

특히 지난 6월 출시된 ‘더 뉴 싼타페’는 2018년에 나온 4세대 싼타페의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되면서 풀체인지급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된 현대차그룹 차량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쏘나타, K5, 쏘렌토, 아반떼.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통합 플랫폼’, 원가절감 극대화 효과

플랫폼은 재료비, 인건비, 개발비 등 대부분의 비용 항목에 영향을 끼치므로 자동차의 원가와 직결된다. 다시 말해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면 부품을 표준화, 공용화할 수 있어 재료비가 줄고, 생산 효율성이 증가하여 인건비가 줄어들며, 개발이 수월해지므로 개발비를 줄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통합 플랫폼인 I-GMP를 통해 위에 언급한 다양한 신차들에 쓰인 대부분의 부품의 표준화, 공용화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결과는 원가 절감, 조립 품질 향상, 상품성 증가, 수익률 증가 등의 열매로 나타났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세계 경기 악화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거두었다. 현대차는 처음으로 매출액 100조 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2% 증가한 3조 6847억 원을 기록했다. 기아차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7.3% 증가한 57조 1460억 원, 영업이익은 73.6% 증가한 2조 97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적이 저조했다. 현대자동차는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6% 감소했다.

하지만 타격을 입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현대차그룹이 가장 좋은 실적 지표를 나타냈다. 폭스바겐, 다임러, 포드, GM 등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상반기 수조 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진 반면 내수 시장에서는 4세대 쏘렌토, 제네시스 GV80 등 신규 플랫폼이 적용된 여러 신차들이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토요타의 통합 플랫폼인 TNGA(위)와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된 모델들. (사진 = 토요타)


글로벌 양산차 그룹, 플랫폼 통합에 집중

현대차그룹이 원가경쟁력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통합 플랫폼 연구에 돌입한 것은 2008년부터다. 2009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에서 자동차 생산에 사용된 플랫폼은 총 18개나 됐다. 그러나 2011년 그 개수는 11개로 대폭 줄었고, 2015년에는 한 자릿수인 6개로 플랫폼 모듈이 단순화됐다.

그리고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3세대 플랫폼을 통합 적용, 플랫폼 개수를 3개+α로 줄였다. 세단과 SUV 구별 없이 소형, 중형, 대형의 3종으로 구분해 통일하고, 제네시스 등 고급차에 해당하는 후륜 플랫폼과 신흥국 공략을 위한 경차 플랫폼은 니치마켓 플랫폼으로 별도 분류된다.

이 같은 플랫폼 통합은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수년 전부터 시도해온 전략이다.

폭스바겐은 2012년 MQB(Modularer Quer Baukasten, Modular Transverse Toolkit)라는 단일 플랫폼을 통해 24개 모델을 생산했고, 토요타는 2016년부터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를 적용하여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적용 차종을 지속적으로 확산해 왔다. 또 GM은 2013년부터 시작한 ‘VSS’(Vehicle Strategy Set)의 일환으로 플랫폼 개수를 축소하고 있다. 2025년까지 4개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모든 차량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통합의 효과는 생산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량 리콜이라는 위험이 존재하기는 해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회사에서 원가 절감 효과의 유리한 점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통합 플랫폼 전략은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1, 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그룹, 토요타 등을 포함해 연산 500만 대 이상의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대형 자동차 업체들 위주로 발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의 현대차그룹처럼 업체의 신차 싸이클이 도래할 때 통합 플랫폼 전략은 더욱 빛을 발한다. 개발비 절감은 물론 부품 표준화 및 공용화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ID.3(위)와 루시드모터스 루시드 에어. (사진 = 각 사)


차세대 전기차 시장, 빠른 변화 대응이 관건

2020년 12월, 현대차그룹의 E-GMP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통합 플랫폼’의 뚜렷한 장점과 특징들 때문이며, 전동화 시대를 맞이하는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략 가운데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차세대(3세대) 전기차 시장 경쟁이 2021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3세대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업은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가 퇴출되고 전기차 위주의 친환경차 시장으로 재편되는 2020년대 중반 이후의 패권을 쥐게 될 것으로 여겨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전 세계 77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누적 판매량 기준 현대차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40.7% 증가한 1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4위에 올랐다. 시장 점유율은 7.2%로 전년 동기 대비 1.5%P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의 판매를 이끈 주요 모델은 기아 니로 EV와 현대 코나 EV 등이다.

1위는 테슬라였으며, 테슬라 1위를 이끈 모델은 모델3이며 특히 중국산 모델3가 올해 들어 8만 대 넘게 추가됐다. 2위는 폭스바겐그룹으로 아우디 E-트론 EV와 폭스바겐 파사트 GTE, e-Up!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85%나 성장했다. 르노·닛산·미쓰비시를 3위에 올린 대표 모델은 르노 ZOE다.

올해 3분기까지 1~4위 업체들의 대표 모델은 모두 2세대 전기차들이다. 완충 후 주행거리는 300km~400km 정도이고 급속충전으로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린다. 1세대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성능이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없고, 충전 시간에도 부담이 있다.
 

테슬라 모델Y. (사진 = 테슬라)
기아자동차가 오는 2027년까지 출시할 전용 전기차 7개 모델의 스케치 이미지. (사진 = 기아자동차)


그런데 내년부터는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급속충전 속도도 획기적으로 빨라지는 3세대 전기차들이 시장에서 경쟁할 예정이다.

테슬라가 올해 생산하는 ‘모델Y’의 주행거리는 약 506km이며, ‘테슬라 대항마’로 통하는 루시드 모터스는 내년 선보일 첫 양산차 ‘루시드 에어’의 주행거리가 800km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ID.3와 ID.4도 400km 중반~500km대 초반의 항속거리를 내세운다.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으로 나올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차 CV(프로젝트명) 등도 500km 이상 주행거리를 내세우며 출시된다.

전기차의 대중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며, 내연기관 자동차와 2세대 전기차의 자리는 더 많은 3세대 전기차 신모델들이 대체해 나갈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더 나은 성능을 가진 새로운 모델들을 더 빨리, 다양하게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어떤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전용의 통합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변수이며, 현재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통된 전동화 전략이 통합 플랫폼이라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통합 플랫폼 MEB. (사진 = 폭스바겐)
토요타가 e-TNGA 기반으로 출시 예고한 신규 전기차 라인업 6종. (사진 = 토요타)


전기차용 통합 플랫폼 경쟁에서 앞설 것

폭스바겐은 전기차 대중화 선도를 위한 ‘일렉트릭 포 올’(Electric for all)이라는 전동화 전략을 2018년 발표했는데, 이 전략의 핵심이 바로 전기차 전용의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 플랫폼이다. 이름의 유사성에서 알 수 있듯 기존의 모듈형 플랫폼인 MQB의 전동화 버전이고, 폭스바겐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인 ID시리즈에 적용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까지 산하 4개 브랜드에서 MEB 기반의 새 모델 27종을 내놓을 계획이며, 특히 모듈형 플랫폼의 높은 활용성과 생산효율성을 고려하면 연간 1천만 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도 가능할 전망이다.

GM은 지난 3월, 자체 개발한 ‘얼티움 배터리’와 이 배터리를 사용하는 새로운 모듈식 플랫폼을 공개하고, GM 산하 모든 브랜드에서 새로 출시하는 전기차 모델들에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출시 모델은 크루즈 오리진, 두 번째 출시 모델은 캐딜락의 SUV인 리릭(Lyriq)이 될 것으로 예고됐다.

또 2009년 설립된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은 지능형 배터리 관리 시스템, 모터, 서스펜션, 열 시스템 등이 통합된 스케이트보드형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전기 픽업트럭과 전기 SUV를 개발했다.

포드는 리비안에 5억 달러를 투자하며 이 플랫폼을 이용한 링컨 브랜드의 SUV 전기차를 2022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마존도 리비안에 7억 달러를 투자하고, 2024년까지 이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 밴 10만 대 생산을 주문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리비안의 플랫폼이 다양한 전기차 개발을 위한 범용 규격이 될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파예즈 압둘 라만 현대차그룹 차량 아키텍처개발센터장(전무)이 E-GMP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E-GMP 플랫폼 레이아웃의 예. E-GMP는 가변적인 전폭, 오버행, 휠베이스 구성으로 다양한 차급에 대응한다.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E-GMP와 MEB 등 현재 공개된 각 사의 전기차용 통합 플랫폼들은 모듈형이라는 특징과 급속충전 시스템 등 뚜렷한 공통점들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급속충전 속도와 같은 세부 사양을 보면 현대차그룹의 E-GMP가 여러 면에서 경쟁사들의 통합 플랫폼보다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E-GMP는 모터, 인버터, 가속기 등을 포함하는 컴팩트한 PE(Power Electric) 시스템,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별도 부품 없이 800V 승압 및 안정적인 충전 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 등 세계 최초로 적용되는 신기술들이 돋보인다.

특히, 전기차의 성능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가 배터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같은 세계 최고 레벨의 배터리 메이커들이 우리나라 기업이라는 사실은 전 세계 어떤 자동차 업체도 넘볼 수 없는 현대차그룹만의 뛰어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연구개발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이 앞서 선보였던 전기차들은 뛰어난 효율로 고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기존의 우수한 효율성에 더해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차급까지 그 기술 리더십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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