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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E-GMP ②] 2021 '아이오닉5' 맞수는 테슬라 모델Y 또는 폭스바겐 ID 3-4?

'전기차 대중화 원년' 만들 획기적 모델들, 줄줄이 출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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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1호 윤지원⁄ 2020.12.18 10:21:15

현대차 '아이오닉5' 디자인의 기반이 된 45콘셉트카가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전시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2월 2일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통해 공개된 E-GMP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차체 구조와 섀시 및 고속화 모터, 고밀도 배터리셀 등을 적용하여 고성능, 고속 충전, 500km 이상의 항속거리 등 차세대 전기차를 실현하는 전용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내년 출시될 현대차의 준중형 CUV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기아차 'CV’(프로젝트명) 등에 해당 신규 플랫폼을 적용할 계획이다.

E-GMP가 적용되는 첫 전기차 ‘아이오닉 5’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모델이자, 현대차그룹이 3세대 전기차 시장에 처음 출시하는 모델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아이오닉 5의 등장을 기점으로 글로벌 3세대 전기차들의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에 전시된 E-GMP. (사진 = 윤지원 기자)


1세대 겨우 대전까지? 3세대, 부산도 거뜬

3세대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최대 거리(항속거리)와 충전 속도 등의 기준으로 이전 세대 전기차들과 구분된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2016년 출시), 기아차의 ‘쏘울EV’(2017), 르노삼성차의 ‘SM3 ZE’(2017) 같은 1세대 전기차는 항속거리가 100마일(약 161km) 전후로, 서울에서 대전 정도만 편도 운행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항속거리는 2세대 전기차로 넘어오면서 2배인 200마일(약 322km) 전후로 늘었다. 테슬라 ‘모델3’가 항속거리 350km를 내세우며 2세대 전기차 시대를 열었고, 전기차의 실용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유럽에서는 르노의 소형전기차 ‘조에’(ZOE)가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코나 일렉트릭’과 ‘쏘울 부스터 EV’, ‘니로 EV’ 등을 앞세워 올해 5만 8천여 대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르노닛산자동차그룹에 이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3위에 등극했다.

올해부터는 3세대 전기차들이 300마일(약 483km) 전후의 항속거리를 내세우며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중에 충전하지 않고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이다. 그뿐 아니라 충전 시스템도 대폭 개선되어 5분 충전만으로도 대략 100km를 주행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내연기관과 비교해 단점으로 지적되던 항속거리와 충전 시간의 한계가 획기적으로 극복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노르웨이, 영국 등등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들이 예고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 시기는 더욱 가까이 다가왔으니, 2021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일. 치열한 경쟁 속에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려는 3세대 전기차 모델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아이오닉5 디자인 티저' 영상에서 현대자동차 내장디자인실장 하학수 상무(오른쪽)가 VR(가상현실) 장비 등을 이용해 가상 공간에서 45 콘셉트카를 디자인하고 있다.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3세대 전기차 주요 모델 비교

I. 현대자동차 - 아이오닉 5 “공간이 다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월 ‘아이오닉’으로 명명한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공개하고 2024년까지 3종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이오닉 5’는 그 첫 출시 모델이 될 예정이다.

아이오닉 5는 현대차가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45 콘셉트’를 모티브로 제작하는 준중형 CUV이다. 45는 현대차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 쿠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래 전기차 콘셉트카다.

현대차에 따르면 E-GMP 기반의 아이오닉 5의 항속거리는 국내 기준 500km 이상이며, 800V 충전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 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항속거리의 국내 기준이 미국(EPA)이나 유럽연합(WLTP)에 비해 보수적인 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완충 상태에서 실제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주행 조건에 따라 600km 전후로 나타날 수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아이오닉 5’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실내공간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다. E-GMP는 내연기관 플랫폼과 달리 바닥을 편평하게 만들 수 있고, 연료탱크 등이 차지했던 공간도 줄어든다. 오버행(차량 끝에서 바퀴 축까지의 거리)은 짧아지고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는 길어지며, 콕핏(운전석 대시보드 부품 모듈)은 슬림해진다. 따라서 동일 차급의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훨씬 넓어진 실내공간의 활용성이 혁신적으로 높아진다.
 

아이오닉5(45 콘셉트)의 실내.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차와 LG전자가 협업하여 제작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최근 공개한 ‘아이오닉5 디자인 티저’ 영상에서는 현대자동차 내장디자인실장 하학수 상무를 중심으로 아이오닉5의 전신인 45 콘셉트가 디자인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하 상무는 아이오닉5의 실내공간에 대해 “더 넓어진 공간과 더 평평해진 바닥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미래의 현대자동차는 개인 맞춤화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구성하는 자신만의 공간이 될 것”이라며 “혁신적인 플랫폼을 통해 이동 중인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수평에 가깝게 젖힐 수 있는 좌석은 ‘무중력’ 자세 환경을 제공할 것이고, 좌석의 배치는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아이오닉 5’의 혁신적인 공간의 실체에 대한 힌트는 현대차가 지난 9월 공개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에서도 얻을 수 있다. LG전자와 공동 제작한 이 콘셉트 캐빈은 차량 내에 ▲커피머신 ▲의류케어기 ▲슈즈케어기 등 일상 가전제품을 포함하고,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고객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차량 내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개인화 된 디지털 공간, 움직이는 사무실, 편안한 휴식 공간 등 개인 맞춤형 공간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편, 현대차 아이오닉 브랜드는 2022년 ‘아이오닉 6’, 2024년 ‘아이오닉 7’을 연이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오닉 6는 지난 3월 온라인으로 공개된 콘셉트카 ‘프로페시’ 기반의 중형 세단이며, 아이오닉 7은 대형 SUV로 나올 예정이다.
 

테슬라 모델Y. (사진 = 테슬라)


II. 테슬라 - 모델Y, 모델3 ‘넘사벽’ 자율주행 기술력

모델3로 글로벌 전기차 최강자에 등극한 테슬라는 지난 3월 중형 SUV ‘모델Y’를 미국 출시했다. 모델Y는 롱 레인지 트림의 경우 항속거리 540km(WLTP 기준)로 공개됐다. 긴 항속거리는 테슬라의 뛰어난 배터리 기술력을 보여주는데,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Y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어서 한국에서 더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모델Y는 부품의 70%가량을 모델3와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20년 10월 기준 모델3 롱 레인지 트림의 항속거리는 568km(EPA 기준)로 업그레이드 됐다.

테슬라는 올해 3분기 모델3와 모델Y를 전 세계에서 12만 4100대나 판매하며 역대 분기 전기차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모델3는 전체 모델 가운데 판매량 5위애 해당했고, 지난 9월 한국에서 모델3는 벤츠 E클래스 다음으로 많이 팔린 수입차로 기록됐다.

3세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항속거리나 충전시간 외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으니, 바로 ‘완전자율주행’(FSD)이라고 이름 붙인 자율주행 기술이다.

테슬라는 지난 10월,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FSD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테슬라는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고, 네비게이션 경로에 따라 이동할 분기점을 선택하며, 좌회전과 우회전을 한다”고 소개했다.

테슬라의 FSD 기술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의 분류상 레벨2 수준에 해당한다. 신호등과 정지 신호, 제한 속도를 인지하고 회전 로터리에 진입하거나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운전자의 감시와 통제가 항상 필요하다는 점에서 레벨3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 수준은 타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이 수집된 주행 데이터와 슈퍼컴퓨터 ‘도조’(Dojo)의 인식, 판단, 제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구상 그 어떤 기업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구글 계열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 웨이모가 주행 관련 데이터를 2000만 마일을 수집하고 있는 것에 비해 테슬라의 누적 주행거리 데이터는 무려 51억 마일에 달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폭스바겐 ID.3. (사진 = 폭스바겐)


III. 폭스바겐 - ID.3, ID.4 “고성능 스포츠카 아냐”

세계 최대 규모의 양산차 기업 중 하나인 폭스바겐은 지난 2018년 ‘일렉트릭 포 올’(Electric for all)이라는 전동화 전략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전용의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 플랫폼을 공개했다. E-GMP과 마찬가지의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가운데 가장 먼저 상용화된 플랫폼이다.

폭스바겐은 MEB 플랫폼 기반으로 전기차 전용 브랜드 ID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먼저 지난 9월 유럽에서 기존 e-골프를 대체하는 준중형 해치백 ID.3를 출시했는데, 노르웨이에서 ID.3는 테슬라를 넘어서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항속거리는 최고 트림의 경우 550km(WTLP 기준)이다.

MEB 플랫폼 기반 ID 시리즈의 두 번째 모델은 준중형 SUV인 ID.4이다. ID.4 프로의 배터리 용량은 ID.3와 비슷하며, 항속거리 역시 기본 트림에서 522km이다.

ID 시리즈의 첫 두 모델은 테슬라의 모델3, 모델Y에 비해 낮은 토크(힘)로 최고 속도는 160km/h에 불과하고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8초대로 별로 빠르지 않다. 대신 아담한 준중형 모델로 유럽시장에서 선호도가 높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3세대 전기차 대중화를 앞장서서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오른쪽부터 아이오닉5, 아이오닉7, 아이오닉6. (사진 = 현대자동차)


전기차 ‘봇물’, 테슬라보다 신차 아이오닉 기대

전기차 시장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F)’는 지난 5월에 발행한 ‘전기차 전망 2020(Electric Vehicle Outlook 2020)’에서 전 세계 신규 승용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2040년에는 5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의 전기차 시장은 내연기관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았고, 역사도 오래지 않아 성숙한 시장은 아니었다. 대신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던 시장이다. 자동차 제조 경험이 전무하던 테슬라가 조립 품질에 대한 계속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승자의 자리를 꿰찬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이제 전통의 완성차 제조사들이 각자의 전기차 전략을 들고 본 무대에 들어서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이제 단순히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추려는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2030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차는 멸종의 길을 걷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폭스바겐, 토요타, GM 등 경험 많은 양산차 기업들이 수년간 갈고 닦은 칼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전기차 분야에서 눈에 띄는 큰 행보를 보이지 않던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도 최근 전기차 전용 모듈형 플랫폼 개발 계획을 언급하는 등 이젠 뚜렷이 달라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과거 ‘기름 먹는 하마’로 유명하던 GMC 허머(Hummer)마저 친환경 전기 트럭으로 부활할 예정이다.

이처럼 2021년 전기차 시장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선수 전원이 나서서 진검 승부를 펼치기 시작한다, 테슬라건, 현대차건 같은 조건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면, 어느덧 도로에 흔해진 모델3보다 아직 실체를 접하지 못한 아이오닉의 신차에 더 큰 호기심과 기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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