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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위한 M&A ①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에서 ‘제2의 하만’ 찾는 중?

116조 현금 들고도 신중 모드인 까닭은 ... 반도체 새 M&A에 관심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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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5호 윤지원⁄ 2021.03.08 09:13:36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그룹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기술 발전의 빠른 속도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기업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고민한다. 연구개발, 파트너십 등등 다양한 경영 활동 가운데 인수합병(M&A)은 기업이 신(新)사업에 뛰어드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인 동시에 막대한 비용과 위험 부담을 수반하는 어려운 투자이기도 하다. 문화경제는 국내 대기업들의 최근 M&A 성과와 전략,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의 변화 및 신사업 성과 등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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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위)과 사바리 CI. (사진 = 각 사)


하만, 美 자율주행 스타트업 인수

3월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 자회사인 ‘하만’(Harman)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사바리’(Savari)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곧 자동차 시장의 주력 분야로 성장행 할 자율주행 등 차량 인프라 솔루션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사바리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차량-사물 간 통신(V2X, Vehicle to Everything) 솔루션을 개발해 완성차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에 공급하는 스타트업이다. 2011년 설립됐으며, 2019년 1월 열린 CES 2019에서 실시간 교통 정보를 자동차의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전달하는 V2X 센서 솔루션을 소개해 주목받은 바 있다.

규모 면에서 세계 3대 V2X 스타트업이라면 사바리와 함께 이스라엘의 오토톡스(Autotalks), 호주의 코다 와이어리스(Cohda Wireless) 등이 꼽히는데, 오토톡스는 지난 2018년 현대자동차와, 코다 와이어리스는 지난 2019년 네덜란드의 자동차 반도체 기업 NXP반도체 및 폭스바겐과 자율주행차 관련 협업을 맺은 바 있다.

크리스티앙 소봇카 하만 자동차부문 사장은 "센서 기술은 첨단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의 미래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이라며 "커넥티드카, 스마트시티 등은 모두 센서, 5G, 엣지컴퓨팅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스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바리의 MEC(멀티 엑세스 엣지 컴퓨팅) 기술은 5G 및 V2X 기반으로 한 개방형 플랫폼 구축을 지속하고, 전 세계 고객사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바리 인수는 비공개로 진행되어 인수 금액 규모가 알려지지 않았다. 사바리의 누적 투자 유치 규모가 2000만 달러(한화 약 225억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합병의 규모를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난 1월, 막대한 보유 재원을 적극 활용해 전략적 시설투자 확대와 M&A를 추진할 계획임을 공표한 바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 중인 전장사업 부문에서 실현된 올해 첫 M&A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추가 M&A를, 그것도 더욱 주목할만한 규모의 빅딜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 = 연합뉴스)


현금 116조 원 들고 '쇼핑 진출' 선언

삼성전자의 M&A 예고는 지난 1월 28일 열린 2020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나왔다. 당시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 사장은 “기존산업에서 시장 주도적 입지를 확고히 하고 신규산업에서도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며 “보유하고 있는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 시설투자 확대와 M&A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신중히 검토해왔으며,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주주환원 정책기간(2021년~2023년) 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국내 재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 발언에 주목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먼저,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2월 미국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을 80억 달러(한화 약 9조 원)에 인수한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M&A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밝혔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삼성전자의 ‘보유 재원’이 무려 현금 116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만 인수 당시 인수금액은 그때까지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 금액 규모 중 최고 액수를 기록했었는데, 지금은 당시의 하만을 13개 인수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큰손으로서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 개발하여 올해 CES 2021에서 선보인 디지털 콕핏. (사진 = 삼성전자)


하만 인수 ‘빅딜’ 이후 4년 침묵 “왜?”

삼성전자는 왜 하만 인수 이후 4년 넘게 새로운 빅딜을 추진하지 않았을까? 하만 M&A를 통한 성과와 리스크 사이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던 것일까?

기업은 기존에 영위하는 사업 분야가 아닌 신사업 분야에 뛰어들기 위한 적극적인 수단으로 M&A를 시도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공개한 '2020년 기업결합 심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결합은 모두 865건이었으며 기업결합 금액은 총 210조 2000억 원이었다. 금액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238조 2000억 원(53.1%)이나 감소했지만, 결합 건수 자체는 전년 대비 99건(12.9%) 늘었다.

지난해 기업결합은 유사·인접 분야끼리의 결합인 수평결합(28.1%)·수직결합(6.1%)보다 사업 관련성이 없는 업종과의 결합인 혼합결합(65.8%)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 집단그룹)’이 주도한 기업결합이 모두 213건으로 2019년보다 건수가 47건 늘었으며, 그룹 내 계열사간 결합은 전년(69건) 대비 2건 증가한 71건에 불과했으나, 비계열사와의 기업결합 건수(142건)는 2019년과 비교해 45건 증가했다.

덩치가 큰 대기업은 변화무쌍한 경영 환경에서 민첩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회사 및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기업의 기술기업에 대한 M&A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해당 기업이 보유한 최신 기술과 시설, 고객 및 시장점유율과 평판까지 한꺼번에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 부문인 반도체 업계에서는 ‘엔비디아’(Nvidia)가 2020년 ‘ARM’을, ‘AMD’가 2020년 ‘자일링스’(Xilinx)를, ‘퀄컴’(Qualcomm)이 최근 ‘누비아’(Nuvia)를 인수하는 등 M&A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장사업 부문에서도 국내 라이벌인 LG전자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1년 뒤인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했다. ZKW는 최근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문량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추정으로는 10조 원 이상의 규모다.

삼성전자도 하만을 전격 인수하면서 후발주자였던 전장부품 시장에서 단숨에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하만이 차량용 오디오 시장 1위, 커넥티드카 시장 2위에 오른 선두업체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사진 = 삼성전자)


M&A, ‘만병통치약’ 아냐

반면, M&A에는 큰 위험과 부담도 따른다. 돈만 있다면 기업은 원하는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지만, 그 진행 과정에서, 또는 M&A 성사 이후에 다양한 위험요인과 불확실성 등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우선, M&A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팔리고자 하는’ 기업(피인수기업)이 필수다. 기업이 매물로 나오는 데는 대개 재무적인 이유가 있다.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 M&A를 통해 ‘엑시트’를 성사시키는 경우에도, 몸값을 키우려고 부채를 안고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경우가 많다. 피인수기업이 가진 이러한 부채는 M&A 이후 인수기업의 재무적 부담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피인수기업은 부실한 재무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M&A 협상에 임하지 않고, 가능한 많은 부담을 인수 기업에 떠넘기려 할 때가 있는데, 이런 의도로 인해 협상 과정이 어려워지고, 생산적이지 않은 비용과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HDC현대산업개발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사이의 M&A도 처음에는 양측에 각각 이익이 되는 윈윈 전략으로 여겨졌으나, 결국 길고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상호 불신만 깊어진 채 무산되고 말았다.

이와 함께 각국 정부 및 기업 간의 무역 갈등과 기술 경쟁이 첨예해진 분위기도 M&A에 부담이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최첨단 기술을 중대한 안보 요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경쟁기업이나 국가가 시도하는 M&A에 대한 견제가 극심해졌다.

미국 기업(퀄컴)과 유럽 기업(NXP) 간에 추진되던 빅딜에 중국 규제 당국이 딴지를 걸어 무산되기도 했고, 싱가포르 기업 ‘브로드컴’(Broadcom Ltd.)과 미국 기업 퀄컴 간 M&A가 미국 재무부의 개입으로 와해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M&A에 대한 기대를 담은 영상의 한 장면. (사진 = Vimeo 영상 화면 캡처)


삼성전자와 하만, ‘시너지 미흡’ 아쉬워

그렇다면 4년 전 성사된 삼성전자와 하만 간의 M&A 효과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하만은 삼성전자 자회사 편입 이후 지난해까지 인수 후 통합 작업에 주력하면서 하만의 핵심 사업을 이어가는 데 집중했다. 또 해외법인청산, 디지털믹싱시스템 ‘스튜더’ 매각 등 군살 빼기 작업을 통해 수익성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인수 비용 부담도 컸는데 영업이익도 잘 나오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하만 간의 시너지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공동으로 개발한 디지털 콕핏을 CES에 지속적으로 공개했지만, 혁신적인 신제품이 아직 없는 것은 아쉽다.

하만은 그래도 지속적인 매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는 비록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인수 이후 분기 최대인 1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는 이를 뛰어넘는 1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보이고 있다. 4분기 매출은 삼성전자 인수 후 최대 분기 매출인 2조 9200억 원을 기록했다.

따라서 하만의 이번 사바리 인수는 그동안 삼성전자 자회사로서의 적응 훈련에 차분히 집중하던 과정을 마치고, 미래차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사진 = 삼성전자)


인수 대상,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유력?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3년 동안 신중히 검토해 왔다는 M&A 대상 기업들은 어디일까?

업계에서는 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선두권 기업들을 거론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완성차 산업이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시장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을 기점으로 차량용 반도체의 수익성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19년 418억 달러(47조 원)에서 2024년 655억 달러(73조 7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이미 지난 2018년 자동차 전자장비 분야를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꼽고 ‘엑시노스 오토’를 출시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바 있다. 다만 해당 시장에서 아직 20위권에 머물고 있어 효과적인 경쟁력 제고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둘째,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국내 산업계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부문의 빠른 성장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중단 여파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완성차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생겼다. 또 완성차 수요가 회복된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국내에는 그동안 비축한 재고가 많아 국내 완성차 업체는 아직 큰 위기를 겪지 않았지만 당장 올해 하반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 상위 3사인 NXP, 인피니언, 르네사스(위부터)의 로고. (사진 = 각 사)


자동차 산업 전반 위기 타개, M&A가 절실

차량용 반도체의 성능은 인명이 달린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품질과 신뢰성 요구 수준이 매우 높다. 게다가 자동차에는 수많은 센서와 제어 부품이 들어가기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용 반도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종류는 다양하고 생산량은 소량이다.

그래서 차량용 반도체는 생산 공정 준비가 까다로운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생산 준비에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필요하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문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는 국내 완성차 산업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추이에 따라 휘청거리지 않으려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공급망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완성차 업체 및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3월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이 협의체의 주된 목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 관련 대책을 모색하고, 미래차-반도체 시장 선점 및 국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의 적극적인 수립 및 추진이다. 그리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강자인 삼성전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단기간에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바로 M&A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 R&D 및 설비 투자가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차량용 반도체 설비를 늘리는 데 투자하는 것보다 시장을 선점한 기업 인수가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보장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 거론되는 M&A 후보 기업은 네덜란드의 NXP, 일본의 ‘르네사스’(Renesas), 독일의 ‘인피니온’(Infineon),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최상위권 업체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A 시기와 규모 등의 사안은 아직 가능성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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