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6호 옥송이⁄ 2021.03.17 15:44:40
금융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미 간편결제·오픈뱅킹 활성화로 ‘카드 없는 사회’에 도달한 데다, 코로나19가 비대면거래를 폭발적으로 성장시켜서 그렇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기기를 사용한 비대면결제는 전염병 발병 이후 더욱 활성화돼 지난해 1~9월 중 이용 규모는 전년 동기에 비해 17%나 증가했다. 이에 각 은행에서는 사활을 걸고 디지털 강화에 나섰다. 4편은 사업 전반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우리은행이다.
[관련 기사]
[똑똑한 디지털 은행 ①] 신한, 대면채널 보유한 디지털은행으로 변신 중
[똑똑한 디지털 은행 ②] 하나, 모바일로 집 정보 제공하고 빌딩 소액투자까지
[똑똑한 디지털 은행 ③] 농협, 디지털로 자산관리 사각지대 없앤다
AI는 투자 전문가
5년 전 이맘때, ‘인공지능 vs 인간’의 대결이 화두였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 최상위급 프로 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렴 프로 기사가 이길 것이란 세간의 기대와 달리, 이세돌은 속절없이 패했다. 이듬해에는 세계 랭킹 1위 프로 기사였던 커제 9단까지 알파고에 왕좌를 뺏기면서 인공지능의 능력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이처럼 인간의 무릎을 꿇게 한 인공지능이 금융 분야에도 진출했다. 전문가 타이틀까지 달았다. 이른바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 전문가(advisor)를 합친 말로, 인간 프라이빗 뱅커(PB)를 대신해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서비스다. 직접 사람을 마주하지 않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수수료도 비교적 저렴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고액의 PB 서비스 대신 로보어드바이저가 각광 받았고, 대형 운용사들도 이 분야에 진출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2015년, 골드만삭스는 2014년에 관련 회사를 인수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은 비교적 후발주자지만, 최근 해당 서비스 상용화가 늘어나는 추세다. 시중은행 가운데는 AI를 강조하는 우리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로보알파’는 고객의 투자 성향을 분석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펀드를 추천한다. 이 은행의 모바일뱅킹인 우리WON뱅킹을 통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 이용 고객은 우리로보알파가 제공하는 최적화된 펀드 포트폴리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산관리 대중화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WON뱅킹에 탑재된 우리로보알파의 UI(User Interface, 사용자화면)를 통해 고객이 보유 중인 펀드 포트폴리오 전체수익률 확인이 가능하며, 약관과 투자설명서 전체동의 기능을 통해 펀드 가입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고 덧붙였다.
필요한 상품도 인공지능이 알려준다
AI의 탈(脫)인간급 지능의 비결은 머신러닝. 경험 데이터를 축적해 학습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우리은행은 이 같은 AI의 능력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각종 지수와 지표를 정교하게 분석하는 것은 물론,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부터 고객 행동 정보를 AI로 분석해 고객별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비정형 데이터와 정형데이터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정형데이터는 형식과 구조에 따라 저장되는 데이터로, 기존 은행에서 활용했던 고객 인적정보와 거래정보 등이 속한다. 반면 비정형 데이터는 음성 상담이나, 텍스트로 된 입출금내역, 인터넷·스마트뱅킹 이용내역(로그 정보) 등이다.
특히 비정형 데이터는 일일이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큰데, 우리 측은 모든 채널의 음성·텍스트·로그 등 비정형 정보를 AI로 분석했다. 여기에 기존 정형데이터를 결합해 ‘고객행동정보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평소 관심 있던 분야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AI마케팅 모델을 개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I 마케팅 모델을 마케팅 시스템과 연계해 실적 집계, 모델 성능평가, 모델 재훈련(re-training)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통합 마케팅 체계를 구축했다”며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고객행동정보를 통해 금융 니즈를 파악하고 최적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대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행동 기반 개인화 마케팅을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사기 모니터링·각종 시장 지수 분석도 ‘척척’
AI가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사기도 막는다. 우리은행은 전기통신금융사기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고객의 금융거래 데이터 중 사기 의심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는 식이다.
보이스피싱이 점차 복잡하고 지능적으로 진화함에 따라, 검출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AI모니터링시스템을 재구축했다. AI가 신종 수법 보이스피싱을 신속하게 인지하고 유사 피해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나아가 올해 7월에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다. AI 기반 시장예측시스템이다. 인공지능이 각종 시장 지수, 경제 지표를 분석해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자산 배분전략 수립 및 상품 관리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시장 전망분석,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구성, 상품 평가 및 선정, 상품 리밸런싱 등 자산관리를 위한 전체 과정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AI 개발 및 운영 고도화를 위해 구축한 플랫폼 ‘AI서비스허브’를 활용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7월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시장예측시스템을 ‘우리WON뱅킹’에도 탑재할 예정”이라며 “시장분석을 위해 필요한 수많은 데이터를 자동으로 효율화하고, 필요한 정보는 적시에 검토하는 기계와 인간의 업무 협업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에 힘주는 우리銀 … 우리금융남산타워 → ‘우리금융디지털타워’로 변신
한편, 우리은행이 사업 전반에 AI를 활용하는 배경은 그룹사 차원의 디지털 혁신에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우리금융남산타워를 ‘우리금융디지털타워’로 변경하고, ‘그룹 디지털 컨트롤타워’로 만들었다.
우리금융지주 디지털·IT부문을 비롯해 우리에프아이에스 디지털개발본부 등 각 그룹사의 디지털 부문을 모두 디지털타워로 이전시켰다. 특히 IT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의 디지털 개발인력 240여 명이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게 돼 그룹사 간 동반 기획은 물론, 기획에서 개발로 이어지는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하게 됐다. 또한,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의 ‘디지털 집무실’도 실무부서와 같은 공간에 마련해 디지털 혁신 과정을 금융사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4월 ‘Digital First, Change Everything’으로 시작된 우리금융의 디지털 혁신은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서 혁신의 제2막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