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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신탁 ①] 사후에도 내 재산 안전관리하는 ‘하나 리빙트러스트’

배정식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장 인터뷰 “장점 알려지며 이용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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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8호 옥송이⁄ 2021.04.08 11:57:38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소리 없이 규모가 커진 시장이 있다. ‘신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탁 수탁고는 이미 100조 원을 넘어섰을 정도다. 국내에서 신탁은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었으나,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장기 자산관리 수단 및 재산권 이전을 위해 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 은행들도 신탁 상품을 다양화하는 추세다. 1편은 유언대용신탁을 비롯해 생활밀착형 신탁을 선보이고 있는 하나은행이다.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장. 사진 = 하나은행


불모지에 일군 하나은행 표 리빙 트러스트

신탁에 대해 아시는지. 드라마 속 재벌가 회장님의 임종 장면에서 효력 있는 신탁 또는 유언장의 존재를 알게 된 경우가 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자산가들만 신탁을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 최초로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 유언대용신탁)’를 도입하고, 신탁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을 이메일로 만났다.

“지난 2010년 최초로 리빙 트러스트를 출시할 당시에는 금융소비자들의 저항감이 컸습니다. 유언장이 있는데 왜 신탁을 해야 하는지, 또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넘기는 것 등…. 유언대용신탁의 쓰임새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달라졌습니다. 지난 2019년 기준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의 각종 세미나와 대면 상담 횟수가 500회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상담 문의가 1000회를 넘었을 정도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은 신탁 불모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아니 인구 구조가 변했다. 지난 2017년 한국의 고령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신탁이 주목받고 있다. 리빙 트러스트 도입 초기부터 ‘신탁’ 한 우물을 판 배 센터장은 국내 신탁 변화를 체감해왔다.

미리 준비하는 신탁, 노후자산관리·재산권 이전에 유리해

- 하나은행이 최초로 선보인 신탁상품이 ‘하나 리빙트러스트’다. 리빙 트러스트는 무엇인가.

“리빙트러스트는 우리말로 하면 ‘유언대용신탁’이다. 말 그대로 유언장을 대신하는 신탁 계약으로 이해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상속을 할 때 유언장을 작성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난 2011년 신탁법이 개정되면서 신탁 계약을 통해 자신의 상속 계획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 리빙트러스트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 있나.

“하나은행은 자산관리에 강점 있는 은행이다. 고객의 금전 운용뿐 아니라 다양한 자산관리에 대해 고민해왔고, 고령화 추세에 따라 상속과 노후자산관리·기업승계 등의 해결 방안도 모색해왔다. 그 결과 신탁에서 많은 해결 가능성을 찾았다.”

- 고령화 추세에 따라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시사했는데, 기존 재산상속보다 리빙트러스트가 효과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고령화가 되면서 상속 기능 외에도 노후에 안전한 재산관리가 필요해졌다. 대표적으로 치매는 고령자들의 가장 큰 걱정으로 꼽힌다. 노후가 불안해질 뿐만 아니라, 가족 간 갈등 요소가 될 수 있어서 그렇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한다면 노후자산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고, 사후 남은 재산은 지정해 놓은 사람에게 이전할 수 있다.

또한, 리빙트러스트는 유언장보다 효과적이다. 유언장은 상속집행인이 금융회사에 제시하더라도 그대로 잘 집행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가장 마지막에 작성된 유언장이 법적 효력이 있는데, 금융회사는 해당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신탁은 수탁자(금융회사)가 집행자 역할을 해 사망 관련 서류와 사후 수익자를 확인하면 바로 집행한다.”


신탁계약은 강력한 보호장치

- 현재 하나은행은 리빙트러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신탁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탁은 금융소비자가 재산권을 은행에 위탁하는 형태로 알고 있다. 신탁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신탁은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금전, 부동산부터 증권, 금전채권, 동산, 부동산 권리와 무체재산권까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여러 재산을 믿을만한 기관이나 사람(수탁자)에게 맡겨 관리하고, 사후에는 미리 지정해 놓은 사람이나 기관에 이전되도록 미리 조치하는 형태다. 기존에는 금융사들이 고객의 금전만 관리했다면, 신탁 제도를 활용하면 금전뿐 아니라 많은 상속 업무까지 진행할 수 있어 광범위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신탁의 가장 특징은 독립적인 성격이 크다는 점이다. 즉, 신탁 계약으로 관리되는 재산은 맡긴 사람(위탁자)의 재산도 아니고, 맡아서 관리하는 사람(수탁자)의 재산도 아니다. 이 때문에 신탁된 재산은 채권자 마음대로 강제집행할 수 없는 강력한 보호장치가 된다. 그래서 퇴직연금도 신탁으로 관리·운용하며, 부동산 개발에서도 신탁에서 개발 업무를 진행한다.”
 

하나은행 리빙 트러스트 개념도. 사진 = 하나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돈이 많든 적든 ‘재산 분쟁’은 흔해

- 신탁의 독특한 성격 때문인지 유류분 관련 상담도 늘고 있다던데?

“그렇다. 유류분은 피상속인 사후 남겨진 재산을 자식 등 유족이 나눠 가질 수 있는 민법상 권리다. 상속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생전에 신탁을 통해 특정 자식에게 상속 처리하면, 재산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과 비슷해 유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유류분 관련 상담이 올해 역시 늘어나고 있다.”

- 상속과 관련해 다양한 사례를 봤을 텐데,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흔히 ‘신탁과 재산분쟁’이라 하면 자산가를 떠올리겠지만, 실제로는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자녀들이 부친이나 모친 사망 뒤 적은 돈에도 서로 금이 가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또 고령의 부모가 치매에 걸렸을 경우, 일부 재산을 두고 부모를 모시는 자식과 그렇지 않은 자식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고령 부모의 생활비와 간병비·병원비 등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사전에 신탁에 가입하러 오는 경우가 늘어났다.”

신탁, 사회 안전망 가능성 있어 … 세제 혜택 지원돼야

- 현재 하나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탁 상품들을 소개한다면.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 외에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1만 원 이상의 돈을 자유롭게 적립하고 자신이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족배려신탁부터 손주에게 주고 싶은 손주사랑신탁, 어르신들의 사후 49재를 지내도록 해드리는 49재신탁, 셀프 장례를 준비하는 상조신탁 등 다양한 보급형 상품이 있다.

- 1만 원부터 가입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소액 신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은행도 결국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거액의 신탁을 운용해야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것 아닌가?

“맞다. 우리도 초기엔 재산 규모가 큰 고객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고액 자산가에는 전문 팀이 꾸려지는 식이다. 그러나 적은 비용의 신탁 상품을 내놓은 것은 대중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재산분쟁은 생각보다 흔하기에, 효율성을 체험해 보시라는 취지다. 또한, 고령자는 비록 소액이라도 후손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 오랫동안 신탁을 고민해온 만큼, 남다른 생각이 있을 것 같다. 신탁의 필요성이나 활용 방법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신탁은 ‘안전장치’로서 필요하다. 자산가뿐 아니라, 투명한 재산관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신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부모 사망 후 홀로 남은 미성년자, 발달장애인 등, 치매로 인한 노후의 불안을 막아 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바로 신탁 제도다. 그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무연고처럼 사는 1인 가구가 많지만, 이들이 사망하면 원치 않아도 재산이 형제나 조카에게 상속된다. 신탁을 활용하면 해당 상속을 방지하고,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 또한, 치매 신탁의 경우는 세제 혜택이 부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매신탁을 활용하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원금 훼손되는 일 없이 안전하게 노후자금을 사용할 수 있지만, 장점이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정책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면 많이 알려질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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