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9호 이될순⁄ 2021.04.08 16:57:14
주식으로 패가망신한다는 시대는 갔다. 재테크 방법의 하나로 주식이 포함되는 때다. 주식 열기가 지속되면서 자녀들에게 주식계좌를 만들어주는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파파개미’, ‘마마개미’다. 자녀들에게 미리 주식을 사줘 금융 교육도 하고 장기투자로 수익도 얻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어린이 펀드 가입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경제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운용사 별 어린이 펀드를 살펴보고 특징을 정리해본다.
[관련기사]
[가치주 어린이 펀드 ① 미래에셋자산운용] 중국-인도에 집중 투자 … 1년 수익률 75.15%
20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만 가입 가능 … 가치 투자에 방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 펀드는 올해 10살이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74%로 어린이 펀드 중 수익률 상위권에 속한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01.37%에 달한다고 밝혔다.
6일 기준 이 펀드의 주식 비중은 86.13%로 삼성전자가 전체 비중의 16.57%를 차지하고 있다. 패션업체 F&F(6.08%), YG엔터테인먼트(5.64%), SK하이닉스(5.51%) 등도 편입돼 있다.
어린이가 어른이 됐을 때 목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만 20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만이 가입할 수 있는 펀드로 출범했다. 이 펀드는 기업의 적정 가치 대비 싼 주식에 집중 투자해 제값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도하는 가치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길게 보고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가치 펀드 수익률이 개선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성장주인 IT 기업, 기술주 등은 금리에 민감하다. 성장주 기업은 당장에 현금 실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대개 자금을 빌려 운용한다. 저금리 시대에는 이자 비용이 저렴하기에 기업의 실적이나 매출이 많이 나오지 않더라도 기업 운영에 문제가 덜하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성장주가 약세를 보이기 쉽다. 반대로 이미 현금 실적을 올리고 있는 가치주들은 더 좋은 흐름을 타는 경향이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에 제로 금리, 무제한 양적완화 등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성장주가 혜택을 많이 봤는데, 이제는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자금의 흐름이 가치주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어린이 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된 이유에 대해 “최근 증시도 좋았지만, 보유한 종목에서 연초 시장 대비 15%P 이상의 초과 수익이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 위한 눈높이 보고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10년투자어린이 펀드 분기 자산운용보고서는 쉽게 쓰여있다. 부모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제공함으로써 경제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이번 운용 기간 동안 글로벌 증시는 전반적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기 상황에 민감한 기업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특성상, 여느 나라보다도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는 식이다.
대부분의 보고서에는 전문용어나 약어가 많아 일반 투자자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일례로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당분간 줄어들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는 향후 2년 동안 인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며 테이퍼링도 급격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는 식이다.
이를 풀어쓰면 “시장에 돈이 계속 들어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는 향후 2년 동안 인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며 또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축소해 나가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가 된다.
자산운용보고서는 투자자가 가입한 상품의 특정 기간 동안 자산운용에 관한 결과를 요약해 제공하는 보고서다. 투자자의 자금이 운용되고 있는 현황과 계획 등이 담겨있어 일반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나의 돈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어린이 펀드 보고서는 전문용어를 최소화하고 영어를 풀어 쓰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보고서 한 페이지를 할당해 펀드 용어를 정리해 놓았고, 마지막 페이지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경제 용어 이야기를 넣었다.
한국투자벨류자산운용 관계자는 “어린이 펀드인 만큼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작성하려고 노력하며,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의 이해를 돕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펀드는 절세 효과가 있다. 만 18세 미성년 자녀에게는 10년마다 2000만 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증여 계획을 세운다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4000만 원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이러한 증여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성년 자녀에게 부모가 10년 단위로 5000만 원까지 증여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다. 예를 들어 A라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어린이 펀드를 통해 2000만 원을 증여하고, 10년 후에 또 2000만 원을 증여한 후 22살이 됐을 때 5000만 원을 증여한다고 치자. A가 내야 할 증여세는 얼마일까. 정답은 ‘없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