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오렐 지음 / 돌배나무 펴냄 / 496쪽 / 2만 5000원
저자는 프랑스 신문 리몽드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다. 기업 로비, 이해 충돌, 과학 조작이 주요 담당 분야이며, ‘몬산토 페이퍼’라고 불리는 몬산토 사의 1000만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비공개 내부 문서를 토대로 ‘몬산토 페이퍼 탐사보도 시리즈’ 기사를 작성해 2018년 유럽 언론상 조사보도상을 받았다.
이 책에서 오렐은 건강 관련 규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로비스트들이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현혹하는지에 주목한다. 프랑스 한 언론은 이 책에 대해 “어떤 도덕성도 없는 냉소적인 세계를 발굴했다. 밀도가 높고 논쟁적이며 유익하다”고 평했다.
책에는 오렐이 10년 이상 열정을 쏟아 조사한 여러 내용들이 여러 자료들과 함께 축약 형태로 소개된다.
우리는 각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주체적인 소비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의 욕망은 로비스트와 언론-광고 등에 의해 조작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구 규모의 대기업들은 공중보건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진실’을 회피-왜곡하기 위해 많은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약품과 화학물질은 물론이고 살충제, 담배, 소시지, 설탕, 탄산음료, 초콜릿 등 다양하다.
로비스트들은 돈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인정받으려는 욕구와 소속감에 대한 욕망 등을 은근히 건드리며 과학자와 ‘협업’을 펼치고, 유대관계와 의리라는 굴레를 씌워 공론을 조종하면서 조작과 세뇌를 여러 방식으로 전개한다.
공직자들이 산업이나 상업 복합체의 손에 민주 사회를 넘겨주는 행태도 로비 활동의 결과이다. 유령 작가를 고용하고, 명의를 대여하고, 과학 영상을 세탁하고, 프로파간다를 퍼트려 집단 지성을 파괴하는 그들의 장악 방식을 기자는 추적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