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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를 빅인기로 ②] ‘금 양궁’ 강철심장 만든 현대차 첨단기술 5

안면인식-빅데이터-첨단소재 등 … 정의선 회장 “끊임없이 도전-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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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7호 옥송이⁄ 2021.08.29 10:11:47

메달로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4등도 빛났고, 선수 개인이 국가를 대변하지도 않았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라는 발언이 100여 년이 지나서야 한국에도 실현된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면서, 인기 종목에만 쏠리던 관심이 비인기 종목까지 확대되고 있다. 덩달아 비인기 종목을 지원해온 기업들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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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정신적 지주된 정의선 회장

“다리 뻗고 자. 너무 고생 많았어.”

도쿄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달 30일. 양궁의 안산은 경기 내내 침착했다. 끝까지 평정을 유지한 그는 혼성전,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석권하며 3관왕을 이뤄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는 안산 선수. 사진 = 연합뉴스 


이토록 담담한 모습이 무너진 건 시상식 직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면서다. 안산은 정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준 뒤 눈물을 흘렸다. 이에 정 회장이 위와 같은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이다.

사연은 이와 같다. 안산이 개인전을 앞두고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남성 혐오자 논란에 휩싸이자, 심리 상태가 걱정된 정 회장이 안산에게 직접 연락해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 회장이 도쿄올림픽 기간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금밭, 쉽게 되는 거 아닙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종목이 주목받았지만, 화제의 중심은 단연 양궁이다. 일단 성적이 좋다. 안산, 김제덕 등 어린 선수들의 활약과 여자 단체전 9연패, 남자 단체전 2연패 석권 등의 새 역사를 썼다. 게다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가 조명됐다. 수십 년간 이어진 궁사들의 금빛 행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뒷받침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현대자동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가 진행한 '2020 도쿄대회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환영회'에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소감을 밝히는 모습.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은 비인기 종목인 양궁을 지난 1985년부터 37년간 후원해왔다. 양궁의 획기적 발전과 저변 확대를 목표로 중장기 시스템을 갖췄다.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체계적인 선수 육성, 지도자 자질 향상, 투명하고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 체계 확립, 최신 기술을 접목한 과학화 등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이끌었다.

또한, 양궁과 오랜 세월 동행하면서 세계 최고를 향한 DNA를 공유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강점을 배우며 동반 성장한 결과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무대에서 변방에 머물던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이 됐고, 아시아에서 일본 브랜드에 밀려 존재감이 없던 현대차도 세계 5위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불량 화살부터 솎아냈다

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주요 국제경기 때마다 현지에서 직접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도 관중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부터 이어진 양궁 사랑이 엿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20 도쿄올림픽 석권'을 목표로 5개 분야 기술을 도입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특히 이번 ‘도쿄 대회 석권’을 목표로 추진된 현대차그룹 기술 지원 프로젝트는 철저하게 정의선 회장 주도로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접목하면 선수 기량을 한 단계 더 향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2016 리우대회 직후부터 양궁협회와 다양한 기술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로부터 평소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을 청취한 뒤 그룹이 가진 R&D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기술은 고정밀 슈팅 머신, 점수 자동 기록 장치, 심박수 측정 장비,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 선수 맞춤형 그립 등 5개 분야에 이른다.

먼저 선수들이 우수한 품질의 화살을 선별할 수 있도록 정밀도와 정확도를 개선한 ‘슈팅 머신’을 신규 제작했다. 그동안 선수들은 본인에게 맞는 화살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활시위를 당기며 테스트해야 했으나, 슈팅 머신 덕에 수고가 줄어들었다. 선수들이 70m 거리에서 슈팅 머신으로 화살을 쏘면 힘, 방향, 속도 등 동일한 조건에서 계산해 불량 화살을 솎아내는 식이다.
 

고정밀 슈팅 머신.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정밀 센서 기반의 전자 과녁을 이용한 ‘점수 자동 기록 장치’에도 현대차의 신기술이 적용됐다. 무선 통신으로 점수를 모니터 화면에 실시간 표시해 효과적으로 점수를 확인할 수 있고, 화살 탄착 위치까지 저장해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심박수 측정 장비’는 비접촉 방식이다. 심박수는 선수들의 긴장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지만, 경기 특성상 접촉식 생체신호 측정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감안해,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하고 심박수를 측정하는 장비를 도입했다. 주변 노이즈를 걸러내는 별도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방송용 원거리 고배율 카메라도 적용했다.
 

점수 자동 기록 장치.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코치진은 훈련 과정에서 축적된 심박수 정보와 점수 데이터를 연계해 선수의 심리적 불안 요인을 없애는 데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명상 모바일앱 개발 전문 업체와 협력,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을 위한 ‘명상 앱’을 별도로 제작해 지원했다.
 

또한, 현대차그룹 인공지능 전문조직 에어스컴퍼니가 보유한 AI 딥러닝 비전 기술도 활용했다. 에어스컴퍼니는 수천 개의 양궁 동작 이미지를 통해 영상에 등장하는 선수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딥러닝 비전 컴퓨팅을 사용했다. 선수와 코치는 최적화된 편집 영상 덕분에 평소 습관이나 취약점을 분석할 수 있었고, 이는 곧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심박수 측정 장비'는 비접촉 방식의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하는 식이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경기력 향상은 손끝까지 중요해

3D로 제작된 맞춤형 ‘그립’도 효과를 봤다. 통상 양궁 선수들은 활의 중심에 덧대는 그립을 자신의 손에 꼭 맞도록 직접 손질한다. 하지만 경기가 벌어지는 도중에 그립에 손상이 가면 새 그립을 다시 다듬어야 해 경기에 차질이 생기기 쉽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지난 리우올림픽부터 3D 스캐너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왔다.

이번 도쿄 경기에서는 자동차 부품 소재로 활용되는 신소재 PA12와 알루미늄·폴리아미드를 혼합한 알루마이드 등을 사용해 그립 재질을 다양화했다. 선수 기호에 따라 우레탄이나 원목 그립도 제공했다.

한편, 정 회장은 각종 신기술 개발뿐 아니라 철저한 양궁 운영 시스템도 강조해왔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대표팀 선발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나이와 경력보다는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공정 경쟁’이 기반이라서 그렇다.

3D 스캐너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맞춤형 그립'은 현대차에 사용되는 다양한 신소재가 활용된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대한민국 양궁이 도쿄 대회에서 거둔 쾌거에 우리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해외에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면서 “이는 투명한 협회 운영과 공정한 선수 선발이라는 두 가지 변함없는 원칙을 기반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머뭇거림 없이 더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하는 대한민국 양궁에 대한 찬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태그
양궁  정의선  현대차  도쿄올림픽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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