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7호 안용호⁄ 2021.09.01 20:09:13
지난 8월 30일 방영을 시작한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가 시청자 논란에 휩싸였다.
이 프로그램은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폴 크루그먼, 노카스 사전트, 에스테르 뒤플로,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유발 하라리, AI 딥러닝의 창시자 요슈아 벤지오, ‘소프트파워’ 이론의 창시자인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 세계적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등 현재 세계를 이끌고 있는 지성들의 위대한 생각을 듣는 강연 시리즈이다. 총 40여명, 제작 편수는 200편에 달한다.
논란은 오는 21일 방영될 세계적인 젠더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의 강연을 두고 일어났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교수인 그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젠더 이론가로 정치 철학, 윤리학, 여성주의, 퀴어 이론에 영향을 주었다.
시청자 게시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는 그의 저서 ’젠더 트러블‘에 나오는 ’근친상간‘,’소아성애‘에 관한 주디스 버틀러의 주장이다. 이 책에서 그는 부모와 자녀 간의 근친상간이 불법이 아닌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근친상간 금지는 때로는 폭력으로부터 보호를 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폭력의 수단 그 자체가 되기도 하며 소아성애, 근친상간 자체가 해로운 것이 아니고 그 행위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해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책에서 버틀러는 여성 없는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섹스/젠더의 이분법을 허물면서 기존 페미니즘 정치학에 도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시청자 게시판 글의 대부분은 강연 반대 입장이다. “아이들이 보는 방송에서 소아성애를 지지하는 강의를 한다고요? 이건 아닙니다”, “교육방송 맞나요? 소아성애, 근친상간 지지하는 주디스 버틀러를 방송한다고 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학부모로서 참을 수 없습니다”, “페미니즘은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동성애를 조장하여 건강한 가정을 해체하고 아이들에게 음란을 조장하여 스스로 몸을 망가뜨리게 합니다. 교육방송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이번 강연 취소하시기 바랍니다” 등 학부모 입장에서 방송 취소를 요구하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버틀러가 근친상간, 소아성애를 해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보기 어렵습니다. 미성년들을 성적 주체성을 가진 사람들(성적 욕망을 가진 자들)이라고 인정해 주자는 것을 소아성애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더라고요. 또 버틀러는 근친상간 금지가 동성애를 억압한다는 작용의 원리를 제시한 것이지, 근친상간을 찬성하거나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성을 금기시 시키는 인식에서 성폭력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등 버틀러의 주장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예고편. 영상 = 유튜브 채널 EBS STORY
또한 “반대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젠더 트러블' 정도는 한번 읽고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젠더론의 분석글을 지지로 혼동하고 있다면 권력에 대한 버틀러의 문제의식을 잘못 짚고 계신 겁니다”, “젠더 이론에 관심 있는 친구들 모두 굉장히 기대하고 있어요. EBS가 공영방송답게 무분별한 비방과 루머에 굴하지 않고 프로그램 그대로 진행시켜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등 방송을 통해 판단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한편,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EBS가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공동 기획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사업의 일환이다. 제작진은 팬데믹에도 세계 각지의 석학을 직접 찾아 촬영했다. 지난 30일부터 EBS1, 2TV에서 주당 5편씩, 총 4회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