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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뚫고 飛上 ⑤ GS칼텍스] 脫정유로 1조 적자 벗어나고 脫탄소 발맞춰 도약 준비

안정적 재무구조 위 사업다각화 … 수소협의체 참여, 탄소중립 원유 도입 등 ESG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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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9호 윤지원⁄ 2021.09.23 09:10:02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 = GS칼텍스)

지난해와 올해, 많은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가 된 기업, 위기를 보란 듯이 극복한 기업들도 있었다. 이젠 백신 개발과 접종에 가속도가 붙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 모든 산업이 재도약을 준비하는 이때,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고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들을 살펴본다. 이번엔 GS칼텍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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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여수 정유공장. (사진 = GS칼텍스)

 

상반기, 비정유 사업 통해 실적 부활

GS칼텍스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과 함께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GS칼텍스뿐 아니라 정유업계 전체가 어려웠던 한해였다. 국가 간 이동이 최소한으로 제한되면서 정유사 제품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항공유 수요가 급감하는 등 석유제품 매출이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지고, 정제 마진 하락이 이어지면서 팔면 팔수록 적자가 깊어지는 구조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GS칼텍스는 1조 165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정유업계 전반적인 호조와 함께 GS칼텍스 역시 1조 11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1년 만에 완전히 부활한 셈이다.

실적 호조를 견인한 것은 본업인 정유 부문이 아닌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선제적으로 집중투자한 비(非)정유 부문이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비정유 부문이 차지한 비중이 40.9%나 됐다.

정유업은 수익성이 일관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지난해 유가 하락과 탈탄소 부담,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치이면서 허덕이던 실적 불안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의 비중을 키워야 했다.

정유사가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연계 사업이자 수익률이 높은 석유화학업이다. 구입한 원유를 정제하면서 나오는 부산물을 석유화학 제품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다.

GS칼텍스 역시 석유화학업에서는 매출이 적어도 일정한 수익성을 꾸준히 내어 왔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에도 석유화학사업 부문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유사가 영위한 석유화학업은 아로마틱스(Aromatics) 계열 화학제품 등에 한정되어 있고 비중이 작다. 또한, 갈수록 거세지는 ‘탈탄소’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따르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정유업의 비중을 낮추고 전문 석유화학업체 못지않은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야만 한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18년부터 3년간 올레핀(Olefin) 생산공장에 2조 7000억 원을 투자했고, 올해 내 가동 개시를 목표로 최근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올레핀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기초 유분으로 ‘석유화학의 쌀’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기존의 정유 시설과는 다른 새로운 설비에 투자해야 하기에 진입장벽이 높다.

GS칼텍스는 이번 투자로 여수 2공장에 새로 MFC(Mixed Feed Cracker) 설비를 신설했다. MFC는 나프타를 분해하면서 올레핀,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기초 유분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이다. 또 원유에서 나오는 에탄, 프로판, 부탄 등의 부산물을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BTX도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GS칼텍스는 연간 에틸렌 75만 톤, 폴리에틸렌 50만 톤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가 CES 2021에서 공개한 영상에 그려진 미래 주유소의 모습. (사진 = GS칼텍스)

 

디지털전환·미래형주유소 ‘이유 있는 변신’

사업 다각화는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내린 특명이기도 하다. 허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2021년은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사업 다각화를 통한 지속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패러다임 변화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미래성장 확보를 위한 사업을 다각도로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GS칼텍스는 다양한 방면에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굴뚝 산업’인 정유업체지만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탈탄소 등 시대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8월 24~25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해커톤 행사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커톤은 기획자와 개발자가 팀을 이루어 한정된 시간 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AI 분석, 앱·웹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등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만드는 대회다.

GS칼텍스는 행사 전 사내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했고, 선정된 팀들은 해커톤 기간에 메타버스 협업 툴인 ‘게더타운’을 통해 협업, 출품한 아이디어를 디지털 기술로 구현했다. GS칼텍스는 이렇게 디지털화된 아이디어에 대해 시상과 함께 사업화를 지원한다.

GS칼텍스는 또 전국 2300여 개 주유소와 370여 개의 LPG 충전소 인프라를 바탕으로 에너지의 변화와 모빌리티 라이프에 접목 가능한 기술에 주목, 주유소의 혁신을 추진한다.

 

GS칼텍스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 플러스 허브 삼방'의 모습. (사진 = GS칼텍스)

 

GS칼텍스는 ‘에너지플러스 허브’라고 이름 붙인 미래형 주유소를 새로운 서비스와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주유, 세차, 정비를 위한 공간에서 에너지, 모빌리티, 물류,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한편 스타트업 기업과 협업하는 거점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2019년 5월부터는 본격적인 전기차 충전사업을 시작해 충전 서비스를 전국 주유소로 확대하고 있으며 카셰어링,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의 서비스 거점, C2C(고객 대 고객) 택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물류 중간 거점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GS에너지와 함께 카카오모빌리티에 300억 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향후 GS칼텍스는 전국 주유소 및 LPG 충전소에 카카오모빌리티의 미래 기반 데이터를 접목할 계획이다.

또한, 주유소를 드론 배송, 드론 택시 스테이션 등으로도 활용하는 미래 비전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지난 1월 열린 CES 2021에 국내 에너지기업 최초로 참가하기도 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왼쪽)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사업의 성공적 런칭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한국가스공사)

 

친환경 수소 사업 적극 참여

GS칼텍스는 친환경 신사업으로 수소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한국가스공사와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4년까지 한국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내 유휴부지에 연산 1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하기로 했다. 액화수소 1만 톤은 수소 승용차 약 8만 대가 연간 사용 가능한 양이다.

또 6월에는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1000억 원을 투자해 호남화력발전소 내 유휴부지에 오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15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산소와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허세홍 대표이사는 9월 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창립총회에 참석, 한국판 수소위원회의 출범에 동참했다. 허 대표는 이날 창립 멤버 15개 회원사 대표 중 유일한 정유사 최고경영자(CEO)였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해 5월 현대자동차와 서울 강동구 소재 주유소와 LPG충전소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준공했다. 또 정부의 ‘2021년 수소충전소 설치 민간자본보조사업’ 공모에 선정돼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제주, 여수, 경기도 광주 등에 상용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사진 = GS칼텍스)

 

정유 마진 개선으로 하반기 실적 전망 맑음

하반기에는 오랜만에 본업인 정유업에서 큰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석유제품 수요 증가를 이끌고 있고, 팬데믹 시대에 내내 배럴당 1~3달러 대에 묶여있던 정제 마진이 최근 한 달 70% 가까이 급등, 2년 만에 5달러를 돌파하면서 정유업계의 이익 폭이 커질 전망이다.

아시아 지역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수익 지표로 활용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9월 둘째 주 기준 배럴당 5.2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3.8달러 대비 37%, 전달 3달러 대비 68.8% 증가한 액수다.

백신 접종 확대로 산업 부문과 항공유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계절적으로 난방유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이에 3분기 국내 정유업체들의 영업이익에 관한 시장 전망은 대체로 지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하반기 영업이익 대부분이 정유업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2021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 전시된 GS칼텍스의 미래형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 전시관. (사진 = GS칼텍스)

 

코로나19 타격에도 재무구조 안정적
‘탈 탄소’ 행보 적극적으로 걷는 정유사


한편, GS칼텍스가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내고도 올해 상반기 실적 부활을 무난히 이뤄내고, 동시에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던 것은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갖춘 덕분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GS칼텍스는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 중 재무안정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10년 정유 업황의 실적 변동성에도 차입금은 꾸준히 감소했고, 부채비율도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 2월 리포트에서 "2020년 대규모 영업적자와 투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재무정책으로 국내 동종 정유사 대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GS칼텍스의 부채비율은 96.5%를 밑돌았으며, 신용등급 하락도 없었다. 3년간 올레핀 생산시설에 2조 7500억 원이나 투자하고 있음에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한 것이다. 2015~2017년 정유업 호황기에 정유 4사 중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두면서 연간 설비투자 금액을 관리한 것이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GS칼텍스는 이처럼 내실을 다지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탈 탄소’의 흐름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수공장 생산시설 공정 개선 작업을 통해 공장 가동 연료를 저유황 중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전량 대체했다. 액화천연가스는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저유황 중유의 74% 수준에 불과하다.

또 지난 6월에는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 원유 인증을 획득한 스웨덴 에너지기업 룬딘(Lundin Energy)사의 노르웨이 요한 스베드럽(Johan Sverdrup) 해상유전에서 생산된 탄소중립(Carbon Neutral) 원유 200만 배럴을 도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GS칼텍스의 원유 처리 능력에 비추어보면 200만 배럴은 3일 정도면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지만 국내 에너지기업 가운데 최초로 탄소중립 원유를 도입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허세홍 대표는 “회사의 친환경 경영활동을 확대하려는 노력에 발맞춰, 세계 최초 탄소중립 원유인증을 받은 룬딘사의 탄소중립 원유를 국내에 선제적으로 도입했다”며 “앞으로도 기업시민으로서 다양한 친환경 리더십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에코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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