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9호 이될순⁄ 2021.10.08 09:20:15
DB손해보험이 규제의 틀을 넘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한 보험 서비스를 출시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적극 나선 셈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규제에 막혀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혁신금융 서비스에 대해 2년 동안 규제 예외를 인정해 주는 제도다.
장기인보험에서 서비스 적극 활용
올해 금융위원회는 DB손보의 ‘TM(텔레마케팅)보험 가입 디지털 미러링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와 보험 모집인이 통화 중인 상태에서 미러링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전자문서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현재는 전화로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 보험 모집인이 음성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소비자가 상품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 상품 설명 시간이 길게는 40분 이상 소요돼 불편함도 컸다.
하지만 DB손보의 미러링 서비스는 전화로 응대를 하면서 동시에 휴대폰 화면에서 확인 사항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해준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지원해 정보 비대칭성을 최대한 줄이고 소비자의 집중도와 이해도를 향상시키는 첨단 서비스다.
특히 DB손보는 장기인보험에 이 서비스를 적용했다. 장기인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3년 이상이며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을 말한다. 손보사 상품은 크게 3가지로,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장기인보험으로 나뉜다. 자동차보험은 1년 단위로 기간이 짧고 가격 인상이 어려워 손해율이 높다. 화재보험 등의 일반보험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그 때문에 보험료 납입 기간이 길고 수익성도 비교적 높은 장기인보험이 손보사 영업 전략의 핵심이다.
디지털 미러링 서비스로 금소법 대응 가능해져
DB손보가 이 같은 혁신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 바탕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영향이 컸다. 금소법은 불완전판매 등 금융상품 판매행위 규제를 위반한 금융회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체 금융 민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보험업계는 기존 관행대로 상품을 판매할 경우 자칫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 민원 동향’에 따르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 민원은 보험업계(58.8%)로 나타났다. 각각 손해보험업계가 36.7%, 생명보험업계가 22.1%다.
DB손보는 “원래는 설계사가 반드시 고객을 1회 이상 만나 계약의 중요사항을 설명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를 통해 녹취 확인과 같은 안전장치가 있으면 대면 없이 전화로 설명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며 “전화로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은 디지털 미러링 서비스를 통해 보험 상품의 중요한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DB손보 디지털 혁신의 원동력은 김정남 부회장
DB손보는 업계에서 디지털 혁신에 앞장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 본격적으로 IT지원팀 산하 태스크 포스팀을 가동해 디지털 전문 조직을 구성했다.
이들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보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미 챗봇 서비스와 모바일 보험증권 특허권 획득, 생체인증을 통한 보험 가입 등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또 직접 대면하지 않고 고객이나 정비업체와 고화질 영상통화를 하면서 상담할 수 있는 ‘DB V-시스템’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최근엔 AI 스마트컨택센터를 구축해 업무 효율을 높였다. 스마트컨택센터 서비스는 AI를 활용해 완전판매 모니터링과 통화품질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상담사가 전화 또는 문자 등으로 진행하던 모니터링을 AI 로보텔러가 진행한다. AI 로보텔러는 사람의 실시간 음성을 정확하게 텍스트로 변환한 후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고 큰 비용이 들어가는 디지털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데는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김정남 DB손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김 부회장은 오랜 경력과 노하우로 보험 시장의 변화를 인식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DB손보는 “작년에 중장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5개년 전략 수립을 세워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2025년이 되면 디지털 종합플랫폼 금융회사로 면목을 일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