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1호 옥송이⁄ 2021.10.09 07:29:07
“기술 발달로 인해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회사도 금융회사의 경쟁 상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했던 말이다. 실제로 선불 충전 기반의 사이렌 오더로 무장한 스타벅스의 선불 규모는 웬만한 핀테크 기업 급이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유통업계를 적으로 돌리기보다 협업 무드로 이끌고 있다. 왜 그럴까. 2편은 쇼핑플랫폼과 함께하는 금융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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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방, 은행도 힘준다
‘라방’(라이브 방송. 라이브커머스와 동일어)으로 불리는 쇼핑 형태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눈부신 약진을 거듭해왔다. 주로 이커머스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데, 판매자·진행자·소비자가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이다.
언뜻 홈쇼핑을 떠올리기 쉽지만, 차이는 쌍방향에 있다. 방송과 동시에 채팅이 진행돼 문의 사항이 있는 소비자는 직접 판매자에게 질의할 수 있다. 전염병 사태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라방은 소통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 사이에서 더욱 각광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판매군도 상품은 물론 서비스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지난 7월과 8월에는 이색 상품군이 라방으로 판매돼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방송인 권혁수가 등장해 입담을 자랑한 해당 영상들은 금융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중고차 경매 입찰 등을 진행했다. 금융과 중고차는 다소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모두 하나은행이 취급하는 서비스와 상품이었다.
하나은행은 공식 유튜브 채널인 ‘하나TV’를 통해 금융과 라이브커머스를 연계한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다. 이는 국내 은행 가운데 최초다. 이 은행의 첫 라방은 ‘환전 지갑’을 주제로 방송됐는데, 환전 지갑은 모바일 외화환전·보관 서비스다. 약 1시간가량 이어진 해당 방송은 누적 시청자 17만 명, 생방송 동안 환전 지갑으로 이뤄진 환전 건수는 총 1024건에 이른다.
첫 방송이 성공을 거두자, 두 번째 라방은 과감하게 상품군을 바꿨다. 하나은행의 모바일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원더카 직거래 경매 서비스’를 방송으로 끌고 와 실시간 경매를 펼쳤다. ‘원더카 옥션 라이브 쇼’는 차량에 대한 설명과 경매 절차 등을 시청자에게 안내하고, 중고차 경매까지 한 번에 진행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동차 구매와 라이브 방송을 연계하는 시도를 통해 소통과 재미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 생활 밀착 영역에서 손님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파트너들과 새롭고 재미있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MZ세대 고객을 타깃으로 라방에 힘주는 하나은행의 행보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는 쇼핑플랫폼인 롯데온을 운영하고 있어, 본격적인 금융과 유통의 디지털 결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활금융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광범위한 고객과 판매 채널을 갖춘 유통업과 협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현재 예고된 내용은 빅데이터 기반 공동마케팅, 제휴상품, 양사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연계 등인데,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금융 라이브 커머스’다. 그동안 이커머스 실험을 펼쳐 온 하나은행의 전략과 롯데온의 강점인 플랫폼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월 3일에는 롯데온을 통해 하나은행의 ‘아이부자 앱’을 주제로 금융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다.
이호성 하나은행 중앙영업그룹 총괄부행장은 “금융과 유통의 결합을 통해 빅데이터 기반 생활금융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며 “하나은행이 롯데쇼핑과 함께 더욱 다양한 고객의 편의성 증대와 금융 혜택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판매자 금융 수요를 파고든다
신한은행은 플랫폼 기업 에이블리(ABLY)와 맞손을 잡았다. 그러나 예상 가능한 범주인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제공 측면은 아니다. 이들의 협업은 소상공인 지원을 향해 있다.
에이블리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셀러’로 불리는 판매자들이 에이블리에 입점한 뒤 각각의 마켓을 개설해 유저(이용자)에게 판매한다. 신한은행은 셀러들의 금융 서비스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공략했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온라인셀러 사업주기별 맞춤형 금융·비금융 솔루션 지원,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로 상호 마케팅 기회 창출, 양사의 플랫폼 연계를 통한 비대면 서비스를 지원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들은 자금과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매출 정산기일은 최장 69일에 달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해당 어려움을 파악하고 지난 3월 ‘퀵정산 대출’을 내놓은 바 있다. 온라인 마켓에 등록된 개인사업자에게 선 정산을 통해 단기 회전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취지다.
그동안 쿠팡·티몬·위메프 등에 입점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제공해왔으나, 9월부터 대상 플랫폼의 범위를 에이블리까지 넓힌 것이다. 콕 집어 에이블리를 택한 이유는 이 회사의 확장세가 거듭되고 있어서 그렇다.
에이블리는 패션 앱 가운데 가장 많은 마켓과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 셀러를 시작으로 중대형 쇼핑몰과 어패럴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최근에는 뷰티와 홈데코, 리빙 등 카테고리를 확장해 누적 마켓 수가 1만 7000여 개에 달한다. 그만큼 자금 고충을 호소하는 셀러도 많을 것으로 판단, 이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의 비즈니스 트렌드가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상권 개업에서 온라인 상권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향후 플랫폼 입점 사업자 대상의 공급망 금융상품을 확대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례가 여기에 … 아마존 등에 업고 역주행
이처럼 금융사들의 쇼핑플랫폼 협업은 각 사의 이해관계 아래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금융사에 이익이 될까?
이에 대한 선례는 최근에 입증됐다. 신한카드가 지난 2019년 11번가와 손잡고 출시한 PLCC ‘11번가 신한카드’가 ‘역주행’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출시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으나, 글로벌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이 11번가에 입점하면서 기세가 달라졌다.
또한, SK텔레콤의 새로운 유료멤버십 ‘우주패스’ 덕에 가입 고객이 더욱 늘어났다. 협업한 쇼핑플랫폼이 상승세를 그리자 금융사까지 덩달아 수혜를 입고 있는 상황. 지난 9월 한 달간 약 2만 매에 달하는 신규 발급을 기록했다. 그동안 월평균 약 1만 3000매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관계자는 “출시 2년이 지난 카드지만, 아마존 입점과 새로운 멤버십 런칭으로 인해 인기몰이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11번가 신한카드는 아마존 및 우주패스와 연계한 다양한 차별화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