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0호 강동원⁄ 2021.10.19 09:15:46
보령제약이 파격 행보를 이어간다. 40대 대표이사 선임에 이어 광고모델에 힙합 가수 발탁, 사내 문화개선 등을 통해 ‘젊은 이미지’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이미지만큼 변화한 사업전략 역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보령제약의 행보에 제약업계의 시선이 모인다.
보령제약의 이미지 변신은 ‘보수적’이라는 제약회사의 이미지를 벗고 유연한 사내문화 조성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령제약은 지난 3월 대표제품 ‘겔포스’의 출시 46주년을 맞아 신규 광고모델로 힙합 가수 스윙스를 발탁했다. 스윙스는 지난해 보령제약이 선보인 ‘요즘 속 쓰림’ 광고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제품의 주 소비층인 30·40세대와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겔포스는 지난 상반기 97억 2698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14%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보령제약은 ‘겔포스 Q’ 등 상표권을 출원하며 제품군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내문화도 변했다. 보령제약은 다양한 사내문화 조성을 위해 청년·여성·장애인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보령제약에 따르면 2019~2020년 신규 입사자의 90%가 청년이었으며 이중 여성은 4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장애인 고용률 역시 400% 상승했다. 특히 장애인 채용 전담인력을 배치하며 이들의 고용안정·유지에 힘썼다.
보령제약은 근로 시간을 단축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워라벨’ 복지도 늘렸다. 이를 위해 시차 출퇴근제·대체휴일제·포상 휴가제 등을 도입하며 유연근로제를 확대했다. 공식적인 연차 외에도 매년 4일의 유급휴가를 지급하며 사내 구성원의 충분한 휴식을 독려했다.
또한, 보령제약은 전 임직원 독감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종합검진 실시, 단체·상해 질병보험 도입 등 임직원의 건강을 위한 조치도 적극적으로 실시해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보령제약은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1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 기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얻었다.
보령제약의 이미지 변신은 40대 대표이사 선임으로 이어졌다. 보령제약은 지난 8월 장두현 신임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1976년생 장 대표는 보령제약 운영총괄(COO·전무), 보령제약 경영총괄 부사장(COO)을 거치며 보령제약의 경영을 이끌어왔으며 1963년 설립 이래 보령제약의 최연소 대표이사가 됐다. 제약업계에서 40대 대표이사 선임은 매우 이례적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신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2022년도 경영 계획을 책임 있게 수행하겠다”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발굴·확보하기 위해 복지 및 업무환경을 꾸준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이미지만큼 달라진 사업전략
제약업계는 보령제약의 변화된 이미지만큼 사업전략에도 주목한다. 보령제약은 최근 'LBA(Legacy Brands Acquisition·레거시 브랜드 인수)'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LBA 전략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특허 만료된 제품의 생산·판매 등 모든 권리를 인수해 해당 제품이 가진 매출·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등에 비해 추가 투자 비용이 적고 안정된 수입처를 마련할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보령제약은 지난 4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운용자금 985억 원 중 700억 원을 LBA 전략에 사용할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령제약은 총 3개 품목에 대해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LBA 논의를 진행 중이며 이 중 2건은 거래조건 협상 단계까지 진전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보령제약은 지난 2015년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로부터 항암제 ‘젬자’의 유통권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국내 판권을 인수했다. 젬자는 지난해 매출 148억 원, 올해 상반기 매출 68억 원을 기록하며 보령제약의 새로운 캐시카우가 됐다. 보령제약의 LBA 전략에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령제약은 기업 이미지 변신과 함께 LBA라는 새로운 사업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보령제약이 LBA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해당 전략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