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0호 강동원⁄ 2021.10.22 11:47:57
국내 제약업계가 더마코스메틱(화장품 + 피부과학, cosmetic과 dermatology의 합성어) 시장에 눈 돌린다. 최근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부 손상 탓에 여성들이 화장품의 기능·성분을 중시하면서, 제약업계는 의약기술 강점과 차별화를 적극 앞세우면서 소비자 공략에 나서는 양상이다.
상처 치료제가 화장품으로 변신
제약업계의 더마코스메틱 시장 진출의 포문은 동국제약이 열었다. 동국제약은 지난 2015년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론칭하고 자사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의 주성분 ‘센텔라 정량추출물’을 활용한 ‘마데카 크림’을 출시했다.
동국제약은 더마코스메틱이 피부 회복 등 기능성 요소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착안, 상처 치료제 성분이 함유됐다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그 덕에 제품은 지난 8월 누적 판매액 220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센텔리안24의 매출 역시 2018년 534억 원에서 지난해 1054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에 동국제약은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마데카 크림 등 주요 제품 위생허가를 완료한 데 이어 현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며 유통 채널 확대에 힘쓰고 있다. 또한, 미국·일본 현지 아마존 온라인스토어에 입점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 입점에도 주력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도 이어졌다. 동아제약은 지난 2019년 화장품 브랜드 파티온을 론칭하고 흉터 치료제 ‘노스카나’를 기반으로 한 ‘노스캄 리페어 겔 크림’을 출시했다. 동아제약은 제품에 헤파린나트륨, 판테놀 등 자사 기술력을 담아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상처 치료제 ‘후시딘’으로 유명한 동화약품 역시 지난 8일 후시딘의 핵심 성분 ‘후시덤’을 넣은 ‘후시드 크림’을 선보였다. 특히, 후시드 크림은 지난 13일 GS홈쇼핑에서 진행된 첫 론칭 방송에서 목표 판매량의 263%를 초과하며 소비자 호응을 이끌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가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력 성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성장세는 뚜렷, 화장품 업계와 경쟁은?
제약업계가 더마코스메틱에 빠진 이유는 시장 성장세가 뚜렷해서다. 시장조사기관 P&S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더마코스메틱 시장 규모는 연평균 6.5%씩 성장해 2024년에는 763억 달러(약 93조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시장 역시 2017년 5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기존 화장품 업계와의 경쟁은 극복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02년 화장품 브랜드 케어존을 시작으로 2014년 CNP코스메틱을 인수하며 더마코스메틱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5월에는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 인수계약을 종결하며 더마코스메틱 진출 시장을 넓혔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지난 9월 그룹 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에스트라를 흡수합병한 데 이어 최근 더마코스메틱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코스알엑스의 지분 38.4%를 1800억 원에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성장기반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화장품업계는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계는 오랜 시간 쌓아온 유통망과 소비자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더마코스메틱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해도 화장품 업계의 선점 효과를 빼앗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본업인 의약 성분 연구·개발(R&D)을 통해 개발한 기능성 소재를 활용하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실제로 동국·동아·동화약품 외에도 JW중외제약, 휴젤 등 업체들은 큰 비용의 시설 투자 없이 본인들이 보유한 아미노산 수액, 히알루론산 원료 기반의 기능성 화장품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더마코스메틱 제품 개발 기간이 길게는 수년에 이르는 의약품 개발 기간보다 짧은 만큼 각 업체에서는 의약 성분 개발과 화장품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며 “제약업계에서는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아직 블루오션으로 평가하고 있어 기존 화장품 업계와의 차별성을 두기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