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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시대 ① KAI] 누리호 총조립을 성공적 수행 … "우주 사업 매출 3조 목표"

나로호는 대한항공이, 누리호 37만 부품은 KAI가 총조립 … 항공기 개발 20년 노하우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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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0호 윤지원⁄ 2021.10.24 11:57:44

최근 글로벌 우주산업은 각국 정부가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등 민간기업들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Space)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21일 순수 우리 기술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발사해 700km 상공까지 도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누리호 역시 11년간 우리나라 기업 약 300여 곳이 참여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화경제는 누리호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장차 우리나라 우주산업 도약의 주역이 될 기업들을 살펴봤다. 먼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누리호 발사 장면. (사진 = 연합뉴스)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제2 발사대에서 '누리호'(KSLV-II)가 발사됐다. 누리호는 탑재된 1.5톤(t)급 모사체 위성(더미 위성)을 최종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지만 발사 및 분리를 모두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누리호는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주관했다.

누리호 개발 사업에는 국내 기업 300여 곳에서 500여 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누리호 개발을 통해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들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자 했고, 이에 개발 초기부터 산·연 공동연구센터를 구축하고 기술 이전을 지원했다.

지난 2010년부터 누리호에 투입된 전체 사업비는 1조 9572억 원인데 그중 약 80%에 달하는 1조 5000억 원이 참여 기업에 쓰였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주요 산업체 현황. (사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로고. (사진 =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누리호 체계 총조립…부품 37만 개

한국항공우주(KAI)는 누리호 사업에 참여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KAI는 누리호 조립설계부터 공정 설계, 조립용 치공구 제작, 총조립을 맡고 있다. 또 1단 연료탱크 및 산화제 탱크 제작도 담당했다.

KAI는 지난 2010년 3월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이 시작된 뒤 지난 2014년 1월에 누리호 체계 총조립 기업으로 선정되어 참여했다. 지난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KSLV-I) 때 총조립을 맡았던 대한항공이 우주 사업을 포기하면서 KAI가 대안으로 낙점된 것이다.

누리호 총조립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전라남도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진행됐다. KAI에서 파견된 20명의 엔지니어는 1년 넘게 이곳에 상주하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과 보조를 맞춰 누리호를 조립했다.

누리호 체계 총조립이란, 300여 개 기업이 제각기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부품을 받아 설계도대로 조립하는 일인데,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누리호의 크기는 길이 47.2m로 15층 아파트 높이이며 무게는 200t이나 된다. 이 거대한 물건이 1.5t 무게의 인공위성을 싣고 고도 600~800km인 지구 저궤도(LEO)로 날아올라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누리호의 부품은 무려 37만여 개에 달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대략 2만 개니 그 18배쯤 된다. 이 많은 부품을 300개 기업이 각각 알아서 생산해 납품했다. 이를 KAI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조립했기에 누리호가 이날 멋지게 비상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김형준 총괄부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전시장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발사체 조립 처음 … 맨땅에 헤딩?

누리호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을 순수 우리 기술로 진행해 제작한 우주 발사체다. 나로호는 핵심인 1단 로켓 부분이 러시아에서 들여온 완제품이었다. 따라서 국산 우주 발사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는 것은 누리호가 처음이다.

당연하게도 KAI 역시 우주 발사체 조립 경험이 없었다. 게다가 어디 다른 곳에서 배울 수도 없다. 로켓 기술은 나쁜 목적으로 쓰이면 지나치게 위험하므로 우주산업 선진국이 다른 나라에 쉽게 가르쳐줄 리 만무하다.

단, KAI는 20년 이상 항공기 체계 개발 노하우를 쌓아 왔다. KAI는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 기동헬기, 송골매 무인기 개발 등 대한민국 항공 전력을 책임져 온 기업이다. 미래 핵심전력으로 꼽히는 KF-21(한국형 전투기)와 LAH/LCH(소형무장/민수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AI는 또 올해 초 1호가 발사된 차세대중형위성 CAS500을 항우연과 공동설계하고, 개발양산 체제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국방위성 개발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우주 분야에서의 경험도 쌓았다.

KAI 누리호의 핵심 기술인 75t 액체엔진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제작한 시험발사체를 제작하고, 비행모델과 인증모델을 조립하면서 관련 노하우도 빠르게 습득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이번 누리호 조립에도 새로운 공정을 고안하기도 했다.

 

누리호 구조 및 산화제탱크, 연료탱크 모습. (사진 =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제 몫을 훌륭히 했다. 이번 누리호 1차 발사를 통해 KAI의 우주 발사체 총조립 기술력이 해외 우주 기업과 동등한 수준이라는 것이 검증받은 셈이다.

KAI는 누리호 발사체 조립 외에도 1단 추진제 탱크 제작도 맡았다. 엔진 추력 발생에 필요한 극저온의 산화제와 실온의 연료를 담을 탱크가 그것이다.

산화제 탱크는 지름 3.5m, 길이 10m 크기이고, 연료 탱크는 길이 6.6m로 발사체 부피의 80%를 차지한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제작한 이 탱크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두께 2.5~3.0mm의 얇은 알루미늄 소재를 채택했고, 하중과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윗부분은 정교한 돔 형태로, 탱크 내부는 격자 구조로 설계됐다.

KAI는 이번에 발사한 1차 비행 모델(FM) 외에도 내년 5월로 예정된 2차 발사용 FM과 3차 발사용 FM에 들어갈 탱크도 이미 완성한 상태다.
 

안현호 KAI 사장(왼쪽)과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10월 19일 서울공항에서 한국형 경항공모함 기본설계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 = 현대중공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경남 사천에 건설 중인 민간우주센터 조감도. (사진 = 한국항공우주산업)

 

‘뉴 스페이스’ 시대 주도할 것

KAI는 누리호에 참여 중인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업을 계기로 우주개발 역량을 키우며 뉴 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KAI의 우주 분야 매출은 지난 2019년에 연간 1244억 원으로 아직 전체 매출에서 5% 미만에 불과하다. 우주 분야 매출의 대부분은 위성이 차지한다.

하지만 앞으로 누리호 기술 기반의 우주 발사체 체계 종합 기술을 강화하고, 발사체 양산을 구축하면 향후 시장 성장성이 클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KAI는 올해 2월 '뉴 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항공우주체계 종합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안현호 KAI 사장은 "군수와 민수 사업에서 매출 7조 원을, 무인항공기와 위성, 우주발사체 등에서 매출 3조 원을 달성하며 매출 규모를 2030년 10조 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열린 국가우주위원회에서는 "2030년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체계 종합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KAI는 또 지난 2019년부터 경남 사천 본사 인근에 '민간 우주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설계-제작-조립-시험을 우주센터 한 곳에서 진행해 우주 기술 개발 인프라를 최적화하고, 본사 R&D 인력 2100여 명과 협업으로 개발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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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KAI  한국항공우주산어  뉴스페이스  민간우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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