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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닭 패션’이 MZ 트렌드로 … 스트릿패션 널디, 론칭 4년만에 매출 천억 눈앞

스트릿 씬과의 의리, ‘스우파’ 인기로 빛 봐 … 해외 성장세에 “20국 진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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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0호 윤지원⁄ 2021.10.26 13:19:30

널디(NERDY)가 21FW 컬렉션에서 제시한 스트릿 감성의 카디건과 스웨터. (사진 = 에이피알)

스트릿 패션 브랜드 ‘널디’(NERDY)가 올해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길 기세다. 펑퍼짐하고 컬러풀한 운동복이 K팝과 스트릿 문화 등의 트렌드와 동반 성장하며 MZ세대의 대세 패션으로 자리잡았다.

26일 널디 브랜드 운영사인 에이피알(APR) 관계자에 따르면 널디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30억 원이었다. 지난해 연 매출 550억 원의 60%를 상반기에 이미 달성한 것이다. 관계자는 패션계 성수기가 F/W(가을~겨울) 시즌이며, 이 시즌에 의류 객단가가 올라가는 것을 감안하면 널디의 올해 연 매출은 1000억 원을 넘길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내 D2C(Direct to Consumer, 온라인 직거래) 비즈니스 분야의 대표 기업인 에이피알이 널디를 론칭한 것은 지난 2017년. 널디는 불과 4년 만에 1000억 매출을 넘보는 인기 브랜드이자, ‘유재석 화장품’으로 유명한 ‘메디큐브’와 함께 에이피알의 실적을 떠받치는 든든한 양대 기둥으로 성장했다. 널디의 연매출이 1000억 원을 넘기면 에이피알은 이를 기반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수 있다고 널디 관계자는 밝혔다.
 

콘서트장에서 널디 'NY 트랙 퍼플'을 입은 아이유. (사진 = 유투브 '월아조운' 채널 캡처)

 

남다른 핏과 컬러, 널디의 상징이 되다

널디를 대표하는 아이템은 ‘트랙(track) 세트’ 혹은 트랙 수트라고 부르는 옷이다. 속칭 ‘추리닝’(트레이닝복)이라고도 부르는 활동용 의류로, 언제나 스테디한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템이다. 특히 기성세대보다 움직일 일은 더 많고, 격식 차릴 일은 많지 않은 MZ세대의 일상복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시장이 더 커졌다. 전염병 때문에 야외 활동이 위축된 대신 집에서 운동하는 문화가 부상했고, 이에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인 ‘애슬레저’(athletic + leisure, 운동과 여가) 의류, ‘원마일 웨어’(집 주변 반경 1마일 이내를 다닐 때 입기 편한 옷) 등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 정통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젝시믹스, 안다르처럼 요가복, 레깅스 등을 내세운 브랜드들도 깜짝 성공을 맛보는 중이다.

널디의 트랙 수트는 스테디셀러라는 흐름과 최신 애슬레저 트렌드 모두와 통하면서 동시에 뚜렷이 차별된다. 특히 핏(fit)과 컬러에서 뚜렷한 특징이 있다.

 

널디 핏을 설명하는 이미지. (사진 = 에이피알)

 

널디 트랙 수트의 매력은 ‘널디핏’(Nerdy fit)이라고 하는 독특한 오버핏(over fit)에 있다. 널디핏이란 어깨와 가슴, 총장이 모두 1인치 정도 여유 있는 자체개발 오버핏을 말한다. 이 넉넉한 핏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기본 라인 트랙 수트와 차별된다.

또 타 브랜드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과감하고 산뜻한 컬러가 널디 트랙 수트의 또 다른 특징이다. 2017년 브랜드 론칭 당시, JTBC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가 입고 있던 쨍한 퍼플에 노란색 두 줄 테이핑이 더해진 널디의 오버핏 트랙 세트는 이 브랜드를 대중에게 뚜렷이 각인시켰다.

널디는 패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블랙, 화이트, 그레이 등의 에센셜(essential) 컬러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과감한 색깔 전략으로 기성 브랜드와 차별화된 널디만의 이미지를 만들었다.이런 전략 덕에 널디는 ‘컬러 맛집’으로 통한다. 특히 퍼플은 널디 브랜드의 상징 컬러로 인식된다.

올해는 쨍한 비비드 컬러 대신 크리미한 파스텔 컬러의 ‘널디 NY 트랙 세트’를 선보였는데 널디에 따르면 라이트퍼플(라일락), 스카이블루, 핑크 등 소프트 컬러 라인들도 완판 행진을 거듭했다.
 

여섯 너드와 미녀 한 명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미국 인기 시트콤 '빅뱅 이론' 포스터. (사진 = 워너브러더스)

 

널디 브랜드 철학과 우리들의 너드 시절

핏과 컬러는 정통 패션 문법에서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널디의 브랜드 철학과 MZ세대 소비자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면서 트렌드가 됐다.

널디라는 영어 단어의 뜻은 원래 ‘머리는 좋으나 세상 물정 모르는’이란 뜻이다. 널디(nerdy)는 영어 형용사이고, 명사형인 너드(nerd)는 학창시절 교내에서 공부벌레 이미지가 있고, 인기와 멋은 없는 아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요즘 말로 ‘인싸’(인사이더, 인간관계의 중심에 있다는 뜻)와 반대되는 ‘아싸’(아웃사이더, 주변인)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성향이 맞는 너드끼리는 곧잘 어울리므로 친구가 아예 없는 아싸나 왕따와는 다르다. 너드가 간혹 찐따, 쪼다 등 부정적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영어권에서 그다지 부정적 의미는 아니다.

한국번역가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너드는 영어 문화권 청소년이 학교 내 인간 군상을 분류하는 단어의 하나로 20세기 중반부터 쓰였다. 보통 운동선수와 멋쟁이, 학생회 임원 등은 인기가 많아 파티 초대나 연애 가십에 자주 거론되는 학교 내 스타들이다. 반면 인기가 없는 나머지 부류 중에 너드와 긱(geek), 그리고 ‘누구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아이들 등이 있다. 그러니 어쩌면 너드는 ‘응답하라 1997’ 시리즈의 주인공들처럼 ‘딱히 잘 나갔던 적 없던 나의 청춘’을 표현하는 그리운 단어인 셈이다.

패션과 관련짓자면 인기 많은 아이들이 트렌드와 브랜드에 민감하고 멋을 부리는 반면에 너드는 부모가 사준 착하고 단정한 옷만 입거나, 좋아하는 취미와 관련되어 너무 튀는 옷을 입는 등 멋과 상관없어 ‘촌티’가 난다.
 

페이스북을 창립한 마크 저커버그에 관한 전기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한 장면. 펑퍼짐하고 편한 옷을 입고 있다. (사진 = 소니픽처스코리아)

 

이제는 '너드'와 '너드 룩'이 대세

그런데 1980년대 이후 대중문화에서 너드 및 긱의 이미지가 엄청나게 격상됐다. ICT(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너드와 긱 출신 기업인과 개발자들이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세계 10대 기업에 빠짐없이 거론되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등을 설립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바로 너드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과거에 컴퓨터는 너드들이나 만지는 물건, 즉 공학용 계산기 같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요새는 멋쟁이들이 가장 사고 싶은 쇼핑 리스트에서도 너드가 개발한 스마트폰, 노트북 같은 첨단기기가 빠지지 않는다. 멋쟁이들의 인간관계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너드가 개발한 SNS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인류가 소비해야 할 품목과 트렌드를 너드와 긱이 정해주는 세상이다.

너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에서 너드가 그려지는 방식도 달라졌다. 마크 저커버그와 스티브 잡스의 전기 영화는 모두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대됐고, 너드 여섯 명이 주인공인 시트콤 ‘빅뱅이론’은 십 년 넘게 방영되며 사랑받았다. 너드들이나 즐겨 보는 것으로 여겨지던 SF 장르와 만화책 속 수퍼히어로들은 21세기 내내 전 세계 박스 오피스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엄마가 사준 옷이라며 비웃음 사던 너드의 촌닭 패션도 이젠 ‘너드 룩’이라는 새로운 패션 코드로 인기를 끈다. 애매한 핏, 세련되지 않은 컬러와 무늬 조합, 시대와 상황에 맞지 않는 악세사리 등이 패션 문법의 파격, 자유분방한 매력 등으로 어필한다. 명품 브랜드와 패션 매거진이 계절마다 제안하는 패션 트렌드를 보란 듯이 거스르는 촌스러운 패션이 오히려 복고, 뉴트로, 너드 룩이라는 이름으로 트렌드를 이끈다. 그리고 널디의 브랜드 철학과 트랙 수트, 오버핏, 과감한 퍼플이야말로 이러한 트렌드와 일맥상통한다,

널디의 트랙 수트에 적용된 두 줄의 테이핑 장식이 의미하는 바도 이런 것이다. 널디 측 설명에 따르면 한 줄은 ‘사회가 규정한 나’를 의미하고, 다른 한 줄은 ‘나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뜻한다. 그런데 이 둘은 절대 만나지 않을 평행선을 달린다. 사회가 요구하는 패션 규범이 나만의 개성을 침범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성 힙합 댄싱 크루 마큐리(MaQRi)가 널디 트랙 수트를 맞춰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널디 인스타그램)

 

스트릿 문화 속 널디

이런 널디가 추구하는 패션과 타겟 소비층은 스트릿(street) 문화와 맞닿아 있다. 주류 대중문화의 주변에 밀려나 있지만 특유의 치열함과 경계 없는 창의력으로 대중문화의 진화를 이끄는 스트릿 문화에 널디의 브랜드 철학은 잘 어울린다.

실제로 널디가 브랜드를 론칭하고, SNS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올린 첫 이미지가 그래피티 가득한 벽을 배경으로 스케이트보드 트릭을 선보이는 청년의 모습이었다.

널디는 론칭 초기 유명 케이팝 아티스트를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아이유를 비롯해 지코와 강다니엘 등 가장 파급력이 큰 MZ세대 스타들이 입은 모습이 먼저 대중매체에 노출됐다. 그래서 “지코와 아이유가 사장”이라는 루머가 나오기도 했다.

2019년에는 MBC ‘아이돌 육상 대회’의 공식 스폰서를 맡아, 출연 아이돌 전원이 널디의 트랙 수트와 티셔츠 등을 입고 나왔다. 이후에도 케이팝 아이돌들이 팬들과 일상을 소통할 때 널디를 입은 모습이 자주 노출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널디는 ‘잇템’(It-item)으로 꼽히게 됐다.

한편으로 널디는 스트릿 씬의 여러 아티스트와 다양한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코로나19로 대중음악 아티스트와 팬들의 접점인 무대가 사라졌던 지난해 7월에는 대표적인 MZ세대 연예인이자 래퍼인 이영지를 비롯해 힙합 크루 MBA의 멤버인 EK, COVA, 신예 래퍼 박준호, DIME OSKAR, 브린 등과 ‘널디 홈 라이브’를 연이어 진행했다.

 

널디가 걸스힙합 댄서 리헤이와 진행한 '널디스트 컬렉션' 캠페인 화보. (사진 = 널디 인스타그램)

 

지난해 11월에는 2020 F/W 브랜드 슬로건인 ‘난 나만의 길을 갈 거야, 너는 어때? Make your way’를 론칭하면서 각 분야 6명의 아티스트와 ‘널디스트’(Nerdist) 캠페인을 진행했다. 래퍼 겸 크리에이터 캐스퍼, YG 소속 댄서 김희연, 걸즈 힙합 댄서 리헤이, 포토그래퍼 김청아, 디자이너 심수현, 타투이스트 심형민 등이 그들이다.

이후에도 이영지와의 콜라보 캠페인, 신예 힙합 아티스트 원슈타인과의 화보, 걸스 힙합 댄싱 크루 마큐리(MaQRi)와의 콜라보 등을 연이어 진행하는 등 스트릿 씬(scene)의 중심에서 브랜드의 지평을 착실히 넓혀 왔다.

댄서들과의 의리 ‘스우파’로 빛 보다

널디와 스트릿 씬의 이런 의리가 최근 빛을 발했다. M.net에서 방영되어 첫 회부터 화제를 모으며 신드롬이 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의 성공으로 널디도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이다.

‘스우파’는 글로벌 장르가 된 케이팝의 퍼포먼스를 책임지는 K-댄서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에 흔히 등장하는 신파 섞인 개인 서사 없이, 첫 회부터 실력과 마인드 모두 프로페셔널리즘으로 무장한 8개 댄스 크루의 열띤 무대로만 러닝 타임을 꽉꽉 채우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후에도 매회 치열한 승부의 드라마로 명장면과 명대사를 양산해내며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함께 가장 높은 화제성을 이어가는 대세 프로그램 반열에 올랐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방송에 노출된 널디 패션. (사진 = 방송 화면 캡처)

 

출연진의 댄스 실력과 개성, 서바이벌 스토리 외에 이들의 패션도 화제가 됐다. 케이팝 아티스트의 배경에서 춤추며, 얼굴보다 개성 있는 스타일과 동작으로 어필하던 이들의 패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다. 스트릿 패션을 중심으로 각종 믹스 매칭이 어우러져 개성과 대중성을 모두 휘어잡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그 평가의 중심에 널디가 함께 있었다. 첫회부터 널디는 댄스 배틀을 준비하는 크루 영상을 비롯해 스튜디오 촬영분 곳곳에서 많은 크루들이 입고 있는 모습으로 자주 노출됐다. 널디의 패션 제품을 활용한 크루 대기실 인테리어도 눈길을 끌었다. ‘스우파’ 방영 후엔 SNS 및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들이 입은 널디 트랙 수트와 모자 등이 자주 언급됐다.

프로그램과 출연진, 널디의 인기가 동반 상승하면서 지난 20일엔 코스모폴리탄이 ‘스우파’ 인기의 주역인 허니제이, 노제, 리헤이와 널디 화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리헤이는 지난해 11월부터 널디스트로 활동하며 널디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넘치는 개성을 대중문화에 입히며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널디는 ‘스우파’와 닮았다.

K-콘텐츠의 세계적인 기세와 함께 널디도 해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폴 등 해외 6개국에 진출했으며, 이미 지난해 매출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올린 바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라이브 커머스마다 완판을 거듭하고 있으며, 미국 자사몰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트릿 패션의 본산인 일본에서도 상위권 브랜드의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널디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 진출 국가를 20개국으로 넓힐 계획”이라며 “케이팝의 언성(unsung, 노래하지 않는) 히어로인 댄스 크루들이 떠오른 것처럼, 케이 스트릿 패션 역시 세계로 뻗어 나가며 ‘슈프림’과 ‘더블탭스’, ‘Bape’ 등 글로벌 톱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가까운 미래를 기원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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