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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나 '설강화'나... 역사 왜곡 논란 ‘설강화’, 방영 중단 청원·협찬사 손절 역풍 맞은 이유

청원 하루 만에 26만 명 동의- 협찬사 줄줄이 광고 철회…방송가 “SBS ‘조선 구마사’ 수순 밟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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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4호 윤지원⁄ 2021.12.20 17:34:52

JTBC '설강화' 첫회 예고 화면. (사진 = JTBC)

역사 왜곡 논란 속에 지난 주말(18~19) 방송을 강행한 JTBC 새 드라마 ‘설강화’가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설강화’ 첫회가 방영된 다음날인 19일, ‘설강화’의 방송 중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이 청원은 불과 하루만에 26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설강화'는 방송 전 공개된 시놉시스에서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으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며 "당시 제작진은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주장했다. 그러나 1화가 방송된 현재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안기부 캐릭터가 간첩인 남자주인공을 쫓을 때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다.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당시 사용된 노래다.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 국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다수의 외국인에게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송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20일 오후 기준으로 임시 비공개 처리가 되어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공지문을 통해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되어, 관리자가 검토 중”이며 “공개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설강화' 첫회 방영 다음 날인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 하루만에 26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고 검토를 위해 임시 비공개 처리되어 있다.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설강화’는 방영 전부터 시놉시스 및 등장인물 소개에 드러난 여러 설정이 안기부 미화 및 민주화 운등 본질 호도로 역사를 왜곡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3월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JTBC의 드라마 설**의 촬영을 중지시켜야 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22만 6078명의 동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JTBC는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해당 청원 등이 우려하고 지적하는 내용이 “억측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민주화운동 폄훼나 역사 왜곡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방영 후 제기된 청원 및 청원동의 수의 상승 기세가 보여주듯, 첫 방송으로 실체를 드러낸 ‘설강화’를 향한 역사 왜곡 논란은 오히려 더욱 거세지기만 했다. 방영된 드라마에는 JTBC가 공식 입장문에서 ‘억측’이라고 일축했던 내용 대부분이 담겨있었다.

남자주인공 임수호(정해인 분)의 정체는 처음부터 남파 간첩임을 드러내고 있었고, 여자주인공 은영로(지수 분)는 시위 집회 등의 전면에 나서는 운동권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운동권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대학생으로 설정됐다. 또 당시의 명문 여대 재학생인 영로가, 수사관들에게 쫓겨 여대 기숙사에 숨어든 수상한 남자 수호를 교칙, 기숙사 생활수칙, 나아가 국가보안법까지 위반하는 것을 무릅쓰고도 도와주는 이유는, 그를 ‘운동권 대학생’으로 오인함으로써 존경심과 동정심 등의 감정을 느꼈기 때문임이 뚜렷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JTBC의 ‘설강화’에 제기된 역사 왜곡 논란의 핵심은 ‘일부 예민한 시청자의 억측’이 아니라 실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발견된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시절은 대한민국 민중의 민주화 열망이 쌓일대로 쌓여 6월 항쟁으로 폭발했던 해다. 그때까지 군부 독재 권력과 그 추종 세력은 민중의 민주화 요구를 탄압하고, 와해시키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자주 ‘북한 남파 간첩’의 혐의를 씌우는 공작을 펼쳤다. 냉전 시대 분단 국가의 국가보안법이라는 명분 아래 중앙정보부 및 안기부가 이러한 공작을 직접 주도했으며, 납치와 고문과 같은 폭력적인 인권 탄압 수단마저 서슴없이 동원되었다.

대표적으로 1967년의 동백림 사건, 1974년의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이 군부 독재 정권에 의해 날조됐다. 이들 날조 사건에서 간첩으로 몰려 조사 대상이 됐던 무고한 사람이 수천 명, 재판에 회부된 사람이 수백 명이었다. 그중 수십 명이 무기징역, 15~20년의 중형에 처해졌고, 특히 인혁당 관련자로 몰린 8명은 사형이 선고된 지 불과 19시간 만에, 가족에게 고지조차 되기 전에 사형을 당했다.

 

(위로부터) 남파간첩인 남자주인공이 안기부에 쫒기는 장면, 대학생인 여자주인공이 만화책 표지 안에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숨기고 보는 장면. 안기부를 피해 도망가던 남자주인공이 대학가의 민주화 시위 현장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 (사진 = JTBC)

 

'설강화'에 광고 협찬을 하던 다이슨은 논란 이후 광고 편성을 철회했다고 SNS 고객 문의 답변을 통해 밝혔다. (사진 = 인터넷 커뮤니티)

 

JTBC '설강화'는 요즘 트렌드인 레트로 배경을 위해 1980년대라는 시대 배경 위에,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로맨틱한 갈등 구조를 위해 냉전 시대 '남녀북남' 연인을 주인공으로 세운 뒤, 이 설정에 개연성을 주기 위해서 '독재 권력이 반 인륜적 범죄를 통해 다수의 국민을 희생시킨' 아픈 현대사를 비틀어 넣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설강화’의 역사 왜곡 문제를 지적하는 시청자들은 청원 및 청원동의 외에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드라마 협찬사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하려는 조짐이 보일 뿐 아니라, 다수의 시청자들이 해당 협찬사들에 일일이 전화, 이메일, SNS 등을 통해 ‘설강화’의 역사 왜곡 문제를 설명하고, 현명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미 20일 반나절 동안에만 다이슨, 요기요, P&J, 밀리엔스, 넛츠쉐이크, 조스라운지 등 다수의 업체가 공식 입장을 내고 협찬 철회를 선언했다.

다이슨은 SNS 채널을 통해 “JTBC 드라마 설강화의 광고 편성을 철회했다”면서 “해당 드라마의 이슈 사항 인지 직후 바로 조치하였다. 앞으로도 더욱 신중한 자세로 광고 운영 및 모니터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요기요 역시 SNS 채널을 통해 “‘설강화’ 관련하여 제작 지원/협찬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린다”면서 “단순히 해당 채널 내 편성된 시간대에 광고가 방영되었으며, 현재 편성된 광고를 중단하도록 즉각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가에서는 ‘설강화’를 향한 시청자들의 반대 운동 기세가 지난 3월 동북공정 연계 의혹으로까지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영 2회 만에 편성 취소로 이어진 SBS ‘조선 구마사 – 괴력난신의 시대’ 때보다 거세다며, ‘설강화’의 운명 역시 풍전등화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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