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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서 울음 터트린 전 재산 기부 93세 남한산성 김밥 할머니 사연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SNS에 공유... “팔십 년 전 따뜻한 손을 기억하고 울음을 터뜨린 할머니, 그 손 때문에 모든 것을 남에게 내어주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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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5호 안용호⁄ 2022.01.05 14:01:32

사진=연합뉴스

김밥 장사로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장애인을 위해 봉사한 박춘자(93) 할머니가 청와대 초청 행사에 참석해 눈물을 쏟은 사연이 뒤늦게 공개됐다.

이 사연은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2021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서 만난 박 할머니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남궁인 교수의 글에 의하면, 남 교수는 지난 연말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청와대에 초청받았다. 한 해 동안 활발히 활동한 나눔 단체 기관장과 대표 인물을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였다.

대통령, 영부인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던 중 남 교수는 한 할머니를 보게 된다. 남 교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기부자로 참석한 한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대통령, 영부인, 비서실장, 단체의 이사장, 유명 연예인 틈의 왜소한 체격의 구순 할머니. 그 대비는 너무 뚜렷해서 영화나 만화 속 장면 같았다. 어느덧 할머니의 차례가 되자 대통령 내외는 직접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하러 나갔다.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한 분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영부인의 손을 잡은 할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남 교수는 할머니의 우는 모습에 행사에 참석했던 이들의 눈시울이 모두 붉어졌다며 “할머니는 온전히 남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다. 당신은 남한산성 앞에서 김밥을 팔아서 번 돈과 자신의 집과 땅을 포함한 전 재산 6억을 기부했다. 단순히 금전뿐이 아니었다. 스무 살 전에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당해 가족 없이 살던 할머니는 40년 전부터 길에 버려진 발달 장애인을 가족처럼 돌보며 살았다. 고령이 되자 남은 것은 거동이 불편한 몸과 셋방의 보증금뿐이었다. 할머니는 셋방을 뺀 보증금 2천만 원마저 기부하고 거처를 옮겨, 예전 당신이 기부해 복지 시설이 된 집에서 평생 돌보던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라고 할머니가 살아온 삶을 소개했다.

이미지=유튜브 채널 '연합뉴스' 캡처

이어 남 교수는 “그러니까, 성자였다. 할머니가 청와대에 초청받아 영부인의 손을 붙들고 우는 장면은 어느 드라마 같았지만, 현실이었다. 지극한 현실이라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고 그날의 감동을 전했다.

대통령의 인사말과 초청받은 각 단체의 발언이 이어진 후 드디어 박 할머니의 차례가 되었다. 남 교수는 할머니가 초청받은 이들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발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는 가난했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근근이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돈이 없어 배가 고팠습니다. 배가 고파서 힘들었습니다. 열 살부터 경성역에 나가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습니다. 그렇게 돈이 생겨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먹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습니다. 돈만 있으면... 그 뒤로는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주었습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울음바다가 된 행사장에서 할머니 옆자리의 영부인이 가장 크게 울었다고 한다.

남 교수는 “팔십 년 전의 따뜻한 손을 기억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할머니, 그 손 때문에 모든 것을 남에게 내어주신 할머니... 그것은 압도적인 감각이었다. 그 자리의 많은 사람들 또한 치열한 선의로 살아온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높은' 무엇인가가 있었고, 앞으로도 일정 지위의 삶을 영위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따뜻한 손을 나눠주기 위해 자신이 얻은 모든 일생을 조용히 헐어서 베풀었다”라며 '봉사'라는 명목으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그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기분이었다고 그날의 감동을 전했다.

영상 = 유튜브 채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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