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5호 김민주⁄ 2022.01.05 17:12:30
지난 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싼 배달비가 또 한 번 이슈로 떠올랐다. 자택과 15분 거리에 있는 가게에서 배달비가 7,500원~8,500원으로 책정된 것. 배달비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올랐을까.
2018년, 교촌치킨을 선두로 이곳저곳에서 ‘배달팁’을 받기 시작해 현재는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팁이 없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배달비는 2,000원~3,000원대가 가장 많으며 4,000원~5,000원까지 호가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코로나 19가 지속되면서 외식이 어려워지자 배달 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성화됐다. 그에 비해 배달비는 계속 오르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택시비, 택배비보다 비싼 배달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배달팁은 기본적으로 음식점과 주문하는 장소의 거리에 따라 책정되지만 경우에 따라 배달비가 인상되거나 책정 기준이 모호할 때도 있다. 이에 “배달비를 더 내면 배달 앱이 아닌 라이더와 업주에게 이윤이 돌아가긴 하느냐”며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다.
한편 지난 12월 말에는 배달의민족 배달 노동자들이 파업 시위에 나섰다. 요지는 단건 배달 때문에 일은 더 힘들어졌는데 받는 돈은 몇 년째 똑같다는 것이다.
그 후 노동자와 배달의민족 측은 ▲배달료 산정 기준 변경 ▲라이더 보험료 지원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파업 사태는 피했지만 언제, 어떻게 방침이 바뀔지 몰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달팁 관련 이슈가 꾸준히 화두에 오르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수수료 인상이 영세한 입점 업체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진 않는지, 인상 혜택이 배달 기사에게 돌아가는지 확인하라”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에너지경제’에 기고한 오피니언 기사에서 배달비 구조를 수령자(배달앱과 라이더), 지불자(가맹점주, 소비자)로 나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를 비롯한 배달앱들이 ‘단건 배달’(한 번에 한 곳만 배달하도록 하는 것)을 시행함으로써 배달의민족은 월 50억에서 100억 원가량, 쿠팡이츠는 월 200억 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는 한 곳만 배달하게 되면서 한 건 배달 시 드는 경비가 배달료를 초과해, 주문이 늘어도 적자가 난다고 분석했다. 현재는 단건 배달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배달앱들이 프로모션으로 지원하고 있어 업주의 부담은 적지만 배달앱들은 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주들도 프로모션이 언제 끝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만약 프로모션이 중단되고, 수수료가 변동된다면 배달 수수료를 업주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지불자인 업주들은 배달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비용을 떠안으면서도 단건 배달을 감행하고, 소비자는 지금처럼 비싼 배달비를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플랫폼의 적자가 언제 업주, 노동자, 소비자에게 다시 전가될지 모르니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모두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배달 플랫폼의 구조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배달팁 논란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