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5호 박유진⁄ 2022.01.07 10:47:31
지난해 한국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코로나의 영향이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꾸준히 미술관과 갤러리를 방문했고 아트페어와 옥션의 미술품 거래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미술계의 호황은 새해에도 이어질까?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 전시 예정인 국내외 작가들의 화려한 라인업은 그 대답이 될 수 있겠다.
전시가 예정된 해외 작가는 독일 미디어아트의 대가 히토 슈타이얼, 아방가르드 영화의 선구자 요나스 메카스, 프랑스출신 설치미술 작가 다니엘 뷔렌, 일본 대표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유리공예가 장미셸 오토니엘, 프랑스 국민화가 조르주 루오 등이 있다.
올해는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Frieze)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키아프 아트서울은 그동안 코엑스와 공동 주최로 아트페어를 운영해 왔지만 이제 프리즈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로 입지를 다질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갤러리 타데우스로팍(Thaddaeus Ropac)도 최근 아시아 지점을 서울에 개관했다. 독일 쾨닉 갤러리(KÖNIG GALERIE) 역시 도쿄 지점을 서울 청담동으로 옮겼다. 이는 세계 미술계가 어느 때보다 한국을 주목하고 있고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이 홍콩에서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증거이다. ‘k팝’, ‘k콘텐츠’ 한류열풍에 힘입어 ‘k아트’ 역시 한류의 한 축으로 도약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 움직임의 중심에 있는 '5명 한국 작가'의 올해 전시를 소개한다.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3월 24일부터 5월 22일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권진규(1922-1973)는 한국 근현대 조각의 선구자라 불리는 작가다. 일본 명문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역대 졸업생 중 최고의 작가를 뽑는 설문에서 당당히 1위로 이름을 올렸다.
특유의 정신성을 작품에 녹여내며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형상을 추구한 권진규 작가는 한국 근대 조각사의 핵심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권진규 컬렉션’은 유족으로부터 기증된 작가의 작품 140여 점이다. <자소상>(1968), <도모>(1951), <기사>(1953) 등 권진규 작가의 주요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의 부인이었던 ‘ 가사이 도모’의 작품 5점도 포함되어 있다. 권진규 작가의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도 <예술적 산보>라는 전시명으로 7월 26일부터 10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임직순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던 임직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4월부터 6월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임직순은 서양 야수파나 표현주의의 강렬한 색채가 떠오를 정도로 특유의 색채가 인상적인 작가다. 오지호가 호남 서양화단을 견인했다면 임직순은 호남 서양화 화단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 받는다.
‘한국적 인상파’ 화풍으로 불리는 주관적인 미학을 도입한 임직순은 한국 현대미술의 귀중한 화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임직순 작가의 작품 7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일 예정이며 임직순의 예술세계와 호남에 뿌리를 둔 교육자로서 지역 미술계에 미친 영향 등을 조명한다.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
한국적·토속적 미감의 대표 작가 박수근의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의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어 화단을 풍미했던 시기, 박수근은 시종일관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단순한 구도와 거친 질감으로 표한한 그림을 고수했다. 현재 국내 20종의 미술 교과서에 박수근의 작품이 실려있어 비교적 대중들에게 친숙한 작가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박수근의 개인전이며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총 174점으로 역대 최대 작품과 자료가 공개됐다. 박수근의 회화, 박완서의 소설, 한영수의 사진과 함께 전후 서울 풍경을 재조명하는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작년 11월 11일부터 시작해 올해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Ⅳ-이형구(가제)>
부산시립미술관은 한국 미술사에서 괄목할 만한 작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를 조망하는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전을 개최해왔다. 4번째 작가로 초대된 이형구 작가는 몸을 기반으로 다채롭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 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초기 연작부터 2022년 신작까지 이형구 작가의 약 2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작가가 수집해온 인체 모형, 해부학 서적, 드로잉 등 아카이브를 함께 선보여 관람객으들에게 작가의 작업 세계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3월 29일부터 8월 7일까지 예정되어 있다.
<백남준, 소장품전 찬란한 날들>
6일 울산시립미술관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관람 가능한 미디어아트 중심 ‘5개 개관기념전’ 중 하나인 <소장품전: 찬란한 날들>에서는 소장작 3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1호 소장품으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미술가이자 전위예술가,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백남준 작가의 ‘거북’을 소장했다.
‘거북’은 166대의 텔레비전을 거북의 형상으로 만든 대형 비디오 조각 작품으로 1993년 독일에서 제작됐다. 자연과 기술, 동양 정신과 서양문물의 결합이라는 백남준 특유의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장소는 울산의 문화와 정신적 유산이 켜켜이 쌓인 대왕암 공원이다. 소장품전은 1월 6일부터 4월 1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