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7호 윤지원⁄ 2022.01.18 14:35:57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차량용 반도체 대란 등으로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최고급 브랜드 판매량은 급증하며 역대급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한국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최고급 력셔리 브랜드 모델들이 주요 완성차 기업의 주요 수익모델이 됐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실적 악화 위기에도 불구하고 벤틀리, 포르쉐, 롤스로이스 등 고가 브랜드가 선전하면서 이들을 생산하는 제조사들이 견조한 이익을 달성했다.
주식과 암호화폐 등 자본 소득이 늘어난 젊은 부자들에 의해 ‘드림 카’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해외여행이나 명품매장 쇼핑, 사적 모임 등이 어려워진 데 따라 이들의 돈이 슈퍼카 소비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독일 폭스바겐 그룹은 지난해 반도체 칩 부족 사태와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악재를 맞으며 전체 판매량이 전년 대비 8.1%나 감소한 490만대에 그쳤다.
그런데 폭스바겐 그룹 내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인 벤틀리와 포르쉐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벤틀리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1%나 증가한 1만 4659대, 같은 기간 포르쉐 판매량은 11% 증가한 30만 1915대였다. 모두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이다.
이에 폭스바겐 그룹에서도 이들 고수익 모델에 반도체 등 부족한 부품을 집중하면서, 전체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 이익을 견조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벤틀리는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 판매량 갱신을 이어갔고 9년 연속 글로벌 판매량 1만 대의 기록도 이어갔다. 럭셔리 SUV인 벤테이가가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했다.
포르쉐는 중국에서 9만 5617대, 미국 및 캐나다에서 8만 4657대가 판매된 것이 컸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22%나 늘었다. 모델 중에서는 역시 SUV인 마칸과 카이엔이 각각 8만 8362대, 8만 3071대 팔리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벤틀리의 알랭 파비 영업 총괄은 “(차량 생산에) 반도체 칩 부족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면서 “(벤틀리는) 수익성 측면에서 우선순위가 높아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르쉐 영업 및 마케팅 이사 데틀레브 본 플라텐 이사는 “높은 수요와 많은 주문량 덕분에 올해도 자신 있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포르쉐만의 고객 경험을 지속 확대해 독보적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BMW의 지난해 판매량은 약 250만 대였다. 한편 롤스로이스는 전년 대비 49%나 늘어난 5586대를 판매했다. 이는 117년 브랜드 역사상 가장 많은 연간 판매량이다.
롤스로이스 차량은 대당 30만 달러(한화 약 3억 5730만 원) 이상부터 시작된다. 최소 16억 7580만 달러(약 1조 9962억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마틴 프리츠 롤스로이스 미국지사 대표는 “최근 롤스로이스의 초호화 자동차의 평균 고객 연령은 약 43세로 낮아졌고, 대부분은 30대”라면서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로 부를 축적한 젊은 기업가 등으로, 생애 처음 롤스로이스를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워즈 인텔리전스와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생산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7620만 대였으며 올해는 이보다 13% 늘어난 8580만 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보다 작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