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점 침탈 금지 담합 이뤄낸 후 월드콘, 구구콘, 빠삐코 등 아이스크림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아이스크림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담합한 제조·판매사업자와 3개 유통사업자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아이스크림 제조 및 판매를 담당하는 롯데제과, 빙그레, 해테제과 등 대형 업체들이 4년간 가격 담합을 해 왔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해당 업체들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총 1350억 4500만 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담합한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 총 5개 제조·판매 사업자와 삼정물류, 태정유통, 한미유통 3개 유통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6년 당시 주 소비층인 저연령 인구감소와 동네 슈퍼 등의 소매점이 감소하면서 아이스크림 납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제조사들의 수익 사정도 악화됐다.

이에 롯데지주를 제외한(담합 중 롯데제과와 롯데지주는 분할)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테제과 등 4개 제조사들은 영업 전반에 대해 서로 협력하자는 기본 합의를 했다.

이후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를 시작으로 △소매점·대리점 대상지원율 상한 제한 합의 △편의점·SSM·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대상 납품 가격 및 판매 가격 인상 담합 등 업계의 담합은 영업 전반으로 확대됐다.

업체들의 담합 대상은 제조사 또는 제조사 대리점으로부터만 제품을 공급받는 소매점(시판 채널)과 2+1 증정 행사 등을 통해 낮은 납품 가격을 제안한 제조사의 제품을 대량 매입하는 대형 유통업체(유통 채널)였다.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담합

먼저 4개 제조사들은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을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하는 ‘영업 경쟁’을 금지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는 소매점에 대한 지원율 상승 억제를 위해 소매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 납품 가격 하락을 간접적으로 방지하려는 차원이었다.

한 사업자가 합의를 깨고 경쟁사와 거래 중인 소매점에 낮은 납품 가격을 제시해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하면 그 사업자는 자신의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경쟁사 소매점 침탈 개수 추이 자료.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실제 담합을 체결한 뒤 4개사가 경쟁사 소매점 거래처를 침탈한 개수는 4년 사이 719개에서 29개로 줄었다. 또한 납품가격 경쟁도 제한됐다.

한편 부산지역에서도 4개 제조사들과 부산 소재 삼정물류, 태정유통, 한미유통 등 3개 유통사(대리점)들 간에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합의가 이루어지고 실행된 바 있다.


소매점·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담합

지난 2017년 초 4개 제조사들은 소매점 또는 대리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 납품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소매점(아이스크림 할인점 포함)에 대해서는 지원율 상한을 76%, 대리점에 대해서는 80%로 제한했다.


편의점 대상 납품 가격 인상 및 행사 품목 개수 제한 담합
 

편의점 대상 행사 품목 수를 축소했다는 증거 자료.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그해 8월 4개 제조사들은 편의점의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고 납품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뒤 실행에 옮겼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편의점이 실시하는 할인 행사와 덤증정(2+1) 행사 등 판촉행사 대상 아이스크림 품목 수를 3~5개로 축소했다.


아이스크림 제품 유형별 판매 가격 담합

 

제조 4개 사들이 홈류 제품 정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롯데제과 진술 발췌문.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4개 제조사들은 시판채널과 유통채널을 통해 납품하는 아이스크림 제품 유형별로 직접 판매 가격 인상을 합의했다.

17년 4월 시판채널에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이 거북알, 빠삐코, 폴라포․탱크보이 등 튜브류 제품 판매 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했다.

18년 1월에는 4개 사는 티코, 구구크러스터, 투게더, 호두마루홈(대용량) 등 홈류 제품 판매 가격을 할인 없이 4500원으로 고정했다.

그해 10월에는 월드콘, 구구콘, 부라보콘 등 콘류 제품 판매가를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했다.

17년 8월 유통채널에 4개 제조사들은 대형마트 및 SSM을 대상으로는 콘·샌드류 판매 가격은 700원, 바류는 400원, 튜브류는 600원, 홈류는 3500원으로 인상했다.

이듬해 19년 8월에는 모든 유형 아이스크림의 판매 가격을 최대 20% 일괄 인상했다.

편의점에 대해서도 19년 1월 월드콘, 구구콘, 부라보콘 등 콘류 제품과 붕어싸만코 등 샌드류 제품의 판매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했다.


공정위 처벌 내용
 

공정위가 공개한 사업자별 과징금 부과 내역.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이러한 답함 행위에 공정위는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하는 해당 사업자들에게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시정명령은 5개 아이스크림 제조, 판매 사업자 및 부산 소재 3개 유통 사업자 모두에게 부과됐다.

다만 과징금 납부명령은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소극적으로 담합에 가담했다고 판단한 부산 소재 3개 유통사업자만 제외하고 5개 아이스크림 제조․판매 사업자에 대해선 총 1350억 45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먹거리와 생필품 분야에서 물가 상승 및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적발 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