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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포털 꿈꾸는 ‘오픈갤러리’ 박의규 대표 “렌털로 작가-대중에 더 가까이”

1300명의 작가와 4만여 점의 작품을 보유한 국내 최대 온라인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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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9호 박유진⁄ 2022.02.24 10:17:14


2021년 열린 수많은 미술품 경매로 경매사는 최고 낙찰 총액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진행된 아트페어도 최대 방문객과 최고의 판매 성과를 기록했다. 호황에 있는 미술시장이지만, 돌고 있는 자본에 비해 시장의 고객은 소수다. 아트페어와 화랑, 옥션과 같은 1, 2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고액의 작품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여전히 먼 세계의 이야기다.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만난 '오픈갤러리' 박의규 대표. (사진 = 문화경제 )


미술품 렌털 업을 하고 있는 ‘오픈갤러리’의 박의규 대표는 폐쇄적인 미술 시장에 의구심을 가졌다. 그는 대학시절 미술 작업을 하는 친구의 전시 관람을 위해 인사동과 대학로를 오갔다. 작은 갤러리에는 관람객이 거의 없었다. 작가의 친한 지인들만이 전시를 축하하고 작품을 감상했다. 그렇게 수많은 작가의 작품이 지인들에게 전시되고 사라졌다. 역량 있는 작가들도 전시 기회를 잡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보니 작품 판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작가 역시 극소수였다.

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경영 전략 분야에서 일을 했다. 창업을 준비하다 미술시장이 문득 떠올랐다. 사람들의 니즈는 커지는데 시장의 규모는 기이하게도 2007년 이후에 감소했다. “2013년, 창업할 당시 미술에 대한 니즈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반증이 많았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아트페어나 미술관, 갤러리 숫자들이 매년 10%씩 증가했고 전시 관람을 위해 관람객들이 미술관, 갤러리에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니즈는 올라가고 있는데 시장은 정체해 있다'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미술품 렌털 업체 ‘오픈갤러리’가 탄생했다.

미술계의 포털 ‘오픈갤러리’

오픈갤러리는 2013년 설립 이후 1300명의 작가와 4만여 점의 작품을 보유한 국내 최대 온라인 갤러리로 성장했다. 현시대에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전업 작가의 원화 작품을 렌털, 판매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유통한다. 오픈갤러리는 15명의 전문 큐레이터가 공간에 맞는 작품을 컨설팅 할 뿐만 아니라, 전문 설치팀을 통해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렌털 비용은 작품가의 1~3%로 책정하여 미술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3개월마다 그림을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을 먼저 걸어보고 마음에 드는 경우 구매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구매 실패율을 줄인다는 것이 오픈갤러리 작품 판매 방식의 특징이다.
 

큐레이터가 오프라인 방문을 통해 작품을 추천하거나 고객이 직접 온라인에서 작품을 선택한다. 개인 고객이 작가의 원화 작품을 설치한 모습. (사진 = 오픈갤러리 제공) 


“특정 작가 또는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에게 작품을 걸어드리고 렌털 수수료는 작가에게 주는 방식입니다. 작은 규모의 타겟팅 전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오픈갤러리가 미술계의 포털처럼 쓰이길 바라며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렌털로 발생한 일정 수입을 작가들에게 제공하고, 작가들을 대신해 작품을 홍보하며 그들의 경제적 기반이 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렌털 후 구매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작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렌털된 제품 중 3%가 구매로 전환된다. 연간으로 500점 넘게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 판매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오픈갤러리 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접하는 것은 개인 고객뿐만이 아니다. 고객층은 금융사, 병원, 공기업 등 매우 다양하며 일부 고객은 오픈갤러리를 통해 자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아트페어 관계자들, 콜라보를 원하는 기업들이 오픈갤러리 사이트를 보고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빅데이터 가이드라인과 맞춤 큐레이팅이 합쳐진 렌털 서비스

오픈갤러리는 어떤 방식으로 작가와 고객을 연결할까? 박 대표는 10년 동안 꾸준히 고객 데이터를 쌓아온 결과 정교한 가이드라인이 생겼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얻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함과 동시에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하여 15명의 내부 큐레이터가 고객을 직접 만나 섬세한 디테일을 조절한다. 고객들의 평균 서비스 기간은 4년으로 약정 기간이 긴 편이며 연장 비율은 높고 이탈률은 낮다.
 

3개월마다 그림 교체로 공간 분위기 변화가 가능하다. 큐레이터가 작품을 추천하고 전문 설치기사가 작품을 설치한다. 작품을 교체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픈갤러리 제공)


“사이트를 통해 마케팅에 성공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조심스러워집니다. 연결시키고, 팔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부 큐레이터들이 작품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작업을 특히 중요하게 하고 있습니다.” 렌털 서비스의 특성상 고객들이 선호하는 작품이 데이터화되어 뚜렷이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렌털 성과나 판매 성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한다. 박 대표는 오픈갤러리가 포탈 이상의 존재로 작가의 미래와 작업 방향에 영향을 주는 것을 항상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동안 모아온 빅데이터는 사업을 확장하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아트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연계에 적합했다. “삼성이나 현대같은 대기업들과 함께 일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미술 작품을 큐레이팅 하는 단순한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오퍼레이션을 운영할 역량을 함께 쌓아 왔습니다. 물류팀, 오프라인 또는 디지털 마케팅팀, IT 개발 영역까지도 가능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비즈니스적으로 일하기를 좋아하는 작가들과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무실에 있는 오픈갤러리 직원들과 함께 대화하고 있는 박의규 대표.  (사진 = 문화경제)


오픈갤러리가 말하는 아트테크

최근 몇 년간 투자 열풍이 불어오며 ‘아트테크(아트+재테크)’ 또한 주목받고 있다. 박 대표는 오픈갤러리 역시 하반기에 시작할 ‘아트테크 사업’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베타 테스트가 끝났고, 내부적으로는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현재 나와있는 미술품에 대한 분할 투자 방식이 기본적으로 자본시장법 위반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 구조 자체에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수익을 내려면 검증이 돼야 하지만 지금 유동할 수 있는 수단이 경매밖에 없습니다. 경매는 기본적으로 언제 팔릴지, 얼마에 팔릴지를 알 수 없습니다. 미술품 투자자가 5~10%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경매 업체의 중간 수수료 때문에 최소 20~30% 수익을 내야 하는데, 이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할 투자가 아니라면 현재 구조에서 의미 있는 규모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미술품을 세상에 몇 개 없는 특별한 자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술품에는 감가 상각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처럼 중고라도 가격이 더 오르기 때문에 되팔 때 수익이 날 수 있다.
 

하반기에 시작할 오픈갤러리의 '아트테크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박의규 대표. (사진 = 문화경제)


그렇다면 미술품은 왜 활발하게 거래될 수 없는 것일까? 박 대표는 그 이유를 ‘객관화’에서 찾았다. 그는 작가가 정하는 미술품의 가격이 시장의 논리로 보면 주관적이라고 판단했다. 한 명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지만 객관성을 갖지는 못한다. 그는 객관화의 작업을 ‘렌털 사업’을 통해 하게 된다면 시장에서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작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하나를 놓고 보자면, 렌털업은 작품이 1년 12개월 중 몇 달 동안 렌털이 되는지 트레킹 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수 천명이 거래했던 고객 데이터 트레킹을 통해 이 작품이 렌털로 캐쉬 인플로우(cash-inflow, 현금의 유입)가 얼마나 될지가 예측 가능하다. 그것을 연간으로 보면 수익률이 나온다.

“사람들은 자기가 쉽게 생각하는 단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인테리어’ 하면 쉽지만 ‘미술’ 하면 어려운 것이죠. 지금은 투자를 누구나 쉽게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아트테크로 유입되면 미술에도 분명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예술품 투자자들은 자기가 투자한 작품과 작가를 성장시키기 위해 고민할 수 있다. 박 대표는 그런 사람들이 이 업을 분명히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의규 대표는 전업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대중들에게 한 발 더 가까워지는 것이 오픈갤러리의 지향점이라고 말한다. (사진 = 문화경제)


미술시장을 바꾸는 시작은 ‘신뢰’

박 대표는 기존 1, 2차 미술시장에서 지켜지지 못한 부분들을 꼬집으며 아트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미술 시장에는 소비자와 판매 주체 간의 불신이 있습니다.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황당한 상황이 많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면 작품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같은 장난들입니다. 일부의 사람들이 그런 만행을 반복하면서 이 시장을 무너뜨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투명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납득 가능한 시장의 구조를 만들어 간다면 신뢰라는 것은 단순하게 쌓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신뢰가 비단 고객뿐만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오픈갤러리 사업 시작 후에야, 작품이 팔렸는데 작가들이 돈을 못 받는 상황이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갤러리 업이라는 것이 현금이 흐르는 업이다 보니 기복이 심합니다. 어떤 날에는 10억을 팔고 어떤 날에는 전혀 수익을 내지 못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작가들에게 일정한 수입을 줄 수가 없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시스템 자체가 원론적인 것을 지키기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이 개인의 역량과는 별개의 이유로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의 큰 구조 자체가 변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오픈갤러리를 통해 ‘화랑과 경매’라는 좁은 시장을 벗어나 미술 작품이 상품으로서 신뢰를 쌓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전업 작가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미술을 좋아하는 대중들에게 한 발 더 가까워지는 것이 오픈갤러리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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