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0호 유재기⁄ 2022.03.15 16:03:07
“평상시 금은 노란 돌덩이에 불과하지만, 세계적 위기가 닥쳤을 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위기가 클수록 가족의 생존을 위해 최소 3개월 정도의 생활비 수준의 실물 금을 보유해야 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투자 지침서 <투자의 재발견>을 발간했고, 현재는 투자 콘텐츠 분야에서 활동 중인 스페이스봄 이고은 대표는 금 투자의 본질을 견고한 안전자산으로 정의했다. 세계적인 물가 상승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세계적으로 금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 이에 다양한 금 투자 기법이 화제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지천에 널린 금 투자 외에 다양한 투자 관련 얘기를 나눠봤다.
“인류와 긴 역사를 함께 해온 금의 경우 교환과 저장 수단으로 진화하며 가치를 일궈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민이 현재와 같은 사태를 예견할 수 있었을까? 지난해 여름엔 탈레반 정권이 갑자기 들어서면서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인이 자국을 탈출한 바 있다. 리스크 헷지(회피)는 위험에 대한 자산 감소를 막는 방어책이다. 금을 보유하는 것은 어느 정도 헷지 수단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금을 헷지 수단으로 보는 이 대표는 콜 옵션을 이용해 전문가 수준의 금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콜옵션은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면 콜옵션을 매수해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에게 계약금 100만 원을 받고 현재 시세가 2000만 원인 금이 3개월 뒤 2500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을 때 A가 이를 살 수 있는 권리(콜 옵션)를 건넨다. 만약 2500만 원으로 오르면 계약금을 주고 콜 옵션을 산 사람에게 내가 금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금 값이 오르지 않고 그대로 2000만 원 수준에 머무른다면 콜 옵션을 행사할 리가 없다. 나는 금 값이 오를 때를 대비해 실물 금을 소유해야 헷지가 된다. 물론 위험성이 높다. 나는 국내에서 키움증권을 통해 금 콜 옵션에 투자 중이다. 이 방법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수익 고위험)’ 고급 방법이며, 따라서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소개했다.
키움증권뿐 아니라 증권사 별로 금 콜옵션 같은 투자 상품을 운용 중이다. 이런 상품을 알아두면 필요할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금 시장까지 넘보는 코인의 위력
코인을 활용한 금 투자법도 있다. 바로 PAXG(팍스골드: 금과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다. PAXG는 금과 페깅(pegging, 연동)된 암호화폐다.
실물 금을 투자가가 사는 게 아니라 금을 활용한 투자 상품에는 이 밖에도 △금 펀드 △금의 가격을 추종하는 ETF △레버리지를 더하거나 하락에 베팅하는 ETF 등 여러 파생 상품도 있다. 모두 금의 가격 변화에 베팅한다.
PAXG는 지난해 11월, 쿠코인 거래소(홍콩기반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달러나 금 등의 가격과 연동시켰기에 비교적 안정적이다.
이 대표는 “PAXG는 국가 위기 상황에 좋은 투자”라면서 “PAXG 투자자는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런던으로 가 구입한 금보관증서(PAXG)를 보여주고 투자한 만큼의 금을 인수하면 된다”라고 실물 금에 대한 가치를 강조했다. 덧붙여 “꾸준히 모은다면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진가를 발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PAXG의 강점은 실물 골드바를 물리적으로 소유하는 것과 비슷한 이점을 기반으로, 실시간 시장 가치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생태계 내의 다른 암호화 자산 거래소, 지갑, 대여 플랫폼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덧붙여 이 대표는 “금 옵션 투자를 병행하고 싶다면 유동성이 좋은 한국거래소(KRX)와 PAXG에 대한 투자도 고려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이 대표는 금 투자를 ‘진짜 금과 가짜 금’으로 나눠 설명했다.
“진짜 금 투자는 실물이나 실물 금으로 바꾸는 방법을 말하고, 가짜 금 투자는 금의 가격 변화에만 베팅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진짜 금에는 ‘실물 금’, ‘한국거래소’, ‘골드 뱅킹’ 등이 있다.”
일반인이 가장 하기 쉬운 금 투자법 첫 번째는 한국거래소 이용이다.. 증권사를 통해 금 현물 전용 계좌를 만들고 증권사 홈트레이딩 시스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을 통해 KRX 금 시장에서 금 거래를 할 수 있다. g 단위로 매매할 수 있으며 시세차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100g 이상부터는 금을 실물로 인출할 수 있으며 거래 수수료는 0.3%다.
두 번째는 시중은행의 '금 통장'을 이용한 투자다. 계좌에 돈을 넣으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에 따라 금을 사 넣어 준다. 0.01g 단위로 매매할 수 있어 소액 투자가 가능한 강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1%의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고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15.4%)도 내야 한다.
마지막 세번 째는 이 대표가 강조하는 금 실물 보유다. 금 실물을 소유한다는 만족감이 높지만 구입 시 10%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고, 구입처에서 약 6%의 수수료를 뗀다. 소량 투자보단 대량 구입해 장기 보유 시 유리하다. 주식 투자보다 프로세스가 간단하다.
김치처럼 묵혀둘수록 맛나는 안전자산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는 커뮤니티와 거래소별 그래프로 투자 상황을 볼 수 있다. 금 투자 역시 학습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 금 시세를 주시해야 하며 세계 통화량과 금 시세를 비교해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위 표의 핵심은 환율이 낮거나 금의 가치가 화폐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을 때 금 투자를 늘려가는 게 유리한 투자임을 보여준다.
“금 시세를 가늠해 보는 방법은 금과 교환되는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금 가격이 상승한다는 점이다. 덧붙여 각종 상황에 따라 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달라지면서 가격이 변함을 알 수 있다. 관심을 제외한 금 가격의 변화를 살펴보려면 통화량과 비교해야 한다. 전 세계 통화량(M2)과의 비교를 통해 금 가격을 평가해봤다(위 표). 국제 금 시세는 금 1 트로이온스와 교환되는 달러의 양으로 표현된다. 표를 보면 금의 가격은 곧 금과 달러의 교환 비율(환율)이다. 추세선(초록색)은 금의 실질 가치(믿음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달러로 표현된 금의 가치다. 우상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전 세계 통화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의 가치 상승이 아니라 교환되는 화폐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금 가격 상승에 대해 하나금융투자 전규연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헷지 수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각국의 물가 상승을 야기해 금 투자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 금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면서도 "사태가 진정된 이후엔 완만한 하락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소개했다. 미 연준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금 보유 메리트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가 유리할까? 이에 이 대표는 “달러 환율이 낮을 때 금을 사는 게 유리하지만, 환율을
맞출 사람은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자산을 분산하며 금을 꾸준히 모으는 게 좋다. 그리고 그 자산을 믿는다면, 보유 기간은 ‘영원히’다. 또한 금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길 바란다. ‘1986 USD/t.oz GOLD’에서 앞의 1986은 큰 의미 없는 숫자다. 현재 자신이 보유한 금이 몇 돈인지, 몇 그램인지가 더 중요하다”라면서 지속적으로 금을 모아가는 투자를 강조했다.
최근엔 실버 바(은)의 인기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한국조폐공사는 금에 비해 접근성이 용이한 은을 활용한 ‘초콜릿 모형 실버 바’와 같은 실험적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실버바 투자에 대해 이 대표는 “금과 은의 차이점은 화학적인 안정성에 있다. 금은 원자 구조상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금속으로 다른 원자나 분자와 쉽게 결합하지 않는다. 반면 은은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 비교적 쉽게 변한다. 주로 황화 반응과 염화 반응으로 산소와 만나 산화피막을 형성, 변색이 된다. 이는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차이는 비중이다. 금과 은의 비중 차이는 약 두 배로 금이 높다. 같은 무게의 금과 은을 보관하려면 은이 금보다 부피가 커 보관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같은 무게가 가지는 금과 은의 교환 비율(환율)은 평균 ‘60 SILVER/GOLD’ 정도로 40과 100 사이를 오간다. 즉, 같은 가치의 은을 보유하려면 금보다 약 60배 정도 무겁고 약 120배 정도 부피가 더 커 투자 목적이라면 금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금에 대한 올바른 투자 자세에 대해 ‘가족을 위한 안전자산’임을 강조했다.
“한동안 천대받던 금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관심은 곧 가격에 반영되지만. 그 누구도 금 가격 추이를 쉽게 예측할 순 없다. 이는 사람들의 마음(관심)을 읽어야 하는 문제다. 금을 꼭 투자 대상 이상으로 위기 때 나와 내 가족을 지켜줄 자산으로 바라보면 가격에 휩쓸리지 않고 금을 모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