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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분쟁 줄이는 ‘유언대용신탁’ … 개인집행 부담 없어 인기몰이

‘치매, 개인 장례, 자녀 간 유산 상속 싸움’ 줄이는 데 효과적 … 비용은 ‘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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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유재기⁄ 2022.04.01 16:18:05

100세 시대가 도래하며 유산 상속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엔 자산 승계의 또 다른 방법인 '유언대용신탁'이 각광받고 있다. 사진 = Pexels

“유언장은 작성하는 사람에게나 집행하는 이에게나 부담감이 크다. 인간 대 인간으로 진행되는 유언장은 만에 하나 집행자에게 연락이 안 될 수도 있고, 남은 유족이 많다면 누군가에게 유산이 집중될 경우 분쟁이 커져 복잡한 재산 싸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상속 재산을 맡기는 고객)가 마음 편하게 여생을 누리게끔 확신과 믿음을 주는 계약이다. 생전 지정한 항목대로 수탁자(은행)가 딱 그 요청대로만 유족에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신탁을 통한 자산관리 플랫폼을 운영 중인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유의 박현정 센터장은 유언대용신탁이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치매안심신탁’과 ‘성년후견 지원신탁’을 선보였다.

신탁은 국내엔 다소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대중적 인지도 높은 ‘자산승계 방법’으로 꼽힌다. 이에 국내에서도 유언대용신탁(이하 신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얼핏 보면 유언장과 비슷할 것 같지만 상속이 집행되는 과정은 크게 다르다. 수탁자(은행)는 고인이 된 위탁자가 원하는 대로(미리 정한 대로) 유산 상속을 집행하므로, 관련 없는 이가 등장하더라도 유산이 다른 길로 새는 걸 문제 없이 막아준다. 무수한 종류의 신탁이 많지만 이번 시간엔 유언대용신탁의 필요성과 쓰임새를 살펴본다.

위탁자 중심의 철저한 설계로 움직여

박현정 센터장은 한 사례를 통해 신탁의 본질을 강조했다. “과거 한 어르신이 친손자에게 서울 소재의 집 한 채를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썼다. 그 어르신에게는 두 딸과 외아들이 있었다. 얼마 뒤, 어르신이 사망하자 아들은 자신의 자식에게만 상속 재산이 모두 가는 게 미안했는지 자신의 형제와 3분의 1씩 나눠 가지기로 했다. 고인의 유언대로 집행되지 않은 이유는 상속자의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이라면서 “유언대용신탁을 맺어 놨다면 위탁자가 원한 조항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고인의 유지가 저촉 받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언대용신탁은 별도의 유언장 작성 없이도 미리 지정해 놓은 조건에 따른 상속 재산의 배분 및 신탁재산의 관리까지 가능하다. 출처 = 하나은행

 

유언장을 남기는 방식은 ‘자필, 공증증서, 구수증서, 비밀증서, 녹음’ 등 총 5가지로 나눠진다. 이 중 마지막 방식만이 효력을 발생시키지만,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유언대로 유산이 상속되려면 상속자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요즘같은 시국에 해외 거주자에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유언대용신탁이라면 이러한 불편 사항을 미리 조항에 넣어 작성하면 문제 없이 상속이 진행된다.

위탁자의 입맛대로 모든 항목을 정할 수 있을까? 박 센타장은 “이는 은행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이 ‘다르다’고 한 부분은 위탁자의 까다로운 요구를 은행권이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른 센터만의 노하우다. 유언대용신탁 조항의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얘기가 이어졌다. “자신이 사망하면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10억 정도의 현금을 보유한 위탁자가 있었다. 위탁자는 자신의 사후 아들이 매월 은행으로부터 250만 원씩 타다 쓰는 절차와, 병원 이용 시에만 진료비 100%를 지급(영수증 첨부)하라는 조항을 만들어 놨다. 실제 상속자(아들)는 위 절차대로 유산을 받고 있다.”

 

상속자(아들)가 상속 재산을 한꺼번에 탕진하거나 사기에 휘말리는 등의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위탁자(부모)가 미리 살아생전에 정확하고 안전하게 마치 법 조항처럼 만들어놓은 덕이다.  

위탁자가 상속을 의뢰하는 유산의 종류는 대부분 현금과 부동산이다. 금과 암호화폐도 재산으로 인정될까? 이에 박 센터장은 “엄격하게 물고 늘어지면 법적으로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금과 암호화폐는 관리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신탁 재산 종류는 7가지(금전, 증권, 채권, 동산, 부동산, 부동산 권리, 지식재산권)로 국한된다. 미술품 역시 “가치가 요동쳐 상속 계산도 어렵고 관리 또한 쉽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증여하기 좋은 재산으로 박 센터장은 건물을 꼽으며 “갈수록 부동산 및 건물 시세가 오르며, 미리 증여하는 게 절세에 효과적이다. 10억 원 상당 건물을 소유한 위탁자가 본인이 10년 뒤에 사망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 빠른 상속이 유리하다. 비단 유언대용신탁이 아니라도 가치 상승 여력의 재산은 빠른 증여의 절세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수익 아닌 개인이란 ‘역사’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접근

 

코로나19 시대, 비대면을 활용한 각종 신탁 상담이 많이 출시돼 관심있는 이라면 한 번쯤 상담을 통해 소유 재산의 상속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사진 = 하나은행 

최근엔 국내에서도 주요 선진국 못지않은 양성평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속 재산에 대해 남자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가정이 많다. 위탁자의 결심은 존중받아야 할 권리지만, 간혹 아들과 딸에 대한 유산 분배 과정에 잡음도 많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한 위탁자가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재산의 90%를 아들에게, 나머지를 딸들에게 나눠주라는 조항을 남겼다. 이에 불만을 가진 딸들이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을 걸었다.” 

유류분이란 고인이 된 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에 따라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고인의 의사에 따라 재산이 처분된다고 해도 남은 유족이 이견을 제시한다면 조정 가능하다. 유류분 권리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다. 배우자나 직계비속의 유류분은 법정상속액의 2분의 1(1순위)이며 직계존속과 형재자매는 법정상속액의 3분의 1(2순위)이다. 하지만 제1순위의 상속인이 있는 경우 제2순위 상속인은 유류분을 행사할 수 없다.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상속이 큰 마찰 없이 마무리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종종 유족 간의 유류분 이슈가 있어도 분쟁을 최소화하는 장치임은 틀림없다. 인터뷰 중 '수십~수백억 자산가들만 유언대용신탁을 찾는 게 아닐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에 대해 박 센터장은 “과거엔 자산가들만이 신탁(및 유언대용)을 이용했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자가를 소유한 이들의 재산이 급등했다. 몇 백만 원 단위부터 1억 정도의 현금을 활용한 신탁 문의를 보면 직장인도 많은 편”이라며 달라진 신탁 문화를 설명했다.

혼자 사는 이들도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사망 후 장례를 치러달라'라는 특수목적의 신탁을 하기도 하고, 살면서 신세 진 주변인에게 '재산을 전해달라'는 사연도 있다고 한다. 유언대용신탁은 은행의 수익 상품이기도 하지만, 개인이 평생 모은 재산이 이어지게 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버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처럼 세상엔 사기꾼도 많기 때문이다.

“심하지 않은 치매 증상의 한 어르신이 유언대용신탁을 가입했다. 위탁자 옆엔 간병인(여성)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꽃뱀’이었다. 부동산과 유언대용신탁까지 그 여성이 자기 명의로 돌리려고 시도했지만, 조항은 위탁자만 수정할 수 있기에 간병인의 간섭을 막다가 자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조사해 보니 간병인은 위탁자의 자식도 모르게 오랫동안 재산을 챙겨왔음이 밝혀졌다. 서둘러 위탁자의 나머지 재산도 유언대용신탁에 넣고 항목을 수정했다. 그 꽃뱀은 어르신 곁을 떠났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며 인류의 수명은 늘었지만 그만큼 다양한 병도 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만이 은행권의 서비스가 아니다. 다양한 은행에선 저마다의 특성과 강점을 입힌 신탁을 선보이고 있다. 위탁자가 질병과 치매 등으로 의사 능력이 문제 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청구대리인을 통한 자산관리를 맡기거나 요양비와 간병비(지정한 생활비)를 지급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신탁 상품도 있다. 애완동물 시대를 반영한 KB국민은행의 ‘KB반려행복신탁’도 눈에 띤다. 반려동물 양육을 위한 자산관리부터 상속까지 이 신탁을 통해 가능하다. 

신탁에 대한 보수 지급은 천차만별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탁재산가액의 ‘0.5~1%’가 계약보수로, ‘0.75~1.5%’가 집행보수로 부담된다. 관리보수(연보수)는 신탁원본평균잔액 연 기준으로 ‘0.3~1%’ 수준이다. 부동산 및 기타 재산은 계별 계약에 따라 상이하므로 충분히 상담을 받고 진행해야 한다. 또한 시중은행 신탁 상품마다 차이가 있으니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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