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3호 윤지원⁄ 2022.04.03 11:39:34
CJ그룹이 미래를 ‘4개의 성장 엔진’에 걸고 달린다. 4개의 미래 성장 엔진은 컬쳐(Culture, 문화),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건강),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이다.
지난 3월 29일 서울 중고 CJ인재원에서 열린 CJ주식회사 제6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김홍기 CJ 대표는 “계열사는 4대 미래 성장 엔진인 컬쳐, 플랫폼, 웰니스, 지속가능성 기반 위에 선정된 혁신성장 사업 중심으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실행해 새로운 영역과 영토로 지속 확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핵심 사업에 있어 초격차 역량을 구축해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강화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하고, 미래 트렌드와 기술에 부합하는 BT(생명공학), I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도 신사업을 지속 발굴하고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인사 제도와 조직 문화의 혁신에 관해서도 “최고 인재에게 연공서열을 타파한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탁월한 성과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 혁명적 조직문화 혁신”이라며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룹 지주회사가 공언한 이러한 비전과 목표는 몇 달 전 이재현 CJ 회장이 임직원들을 향해 선언한 ‘CJ의 미래와 인재’ 주제의 ‘2023 중기 비전’의 재확인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동영상을 통해 임직원들과 소통했다. 그는 2010년 ‘제2의 도약’을 선언한 지 11년 만에 그룹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선언을 내놓았다. 4대 미래 성장 엔진으로 CPWS를 꼽고, 여기에 3년간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선언이다.
과거 2010년의 선언에서 제시한 목표는 “2020년 매출 100조 원, 해외 매출 70% 달성”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CJ그룹의 연간 매출은 34조 4840억 원, 영업이익은 1조 8818억 원, 순이익 8070억 원이었다. 각각 전년 대비 8%, 35%, 296%씩 성장한 호실적일 뿐 아니라 사상 최대 실적이었지만 11년 전 제시했던 ‘그레이트 CJ’의 목표에는 크게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이 회장은 그런 CJ그룹의 현재를 두고 ‘성장이 정체된 상태’라고 규정했다. 그는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했다.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했다”면서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고 인정했다.
새로운 선언에서 이 회장은 “미래 혁신성장을 이루겠다”면서 4대 미래 성장 엔진에의 투자와 함께 “최고 인재의 육성과 일하는 문화 혁신을 최우선으로 추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젊고 유능한 인재 육성 위한 파격적 조직 혁신
CJ는 CPWS 성장을 위해 올해부터 전 세계에 걸친 M&A(인수합병)와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단행한 임원 인사의 주된 특징도 이러한 목적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CJ그룹 올해 정기 인사에서 신임 임원(경영리더) 승진자는 모두 53명. 그중 글로벌사업부문의 신임 경영리더는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략기획 6명, 신사업 5명, e커머스‧IT/디지털 4명 등 미래 성장의 중추가 될 경영리더를 다수 발탁했다.
인사제도 및 조직문화의 개선 의지도 반영됐다.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 등 6단계로 구분됐던 기존의 임원 직급을 2022년 인사부터 모두 ‘경영리더’라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다. 신임 경영리더 승진자 수도 2020년 19명, 2021년 38명보다 대폭 늘어난 53명이었다.
계열사별 직급 파괴도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7단계였던 직급을 3단계로 줄였고, CJ대한통운은 올해부터 7단계에서 4단계로 줄였으며 CJ ENM은 직원 직급을 없애고 직무만 남겼다.
3월 14일에는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 돌입했다. 이번 CJ그룹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최대 규모다. CJ그룹은 “악화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인재제일’ 경영철학 실천을 위해 매년 정기 신입사원 채용을 지속해 왔고, 특히 올해는 그룹의 중기비전 실행을 위한 우수 인재 조기 확보 차원에서 규모를 늘린다”고 밝혔다.
4대 미래 성장 엔진 신사업에 속도
주력 계열사들은 미래 성장 엔진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주력 사업인 식품 부문에서 ‘웰니스’ 엔진에 해당하는 BT 사업 확장을 꾀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네덜란드의 BT 기업 ‘바타비아’를 지분 75.82%를 2677억 원에 인수하고 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GT CDMO)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1월에는 건강사업부를 분리해 헬스케업 전문 자회사 ‘CJ웰케어’를 설립했다. 6조 원 규모로 급성장한 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CJ웰케어는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분석 데이터를 보유한 이원다이에그노믹스(EDGC)나 ·케어위드 등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생애주기별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중점적으로 한다.
또한, 지난해 인수한 바이오기업 ‘천랩’은 지난 1월 ‘CJ바이오사이언스’로 이름을 바꿔 출범하면서 ‘레드바이오’(제약바이오) 사업도 본격화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 10건, 기술수출 2건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컬처’ 엔진을 맡고 있는 CJ ENM은 할리우드 영화 ‘라라랜드’의 제작사인 ‘엔데버 콘텐츠’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약 80%를 7억 7500만 달러(약 9200억 원)에 인수했다. 미국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인 엔데버그룹홀딩스 산하 제작사였던 엔데버 콘텐츠는 ‘라라랜드’ 외에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BBC 드라마 ‘킬링 이브’, ‘더 나이트 매니저’ 등을 제작했다. CJ ENM은 보유하고 있는 K드라마 히트작의 리메이크 등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의 거점으로 엔데버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2023년까지 2조 5000억 원을 투자해 미래 첨단 물류를 이끌어가는 혁신 기술 기업이 되어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미래 비전을 밝힌 바 있다. CJ대한통운은 전자상거래와 택배, 신(新)라스트마일(상품이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 배송 등 플랫폼 사업 육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먼저 2023년까지 수도권 전자상거래 핵심 거점과 3온도(냉장·냉동·상온) 풀필먼트 센터를 추가로 구축하는 등 융합형 풀필먼트 인프라를 현재의 8배 수준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CJ는 새로운 경영 슬로건으로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듭니다. LIVE NEW (Create future lifestyle with you)”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우리의 일상을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전 세계인의 삶을 흥미롭고 아름답게,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새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 문화경제 윤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