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2호 김민주⁄ 2022.04.19 09:38:16
GS건설이 몇 년 사이 건설사의 보수적인 이미지와 퍽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 수주와 도급 위주로 운영되는 전통 사업을 벗어던지고 국내외에서 투자개발형 신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보다 획기적이고 새로운 방식을 개발, 추진하고 있는 GS건설이 내세운 신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과 ‘디지털’이다. 이는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을 통한 신사업 발굴’이라는 올해 경영 방침에 따라 뽑힌 것이다.
GS건설이 신사업들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한 건 허윤홍 사장이 등장하면서부터다. GS건설 허창수 총수의 외아들인 허윤홍 사장은 2018년 신사업추진실장 부사장으로 나섰고, 지난 2019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사장은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Saint Louis University)에서 국제경영학 학사를 취득하고,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MBA를(경영학 석사)를 따냈다. 그 후 GS칼텍스를 거쳐 2005년 GS건설에 발을 들였다. 이후 재무팀장, 경영혁신 담당, 플랜트 공사 담당, 사업지원실장을 역임하며 경영 경험치를 쌓았다.
그는 현재 GS건설 신사업 부문 우두머리로서 유연한 사고로 트렌드를 파악해 신사업 추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GS건설의 신사업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순항 중인 모듈러 사업
GS건설은 인력난과 환경오염의 대안으로 떠오른 모듈러 사업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초, 독일 모듈러 주택 시장에서 매출 4위에 오른 폴란드 단우드사((Danwood S.A), 고층 모듈러 실적을 보유한 영국 엘리먼츠 유럽(Elements Europe Ltd)을 인수했다. 엘리먼츠는 허 사장이 인수 절차를 적극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선진 모듈러 업체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모듈러 공법은 기본 골조, 블록, 내부 바닥, 마감 등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으로 옮겨 조립·시공하는 건축 기법이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듈러 건축은 에너지 절약, 비용 절감, 인력 축소, 공기 단축, 폐자재 최소화, 재조립(재활용) 등 장점이 있다.
매출에서도 성과가 뚜렷한 편이다. GS건설 신사업 관련 지난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 목조 모듈러 주택 회사이자 단우드를 산하에 두고 있는 'GS E&C Poland SP.ZO.O'의 매출은 161.33%, 반기순익은 206.56%로 각각 급상승했다.
또한 2020년 8월, GS건설은 2020년 모듈러 전문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한 후 2021년 자이가이스트 건축사 사무소를 세웠다. 경기 하남 덕풍동 일대에 목조 주택 시공을 위한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진행했다. 국외에서뿐만 아니라 국내 현장에도 목조 모듈러 주택을 선보인 후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GS건설은 20년 충북 음성군에 PC(Precast Concrete,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장 설립을 위해 충청북도 및 음성군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모듈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바 있다.
PC공법은 슬라브, 기둥, 보, 벽체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방식으로, 품질, 내구성 등에서 장점을 보인다. GS건설은 해당 투자 협약을 통해 현재 충북 음성군 중부일반산업단지의 약 15만㎡(4만 5000평) 규모 부지에 연간 12만㎥의 PC 부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해 PC 부재를 생산 중이다.
GS건설은 “해외 모듈러 시장을 선점하고, 각 회사의 강점과 기술 그리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외 모듈러 시장을 적극 공략해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GS건설, 수처리 기술 내세워 친환경 연어 대중화 사업 도전
GS건설이 발굴한 신사업 중에는 M&A 및 협약, 투자를 통한 먹거리 개발도 돋보인다. GS건설은 지난 3월 뜬금없이 연어 공급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GS건설 허윤홍 신사업 부문 대표는 신세계푸드와 손잡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S건설이 민간 투자자로 참여한 부산 스마트 양식 시설에서 생산될 연어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신세계푸드와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와 판매까지 상호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건설사에서 연어를 공급한다니 영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앞서 GS건설은 2020년 7월 부산광역시와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3년 준공을 목표로 부산 기장군에 스마트 양식 테스트베드도 건설할 예정이다.
여기서 스마트 양식이란 ICT 기술 등을 응용해 육지에서 해산물을 양식하는 방법이다. 해수 정화 기술과 양식장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처리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스마트 양식 테스트베드는 GS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수처리 기술을 이용한 친환경 양식장으로 건설된다. 이는 연어 양식에 사용되는 바닷물을 정화해 양식수로 사용하고, 사용한 양식수는 여과를 거쳐 재사용함으로써 바다 오염을 막는 방식이다.
GS건설은 전부터 이 ‘수처리’ 기술에 관심을 보였는데, GS이니마(GS Inima Environment S.A.U)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GS건설은 지난 2012년 스페인 기업 'GS이니마'를 인수하며 국내 건설사 최초로 세계 수처리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필터를 이용한 역삼투압 방식의 해수 담수화 업체로 수처리 기술을 보유해 남미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2020년엔 브라질 수처리 시장 점유율 1위 'BRK 암비엔탈'의 산업 용수 부문(지분 82.76%)을 인수하며 영역을 넓혔다.
GS건설 수처리 사업은 기존 건설업이 유지해 온 설계·조달·시공(EPC) 위주가 아닌 투자를 통해 운영권을 가져와 30년 이상의 장기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GS이니마의 4년간 실적은 괄목할 만했다. 매출은 2016년 첫 2000억 원을 달성한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 2020년 2950억 원을 육박했다. 같은 기간 당기 순이익은 116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1608억 2600만 원, 반기순익 127억 2400만 원을 기록했다. 전기 대비 각각 5.82%, 28.97% 증가한 수치다.
이에 GS건설은 GS이니마가 보유한 수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부산시와 협약을 체결해 4차 산업 혁명 기술인 스마트 양식 사업에 발들였으며, 나아가 연어 공급 사업까지 추진하게 됐다. 허 사장의 뛰어난 추진력과 오픈마인드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연어 양식 사업은 허 대표의 관할 아래 당사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2년간 연어를 양식해 2025년 본격적으로 제품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바다 연어 양식의 장애물인 기생충 ’바다이’나 질병균 및 중금속 폐기물, 미세플라스틱 등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 없이 청정 연어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국내 유통 연어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했던 반면, GS건설이 친환경 설비에서 양식한 연어를 유통 과정도 줄여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내년 완공 예정인 부산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에서 대서양 연어를 실증 생산하고 국내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후에, 국내외 시장을 겨냥한 사업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리튬이온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진출
GS건설은 전기차 보급에 따른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관련 사업에 투자를 확보하며 또 다른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섰다. 이 사업은 이미 선진국들에게 친환경 미래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GS건설은 20년 포항 영일만 4 일반 산업 단지 재활용 배터리 규제자유특구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 진출했다.
그 후 GS건설 자회사인 에네르마㈜가 지난해 9월 포항 영일만 4 일반 산업 단지 내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서 2차 전지 재활용 공장 착공식을 갖고,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신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된 이 리사이클링 사업은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GS건설은 1차로 올해까지 약 1000억 원을 투자하고, 2차 전지에서 연간 4500톤의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의 유가 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어 2차 투자로 연간 1만여 톤 규모로 사업을 확대해 전후방 산업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통분모는 역시 친환경
GS건설은 다른 기업들처럼 ESG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신사업 부문에서 친환경을 키워드로 내건 만큼 모듈러 사업, 스마트 양식장 사업,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 태양광 사업 등 모두 환경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사업 부문뿐만 아니라 GS건설 플랜트 부문에서도 친환경적인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지난 3월 말, GS건설이 바이오디젤 생산기술 업체인 덴마크 할도톱소(HALDOR TOPSOE)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바이오디젤 생산 설비 모듈화 사업에 나섰다.
협약은 GS건설이 바이오디젤 생산 기술의 선두주자인 할도톱소가 보유한 핵심 공정 ‘하이드로플렉스(HydroFlexTM)’ 기술을 표준화해 모듈화 하겠다는 취지다. 할도톱소는 바이오디젤 생산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GS건설은 모듈화 기술력을 통해 설계, 시공을 표준화함으로써 투자비를 절감하고 공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할도톱소는 화학, 석유 사업에서 세계적인 탄소 저감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할도톱소의 하이드로플렉스 기술은 식물성 기름, 콩기름 등의 재생 가능한 원료를 제트 연료유나 디젤 등으로 변환하는 핵심 기술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수소플랜트로 시작해 바이오디젤,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탄소저감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로의 진출을 발판 삼아 EGS 선도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친환경 신사업 확대를 통한 지속가능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