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4호 김민주⁄ 2022.05.23 17:25:20
홈쇼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아마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일일 터다. 때문에 유통 업계에선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총동원하는데, 최근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방법으로 ‘래플 마케팅’(Raffle Marketing)과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이 있다.
래플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명품, 한정판 제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법이다. 이는 기금 모금을 위한 추첨 복권을 뜻하는 ‘래플(raffle)’에서 유래된 개념으로, 구입 자격 또한 추첨을 통해 주어진다. 한정판 상품을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방법이 불편함은 물론 불공평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래플 마케팅이 인기를 얻고 있다.
헝거 마케팅은 쉽게 말해 한정판 마케팅이다. 제품을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패션, 유통 등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헝거 마케팅의 ‘헝거’란 공급 물량을 적게 조정함으로써 수요 심리를 자극하고 소비자를 ‘배고픈’ 상태, 상품이 부족한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다. 이는 소비자에게 상품이 특별하다는 의식을 심어 주고, 구매 욕구를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옷, 가방, 전자기기 등을 판매하며 한정 수량을 강조하던 기존의 홈쇼핑 방송과 달리 롯데홈쇼핑은 조금 독특한 형태로 헝거 마케팅을 활용 중이다.
컬처 전문관 ‘방구석컬처관’ 론칭
홈쇼핑서 아트테이너 연계해 예술품 한정 판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컬처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미술품 판매, 문화 콘텐츠 기획 등 컬처 사업을 본격화하며 ‘아트테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자사 모바일 앱 ‘롯데홈쇼핑’ 내 문화 예술 전문관인 ‘방구석 컬처관’을 론칭했다.
방구석 컬처관에는 원화, 명화, 아트 상품 등 분야별로 총 100여 점의 작품들이 걸렸다. 이 공간에서는 롯데홈쇼핑 모바일 생방송 ‘엘라이브(L.live)에서 선보였던 리미티드 에디션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 엘라이브에서 아트테이너와 연계한 단독 기획 ·한정 상품을 소개 및 판매한다.
지난 3월 롯데홈쇼핑은 엘라이브 프로그램 ‘셀럽라운지’에서 20만 팔로워를 보유한 아트테이너 ‘필독’의 작품을 한정 판매했다. ‘필독’은 아이돌 그룹 빅스타 출신으로 MZ세대에서 인지도 높은 유명 팝아트 작가다. 당일 방송에서는 ‘Round&round 3things’, ‘변화의 외침’ 등 원화 작품 10점과 단독으로 선보인 ‘Ready to start’ 한정판 판화 100점을 액자와 친필 사인을 포함해 판매했는데, 100만 원대 원화 작품이 20분 만에 완판됐다.
지난 4월엔 엘라이브에서 돼지를 작품의 핵심 소재로 활용해 풍자와 해학을 표현한 한상윤 작가의 팝아트 작품을 한정 판매했다. 이때 한 작가와 전문 큐레이터가 출연해 직접 작품을 소개했다. 한 작가는 ‘PIG POP’ 등 약 50회의 개인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지난 4월 8~10일 진행된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에 출품한 33점의 작품이 완판된 유명 작가다. 당시 엘라이브 방송에서는 ‘나이스샷’, ‘행복한 여행’ 등 원화 6점과 ‘모던 타임즈’ 한정판 판화가 액자와 친필 사인을 포함해 준비됐는데, 600만 원대 고가 작품을 포함해 원화 6점이 완판됐다.
이달 3일엔 동양적인 화풍과 팝 아트 스타일을 결합한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시리즈로 오픈런 대란까지 일으킨 김지희 작가의 원화 작품을 한정 판매했다. 김 작가는 미국, 홍콩, 일본 등에서 200여 회 글로벌 전시회에 참여하고 MCM 등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실드 스마일’ 시리즈는 오프라인 구매 대기 기간만 1년이 넘을 정도로 인기작이었다.
롯데홈쇼핑은 3개월 간의 기획을 통해 공들인 결과, 당일 방송에서 김 작가의 실드 스마일 시리즈 원화 2점과 트렁크 10점 등 총 12점을 준비했다. 실드 스마일 시리즈 역시 완판돼 현재 품절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롯데홈쇼핑은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문화-예술 콘텐츠에 눈길을 돌려 전용 채널을 통해 헝거 마케팅을 이용했다. 자사 모바일 앱에 예술품을 판매하는 방송을 상단 노출해 접근성을 높이고 , ‘방구석 컬처관’이라는 아트컬처 전용관을 오픈하면서 간편하게 예술 작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방구석 컬처관’의 4월 주문액은 전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향후 방구석 컬처관에는 미술품 초보자들을 위해 유명,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고 관련 전시회 및 작품 정보를 전할 예정이며, 젊은층을 겨냥한 미술품 NFT 출시, ‘선물하면 좋은 작품’ 등 테마의 웹 매거진 발행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이보현 롯데홈쇼핑 미디어사업부문장은 “미술품이 단순 감상뿐 아니라 취미이자 경험,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 자산으로 각광받으며 문화 예술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미술 초보자부터 매니아층까지 이용할 수 있는 문화 복합 공간 콘셉트의 컬처 전문관을 시작으로 컬처 콘텐츠 기획, 미술품 NFT 발행까지 예술가와 콜렉터 간 소통 채널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NFT와 헝거마케팅의 만남 … 인기 캐릭터 ‘벨리곰’이 NFT로
롯데홈쇼핑은 컬처 전문관을 시작으로 작품 소유권과 결합한 미술품 NFT 등 다양한 연계 상품을 내놓겠다고 예고한대로, 이달 2일 NFT 마켓플레이스 ‘NFT SHOP’을 오픈하며 NFT 사업도 가속화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NFT 기획 및 증정 이벤트를 이용 중이지만 NFT 마켓플레이스는 유통업체 중 처음이다. 롯데홈쇼핑은 자사 앱에 ‘NFT SHOP’을 개설하고, 거래 화폐 단위도 원화로 지원한다. 다양한 이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위해 기존 NFT 플랫폼들과의 차별화를 내세운 것이다. 마켓을 통해 구입한 NFT는 롯데홈쇼핑 모바일 내 ‘MY NFT 지갑’에 보관되며, 향후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Opensea)’에서 NFT 2차 판매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NFT SHOP’은 오픈을 기념해 지난 2일 롯데홈쇼핑의 110만 팬덤을 보유한 인기 캐릭터 ‘벨리곰’ NFT를 공개했다. 동물 캐릭터 연작 작업으로 유명한 조각가 노준 작가와 협업한 벨리곰 NFT는 최초로 ‘스토리텔링’이 담긴 60초 3D(3차원) 영상이며 300개만 한정 판매됐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지난 2월 국내 유명 NFT 플랫폼과 협업해 벨리곰의 3D NFT 피규어를 한정판으로 선보여 10분 만에 매진시킨 기록을 세웠다.
지난 4월엔 NFT 전문 기업 ‘닉플레이스’와 협업해 벨리곰 NFT 이미지를 제작했다. 현재 부산 엘시티에서 닉플레이스와 콜라보한 벨리곰 NFT 작품 전시 등 오프라인 전시도 진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NFT 기술을 벨리곰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으로 적용 및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중국,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진출도 계획 중이다.
이달 4일에는 추상적인 개념을 캐릭터로 시각화하는 인기 작가 ‘모어킹’의 새로운 시리즈 NFT를 공개했고 9일에는 롯데홈쇼핑의 가상모델 ‘루시’의 ‘루시X모짜’ 2차 민팅(Minting, NFT에서 대체불가능한 고유 자산 정보를 부여해 가치를 매기는 작업), ‘루시365일’과 내달 개봉을 앞둔 영화 ‘마녀2’ NFT를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롯데홈쇼핑이 자사의 가상 모델과 히트 캐릭터를 NFT로 제작하면서 그 희소성은 더욱 높아졌다. 헝거 마케팅은 오래 전부터 이용된 마케팅 기법이지만 홈쇼핑의 기존 틀을 깨고 문화 예술 코너를 개설하고, NFT까지 접목한 똑똑한 헝거 마케팅은 주목할 만하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