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2022.06.03 12:19:27
온라인 커뮤니티에 1991년 발생했던 ‘개구리 소년’ 사건의 새 가설이 제기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작성자 A씨는 당시 사용됐던 흉기, 범행 장소, 인근 학교 등을 콕 집으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는 개구리 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은 3일 현재 조회수 63만, 댓글 800개를 기록하고 있다.
작성자 A 씨는 “햇수로 무려 11년 동안 주장했다. 네이트 뉴스 댓글은 물론 유튜브 댓글로도 수없이 떠들었지만 누구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며 "산동네에서 자라 본 남자들은 알 거다. (그 당시) 개구리까지 키운다며 도롱뇽이 아닌 올챙이를 많이 잡으러 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A 씨에 따르면 양서류들은 습하고 햇빛이 잘 안 들어오는 쪽에 많아 산이 있다면 한쪽 방위에만 살고, (그래서) 자기 집 앞 산에 양서류가 없다면 산을 넘어 돌아 반대편까지 가야 한다. A씨는 “이렇게 되면 백 퍼센트 그쪽 동네 꼬맹이들과 '(너희) 왜 우리 동네 왔느냐'하면서 싸우게 되는데, 그 동네를 휘어잡는 중고딩 불량배 무리를 만나면 정말 답이 없다"고 했다.
A 씨는 그 당시 무슨 상황이었는지 시뮬레이션이 그려진다며 범행 도구는 절대 망치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범행 도구는) 망치처럼 생겼지만 망치만큼 강하지 않은 버니어캘리퍼스다”라고 주장했다.
A 씨는 “한 번 찍어 보면 이게 맞구나 싶을 것”이라며 희생자들의 두개골에 난 손상흔적이 담긴 사진을 함께 올렸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에 목수가 몇 명인데 이걸 모른다”라며 버니어캘리퍼스로 과자 상자나 나무를 찍어 보라고 말했다.
또한 A 씨는 “더욱이 (아이)다섯 명을 제압할 정도라면 한 명 갖고는 택도 없다. 산에서 불량배를 만나면 가령 다섯 명이 아이들이 있었을 때, 만약 불량배가 한 명이면 아이들은 일제히 도망쳐 소리치면서 다 같이 도망칠 수 있지만 만약 불량배가 여러 명이면 도망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럼 대체 산에 버니어캘리퍼스를, 누가 왜 들고 갔을까. 아이 다섯을 잔인하게 죽일 정도로 대담한 살인마가 그 시대에 하필이면 해발 300미터 밖에 안되는 동네 산 속에서 매복한 채 아이들을 기다릴 확률은 제로”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A 씨는 “(범인은) 그 지역 공업고등학교 학생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A 씨는 "그 당시는 컴퓨터도, 핸드폰도, 삐삐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고, 그날은 선거날이고 공휴일이었다. 그럼 뭘 하고 놀았겠나? 바로 뽀대기(본드)다. 문제아들인 고등학생들이 산에서 뽀대기를 하고 있었을 거고, 가방 속에는 버니어캘리퍼스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산속에서 문제아들 여럿이 본드를 불고 있다가 올라오는 아이들을 마주쳐 돈을 뜯으려다가 (아이에게) 헤드락을 건 상태에서 같은 곳만 때렸고, 그 모든 걸 다른 아이들도 보고 있고, (문제아의) 똘마니들은 구경하다가 어설프게 후처리 가매장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 tvN '알쓸범잡' 21년 5회 방송에 출연한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는 개구리 소년 사건 범행 동기에 대해 “예를 들어 아이들이 보면 안 되는 걸 목격했다거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 씨는 이어 와룡산 근처 지도를 첨부하며 근처 고등학교들의 위치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 버니어캘리퍼스를 들고 다닐 만한 고등학교가 딱 하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가 모든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자료를 다 검색해 봤다. 당시에 동네 불량배를 면밀하게 조사한 적이 있는지 봤는데 안 했다"며 "그 고등학교 문제아들만 집중적으로 파헤쳤어도 분명히 단서가 나왔을 것이다. 지금 해도 늦지 않았다. 이미 아저씨들이 되어 더 입을 닫을지 모르겠지만 당시 학적부를 뒤지든지 아니면 당시 아이들을 가르쳤던 선생들을 만나 문제아 학생들이 누가 있었는지 파면 백 프로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A 씨는 “11년 동안 내가 인터넷에서 사방팔방 떠들고 다니는데 그 어느 누구도 버니어캘리퍼스로 종이 상자 한번 쳐서 자국을 확인조차 안 한다. 환장할 것 같다”며 “전문적인 범죄자 또는 싸이코패스가 그 시대 그날 그 산에 있을 확률은 제로다. (범인은) 그냥 그 동네 사는 문제아 중고딩들 무리다”라고 덧붙이며 글을 마쳤다.
A 씨의 가설을 접한 네티즌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본드를 했다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상처 모양이 버니어캘리퍼스 모양과 같다", “이게 맞든 아니든 가설을 토대로 조사나 해 봤으면 좋겠다”,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갔던 것보다 이 가설이 더 신빙성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시 파 줬으면”, “피해자 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겠나”, “이 사람이 수차례 말했는데 이 훌륭한 가설을 경찰, 언론은 모른 척할까?”, “나도 동네 불량배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 내용 바탕으로 수사했으면 한다”, “이미 언론에서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었지”, “무섭다… 흉기는 진짜 저것 같다”라며 A 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그런데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아냐? 똘마니 중 하나였나?”, “자기가 경험해 본 것처럼 말하네”, “전문가들이 아직 못 밝혀낸 데는 이유가 있을 거다” 등의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었다.
한편 미제로 남은 대구 ‘개구리 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서에 살던 5명의 초등학생이 인근 와룡산에 올라갔다 동반 실종된 사건이다.
아이들은 도롱뇽을 잡기 위해 집 부근 와룡산에 갔다가 실종됐으며, 사건 초기 도롱뇽이 개구리로 잘못 알려져 '개구리 소년'으로 칭해지기도 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전국을 뒤지는 수사 끝에도 상흔과 일치하는 범행 도구를 찾지 못했고, 아이들 옷에 묶여 있던 매듭은 추워서 직접 묶었을 것이라는 추정 등을 바탕으로 저체온증으로 인한 자연사를 주장한 바 있다.
최근 4월엔 미제로 남은 대구 '개구리 소년' 사건의 피해 아동 김영규 군(당시 11세)의 부친인 김현도 씨가 향년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