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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십 년 김치 담근 어머니들도 찾는다! 풀무원 뮤지엄김치간 나경인 팀장

35년 이어온 풀무원의 고집... 코로나에도 랜선 체험 프로그램 운영, 트렌디한 콘텐츠와 디지털 전시로 5월 재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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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5호 양창훈⁄ 2022.06.08 20:18:59

 

뮤지엄김치간 전경. 사진 = 풀무원 제공

 

중국인 유튜버 리츠리는 2021년 1월 ‘라이프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배추의 삶’이라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리츠리가 직접 재배한 무와 배추를 수확한 후 소금에 절이는 등 김치를 만드는 모습이 그려졌다.

리츠리의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문제는 그가 유튜브 영상에 단 해시태그였다. 리츠리는 유튜브 영상에 #중국전통요리 #중국음식이라는 해시태그를 적었다. 리츠리의 영상을 본 한국 네티즌은 이를 중국 공산당의 김치 공정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리츠리의 영상과 중국인들의 반응, 그리고 한국 네티즌들의 반발은 김치를 둘러싼 중국과 한국의 첨예한 대립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분명한 우리 음식 김치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 이유이다.


식품전문기업 풀무원은 1987년 ‘명가 김치 박물관’을 인수한 후 ‘뮤지엄김치간’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풀무원은 뮤지엄김치간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 음식인 김치를 주제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당시 작은 회사였던 풀무원은 바른 먹거리 문화와 우리 전통음식 문화의 바른 계승이라는 포부를 이루기 위해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뮤지엄김치간을 운영해왔다.

어려움도 있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뮤지엄김치간은 잠시 휴관해야 했다. 그러나 휴관 기간에도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랜선, 어린이 김치학교’등 김치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김치와 친숙해지고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인 김장문화를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기여했다.

엔데믹이 찾아오며 뮤지엄김치간이 재개관 소식을 알렸다. 지난 5월 17일 다시 문을 활짝 연 뮤지엄김치관은 어떤 모습일까. 재개관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준비한 나경인 뮤지엄김치간 팀장을 만났다.
 

나경인 뮤지언김치간 팀장. 사진 = 풀무원 제공

먼저 풀무원 뮤지엄김치간의 탄생 배경을 듣고 싶다.


1986년 개인이 시작한 ‘명가 김치박물관’을 1987년 ㈜풀무원이 인수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시 작은 식품회사가 큰 문화 활동을 전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바른 먹거리 문화와 우리 전통음식문화의 바른 계승, 발전을 위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1997년 IMF 때는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과 청소년, 외국인들이 김치에 대해 학습할 공간으로 뮤지엄김치간이 유일하다는 것을 인식한 당시 총괄 CEO가 뜻을 가지고 꾸준히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이후 2000년 COEX로 확장 이전해 2013년까지 운영하다가 2015년 4월, 인사동에서 ‘뮤지엄김치간’ 이라는 이름으로 김치와 김장문화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새롭게 재개관하게 되었습니다.

 

관람객들이 디지털 전시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 풀무원 제공

어린이, 외국인 등 대상별로 체험 프로그램이 다른가?

 

박물관에서는 김치를 알고 싶어 하는 분들, 낯설어하는 분들을 위해 대상별 다채로운 체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치를 잘 모르는 어린이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김치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대상 교육에는 수업 전에 스티커북이나 엽서 등 다양한 교구를 활용해 김치를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김치의 재료와 김치의 효능에 대한 이론 교육을 진행한 뒤 직접 김치 만들기 수업을 하는 커리큘럼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치 하면 아이들은 매운 음식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홍시 깍두기, 오이소박이, 나박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만드는 수업을 통해 김치와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먼저 한국 문화와 한국 음식에 대한 지식을 공유한 뒤 전통김치, 계절별 김치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통 통배추김치 만들기가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가 많아 통배추김치와 백김치, 2가지 종류의 김치를 만들어보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중 공연·전시 분야가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뮤지엄김치간은 코로나로 인한 휴관 기간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그 중 하나가 ‘랜선, 어린이 김치학교’로 알고 있다.
코로나 이전 박물관의 대표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던 ‘어린이 김치학교’를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것이 ‘랜선, 어린이 김치학교’ 입니다. 풀무원 재단의 지원으로 전액 무료로 참여가 가능합니다. 6~10세 어린이 2명이 한 조를 이루어 각 가정으로 배송된 김치 재료(절인배추와 양념소), 이론교구를 가지고 줌(ZOOM) 수업에 참여합니다. 온라인으로 김치 선생님과 함께 김치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배우고, 김치를 만들어 보는 것 까지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휴간 기간 동안 특별 기획전시 ‘김치의 사계’를 준비했습니다. 아울러 김치 박물관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비밀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등 휴관 중에도 다양한 활동이 이뤄졌습니다.

 

뮤지엄김치간의 김치사랑방. 사진 = 풀무원 제공

다른 김치체험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김치간 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뮤지엄김치간은 단순히 김치 만들기 체험만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김치의 기원, 역사, 과학, 문화 등 한국인의 삶 속에 김치가 얼마나 깊게 새겨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함께 있습니다. 김치를 수십 년간 담가 온 어머니들도 김치의 역사를 배우러 저희 박물관에 오십니다.

 

운영 재계 전부터 준비한 전시 프로그램 ‘김치의 사계’는 어떻게 기획됐나


한국인의 농경문화에는 24절기가 있고, 각 절기마다의 제철 채소가 있어요. 꼭 김치가 아니더라도 이 제철 채소를 각 시기에 맞춰 먹음으로써 우리 조상들은 건강을 지켜왔는데요. 땀을 많이 흘려 나트륨이 부족한 여름, 추운 날씨 탓에 채소를 접하기 어려웠던 겨울에도 우리의 밥상에는 항상 제철 채소를 활용한 김치가 올랐습니다. 한국인의 밥상에 사계절 얼마나 다양한 김치가 존재했었는지를 관람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뮤지엄김치간 내부 전경. 사진 = 풀무원 제공

김치의 사계를 페이퍼 아트로 전시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어떤 시도인가?

 

한국인의 밥상에 항상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반찬이 김치이기 때문에 평범한 것으로는 대중의 눈길을 끌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고민 중에 페이퍼 아트를 전문으로 하는 이지희 작가를 알게 됐습니다. 작가님께 김치로도 작업이 가능할지 문의드렸는데, 개인적으로도 음식에 관심이 많으시고 또한 한국인에게 의미가 깊은 식품을 다루는 곳의 일이라면 꼭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이번 전시를 함께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여름방학 시즌에는 ‘랜선, 어린이 김치학교’에서 페이퍼 아트 김치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식재료 대신 종이로 김치를 만들기도 했는 데요. 퀄리티 높은 김치 페이퍼 아트에 아이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앞으로 김치 페이퍼 아트 기념품도 기획할 계획입니다.

 

김치 파오차이 논란 등 중국이 우리 김치를 비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 김치 홍보 계획도 가지고 있나?

 

풀무원 김치가 2019년부터 북미 시장에 ‘비건 김치’로 진출했고, 올해는 젓갈이 들어간 김치를 한국에서 직접 담가 수출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뮤지엄김치간 역시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해외 언론 촬영 및 자료 협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요즘 SNS를 통해 김치를 만드는 장면을 공유하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이를 고려해 박물관의 SNS 콘텐츠를 한국어 외에도 영문, 중문, 일문으로 발행해 외국인 팔로워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김치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늘어났고 박물관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직접적인 해외 시장 진출 또는 홍보와 함께 이렇게 외국인들이 박물관을 알고, 직접 방문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경인 뮤지엄김치간 팀장. 사진 = 풀무원 제공

참여자의 반응이 특별히 좋은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 김치간 내 디지털 콘텐츠도 있나?

 

올해 뮤지엄김치간은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5월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맞이해 진행한 특별 프로그램 ‘제로 웨이스트, 김치 만들기’가 참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내·외국인 성인을 대상으로 박물관 인근에 위치한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한 뒤, 박물관에서 해당 식재료로 직접 김치를 만들어보는 체험이었습니다.

 

참여자가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 음식을 만들고, 먹는 모든 과정 속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팁들을  제공했습니다. 모녀지간, 영양교사, 젊은 부부, 대학교 국제 교육원에 교환학생으로 방문한 미국인 학생들까지 약 60여 명이 참여해 유익한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또 대표적인 디지털 콘텐츠로는 박물관 4층 ‘김장 플레이 테이블’이라는 디지털 체험 기기가 있습니다. 김치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에 시간이 넉넉지 않은 관람객들이 배추를 절이는 방법부터 김치 만들기에 필요한 재료까지 디지털 게임으로 쉽게 익힐 수 있어서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문체부와 국립박물관 재단이 운영한 캠페인 ‘뮤궁뮤진’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매년 5월 18일은 '세계 박물관의 날'로, 이 시기에는 정부 차원에서 뮤지엄위크를 개최해 박물관이 갖는 중요한 사회적인 역할을 널리 알립니다. '뮤궁뮤진'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박물관이 가진 무궁무진한 매력을 테마별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공개하는 참여형 캠페인인 데요. 저희 뮤지엄김치간도 올해 처음 '뮤궁뮤진' 캠페인에 참여해 김치 전문 박물관으로서의 다양한 면모와 매력을 뽐냈습니다.

 

관람객들이 뮤지엄김치간 콘텐츠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 풀무원 제공

7일 동안 개최된 뮤지엄위크는 매일 7가지의 다른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해 각 기관의 SNS에 업로드하는 일종의 이벤트였습니다. 저희는 첫날 ‘자랑’ 콘텐츠로 소장품 중 가장 특징적인 ‘나무독’과 ‘이중독’을 선보였습니다. 옛 우리 조상들은 일반적으로 흙으로 빚은 옹기에 김치를 보관했지만,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는 나무로 만든 독을 사용했고, 여름철에는 김치를 시원하게 보관하기 위해 입구에 계속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한 이중독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가장 호응도가 높았던 ‘소리’ 콘텐츠는 김치를 꺼내 쭈욱 찢고, 송송 썰면서 나는 맛있는 소리를 주제로 만든 영상 콘텐츠입니다. 김치는 소리만 들어도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질감과 시고 달고 짠맛의 풍미가 생각나고 또 먹고 싶어지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뮤지엄김치간은 김치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SNS를 통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김치간의 미래 계획은?


지난 5월, 운영을 재개하면서 기획 전시와 함께 일부 공간을 리뉴얼 했습니다. 뮤지엄가게(기념품샵)에 다양한 상품을 입점시켜 ‘우리 집 주방’이라는 콘셉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전시회나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는 관람객의 수준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고 디지털 전시에 대한 관심이 특히 증가하고 있는 데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우수한 디지털 전시를 열심히 준비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뮤지엄김치간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뮤지엄김치간의 다음 단계를 기대해 주세요.
 

< 문화경제 양창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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