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2.07.15 17:36:59
15일 원/달러 환율이 1,326원대까지 고공 행진하며 또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4.0원 오른 달러당 1,326.1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사상 처음 단행했지만 환율 급등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율이 장중 1,32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30일(고가 기준 1,325.0원) 이후 13년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종가 1,340.7원·고가 1,357.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 때문으로, 달러 급등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9.1% 상승한 데 이어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11.3% 올라 석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의 도매 물가도 11%대 상승률을 보이자 시장은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8.66포인트(0.37%) 오른 2,330.98에 장을 마쳤다. 환율 급등에 장 초반 매도 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이 점심 무렵 매수 우위로 돌아서 지수 상승을 뒷받침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천627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2천619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도 218억원 매도 우위였다.
장중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동기 대비 0.4% 증가해 1분기(4.8%)와 시장 전망치(1.0%)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 4∼5월 상하이, 베이징 등 핵심 대도시 봉쇄의 충격파가 컸다.
다만 소비 활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의 6월 증가율은 3.1%로 지난 1∼2월 이후 넉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원/달러 환율 급등 부담에 장 초반 2,300선을 하회했으나 중국의 6월 실물 지표 확인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2분기 GDP가 예상치를 하회했으나 6월 소매 판매가 깜짝 증가세를 기록한 점은 긍정적이었다"며 "시장은 중국 GDP보다 6월 실물지표 개선에 주목하면서 하반기 부양책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전날 대만 TSMC의 2분기 호실적 발표 영향으로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4.35% 급등한 6만원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지난달 16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6만전자'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도 5.00% 상승한 9만8천700원에 마감했다. 환율 급등에도 외국인이 삼성전자(3천207억원)와 SK하이닉스(837억원)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한 것이다.
한편 이날 코스닥지수는 3.69포인트(0.48%) 내린 762.39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