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2.07.19 10:30:20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노(No) 치킨 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2019년 한일관계 경색에 따라 국내에 불었던 ‘노 재팬 운동’을 따라한 치킨 불매 운동이다. 이에 “운동에 동참한다”는 의견과 “치킨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치킨 갤러리 근황‘이 올라왔다. 치킨 갤러리란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의 치킨 관련 게시판이다. 이곳에 노 재팬 운동 당시 쓰인 포스터를 패러디한 치킨 불매운동 이미지가 올라와 네티즌의 호응을 받고 있다.
포스터를 살펴보면 일장기 대신 치킨 사진이 있고,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란 노 재팬 운동 문구 대신 ’주문 안 합니다, 먹지 않습니다‘가 적혔다. 또, 포스터 아래엔 ’통큰치킨을 잃고 12년, 치킨값 3만 원 시대 소비자는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쓰였다.
통큰치킨은 과거, 롯데마트가 한 통당 5000원에 판매한 가성비 높은 치킨이다. 소비자 사이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으로부터 할인 자제 요청을 받는 등 사회적으로 논쟁을 일으킨 뒤 사라졌다.
노 치킨 운동이 불거진 건 급상승하고 있는 치킨 가격 때문이다. 국제 곡물가가 인상되면서 사료 가격이 뛰어 원부자재 비용이 높아진 데다, 최저임금이 상승하고 글로벌 물류 대란까지 겹치면서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교촌치킨의 일부 가맹점이 배달비를 기존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했고, 굽네치킨은 올해 들어 3번째 가격 인상에 나섰다. 글로벌 치킨 프랜차이즈인 KFC도 징거버거 가격을 기존 4900원에서 5300원으로 올렸다.
bhc치킨은 가맹점에 공급하는 튀김유(해바라기유) 공급가를 약 61% 올리면서 지난해 말 치킨값을 인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운데 가격을 또 올리는 것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BBQ의 황금 올리브후라이드치킨은 올해 5월 2일부터 1만 8000원에서 2000원 오른 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치킨값이 높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안 먹고 있다”, “2만원도 비싼데 이러다 진짜 3만원 되겠다”, “치킨 먹다 지갑 털리는 수준”, “이제 치킨은 더 이상 서민 음식이 아니다” 등 불만을 토해냈다.
치킨 갤러리는 해당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프랜차이즈 치킨 주문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며 대신 홈플러스 당당치킨을 추천하기도 했다. 당당치킨은 홈플러스의 물가 안정 프로젝트로, 4000~7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다.
치킨 업계의 호황 속 가격 인상을 지적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bhc, 교촌, BBQ 등 3사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3사의 합산 매출액은 1조 3000억 원을 돌파했다. 각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일부 네티즌은 “장사 잘 되고서는 힘들다고 가격 올리는 게 어불성설이다”, “물가 올랐으니 어쩔 수 없이 가격 올린다고 하는데, 물가 내리면 반대로 가격 안 내리더라” 등 치킨 업계를 비판했다.
치킨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4월 윤홍근 BBQ 회장은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 출연해 “치킨가격이 지금 2만원이 아닌 약 3만원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격을 비교하며 자신의 생각을 재차 주장했다. 윤 회장은 “우리가 삼겹살을 먹을 때 150g이 1만 5000원”이라며 “1kg 정도를 먹으려면 10만원에서 10만 5000원 정도 들어가는데, 사육농가에 살아 있는 생닭은 1.6kg를 도계해야 1kg가 나온다. 생계값 1kg에 2000원이라고 하면, 여기에 1.6을 곱해서 3200원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먹을 수 있는 닭고기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도계비가 1000원 가까이 든다”며 “현재 시세로 생계값이 1㎏에 2600원인데, 이걸 1.6㎏으로 계산하면 약 4160원. 도계비 1000원을 보태면 5120원. 물류 태우고 나면 현재 대형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1㎏짜리 닭이 약 8000~9000원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시각 때문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배추값은 200% 올라도 300% 올라도 얘기를 안한다”며 “치킨은 실질적으로 인건비라든가 임차료라든가 유틸리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이 부분을 대변해 줄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인건비, 임차료, 배달비 등 다 제외하면 거의 무료봉사 수준이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식용유, 밀가루, 소수 등 가격이 다 오르는 상황에서 치킨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다” 등 호소의 목소리를 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