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시아 순방 길의 마지막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 온 뒤 첫 번째 방문지로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 주요 8개 계열사의 연구개발(R&D) 조직이 모여 있는 곳이다.
청색 재킷에 검은 바지 차림의 옐런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25분께 LG사이언스파크 내 LG화학 마곡 R&D 캠퍼스에 도착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인사를 나눈 뒤 기념사진을 촬영한 옐런 장관은 1층에 마련된 ‘지속가능 갤러리’를 약 20분간 견학했다.
지속가능 갤러리는 전기차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신 부회장은 영어로 옐런 장관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옐런 장관은 신 부회장에게 배터리 충전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등을 물어봤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를 한번 충전하면 얼마나 운행 가능한지,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얼마나 사용 가능한지 등도 질문했다.
이번 방한 기간 옐런 장관이 방문하는 기업은 LG화학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LG화학은 미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을 내놨지만 최근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대미 투자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문을 두고 한-미 ‘배터리 동맹’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옐런 장관은 18일 미 군용기 안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19일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와 만남에서 아마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더 강하게 압박할 제재가 더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어떤 핵실험도 매우 도발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19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만날 예정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희토류와 태양광 패널 등 핵심 제품을 중국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믿을 수 있는 동맹과의 교역 관계 및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른바 ‘동맹쇼어링(friendshoring)’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회복력 있는 공급망은 공급처를 다양화하며, 지정학적 라이벌이 우리를 조종하고 우리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한국 내 연설에서 “중국 같은 국가가 핵심 원료와 기술, 제품에 대한 시장 입지를 활용해 우리 경제를 방해하고 원하지 않는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해 한미가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나설 것을 주문할 계획이다.
프렌드쇼어링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가장 큰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고 의약품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필수 부품과 제품 공급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게 옐런 장관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