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고양이뉴스를 운영하는 유튜버 원재윤 씨가 21일 항소심 판결을 받은 뒤 서울중앙지법 운동장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고양이 채널'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8.15 광복절 사면이 높은 가능성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3년 전 이 전 대통령 사저에 쥐약을 배달하려고 시도했던 유튜버가 2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1년 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유튜브 채널 '고양이 뉴스'를 운영하는 원재윤 씨(34)는 2019년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사저에 쥐약을 전달하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하자 택배로 배달해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원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21일 선고된 항소심 판결은 이를 벌금형의 집행유예로 형을 감경한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양경승 부장판사)는 21일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에게 벌금 5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각하가 아프시다고 해 인체에 무해한 쥐약을 배달"

판결 뒤 진행한 유튜브 생방송에서 원 씨는 2019년 당시 상황에 대해 "당시 이 전 대통령 각하가 병보석도 아닌 탈모-불면증을 이유로 보석됐는데 아프다고 하셔서 인체에 무해한 쥐약을 풍자의 목적으로 보냈다"면서 "나경원 전 의원의 당시 비서가 나를 고발했는데 1년간 계류돼 있다가 검찰 개혁을 위한 촛불집회 할 때쯤 갑자기 기소돼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원 씨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재판을 현장 참관한 뒤 재판 경과를 알리는 등의 활동을 펼쳐 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를 한 번 연기한 만큼 깊이 생각을 했다”면서 “피고인이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과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도 피고인의 행동은 사회상규나 정당한 행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롱이라면 쥐덫이나 쥐 그림을 보내는 등의 방법도 있는데 굳이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약’을 보낸 점을 보면 일반인들이 겁을 먹을 수 있다”면서 유죄 판단의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의 행동은 어떻게 보면 (유·무죄의) 경계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형량을 좀 깎아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원재윤 씨가 고양이 스티커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유튜브 '고양이 채널' 캡처) 

과거 벌금형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었으나 2018년 1월 개정된 형법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도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집행을 유예할 수 있게 됐다.

경호관이 택배 내용물이 쥐약인 것을 확인하고 비서관에게 이를 보고한 뒤 버려 실제 쥐약이 이 전 대통령에게 배달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원씨 측은 재판에서 “정치 퍼포먼스에 불과했을 뿐 협박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상자가 이 전 대통령에게 도달하지 않아 협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원씨에게 이 전 대통령을 협박할 고의가 있었고 이 전 대통령도 위협을 인지했다고 보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정치 퍼포먼스라면 실제 쥐약을 사용하거나 택배로 배송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 사건으로 피해자의 사저 경호 단계가 강화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