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2022.08.18 11:04:48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 이어 17일 취임 100일 맞이 기자회견에서도 일본과의 화해협력을 중시하는 우호적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산케이신문 등 일본 극우 매체들이 비하어에 가까운 표현으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극우 신문 산케이 산하의 ‘석간 후지’는 윤 대통령의 8.15 경축사가 나온 하루 뒤인 지난 16일 [윤 대통령의 日 편향, 한국서 맹비판. 경제 관계 강화 의도도 전 징용공 둘러싼 인권 문제도 풀지 못하고 일본과 어떻게 마주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일본 편향적 자세가 한국에서 맹비판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징용공 문제에서도 해결이 난망하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네이버 파파고 자동번역기가 ‘편향’으로 번역한 ‘스리요리(すりよる/擦寄)’란 단어였다.
이 단어에 대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 17일 tbs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해 “이 단어는, 개념 없이 또는 뭔가 목적을 갖고 성큼성큼 다가온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며 “그런 이상한 단어를 기사 속에는 물론 제목에까지 썼다”고 말했고, 김어준 사회자는 “치욕적이다”고 평가했다.
스리요리(擦寄/찰기)를 일본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한자 찰(擦)은 ’마찰‘에서 알 수 있듯 ’비빈다‘는 의미이며, 기(寄) 역시 ’붙다‘는 의미로, 기생충(寄生蟲)에 쓰인다.
결국 스리요리(擦寄)는 한국어로는 ’비빈다‘의 의미 정도로 읽힐 수 있으며, 네이버 일본어 사전은 단어 뜻으로 ’1. 바짝 다가서다 2. 무릎걸음(앉은걸음)으로 다가오다‘라고 풀이해 놓았다.
한국 새 정부가 일본에 우호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비빈다‘고 평가한 제목을 제목에 썼다는 점에서 상당한 비하 의도가 담겼다고 호사카 유지 교수는 본 것이다.
또한 산케이신문은 17일 윤 대통령의 100일 맞이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면서 [윤 대통령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원하지 않는다”며 북에 추파]라고 했다. 기사 본문에선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에 맞춘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임하면 적극적으로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대담한 구상을 발표하는 등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연일 추파를 보내고 있다
고 썼다.
’추파‘라는 단어는, 한국어에서나 일본에서나 이성 상대를 유혹하는 표정-행동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의 대북 제의를 일본 극우 매체인 산케이가 ’추파를 던진다‘고, 제목에서 표현한 것이다.
"일본 극우 매체의 기조는 원래 혐한"이라는 호소카 유지 교수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일본 극우는 기본적으로 혐한 자세를 유지한다. 그러나 최근 윤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자세를 칭찬하기도 하는 산케이 등 극우 매체들이 최근 들어 비하어까지 동원하며 윤 대통령 때리기에 나선 것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지지율이 떨어져서야 원하는 한일 관계 개선을 이룰 동력을 윤 대통령이 갖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기사가 일본 매체에 줄곧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일본의 주요 인사들 가운데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너무 떨어졌으므로 일본이 어떻게든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론 ‘한국의 대통령들은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일본 때리기로 돌파구를 마련해 왔다’며 전임 한국 대통령들의 지지율 돌파용 일본 때리기 역사를 정리한 기사를 경제 주간지 ‘현대 비즈니스’가 8월 13일 게재하는 등 윤 대통령에 대한 의혹의 시선 역시 일본에서 계속되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