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24일 한중수교 30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KBS 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해 이달말까지 한국이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미국 주도의 ‘칩4’ 반도체 동맹에 대해 한국의 자주적 선택을 강조했다.
홍사훈 사회자가 ‘반도체 핵심 기술을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칩4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다. 그런데 어느 한 쪽에서 ‘이렇게 하라’고 시키면서 ‘말을 안 들으면 관계를 끊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그건 너무 패권주의”라면서 “미국에 할 말은 하고, 반도체 공급망은 다 연결돼 있으니까 한국은 타당하고 현명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칩4에서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산업망-공급망 문제는 기업의 자주적 선택과 공정한 자유무역에 기초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공동이익을 해친다”며 “한국은 자신의 이익에 입각해 관련 문제를 신중히 판단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는 중국으로 간다”면서 “반도체 공급망은 다 연결돼 있으므로 칩4가 아니고 (중국을 포함한) 칩5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에 대해 한국이 할 말은 하고, 국익-기업이익 관점에서 판단-결정해야 하지, 흔히 한국인들이 말하듯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미국이 한국을 버릴 것’이라고 두려워 하는 태도는 자주적인 태도가 아니라는 간접적 비판 또는 조언이었다.
“양국 국민의 최대 공약수이자 시대의 요구”
싱 대사는 또한 지난 9일 방중한 박진 외교장관에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전달한 ‘한국의 응당 5가지’에 대해 “그 5가지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요구나 강요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제안-제시로 이해해주면 좋겟다”라고 말했다.
당시 왕 외교부장은 박 장관에게 ‘응당 견지’할(당연히 꼭 가지고 가야 할) 5가지 사항으로 △독립자주 △선린우호 △개방과 상생 △평등 존중 △다주주의를 당부했다. 왕 부장은 이 다섯 가지에 대해 “양국 국민 의지의 최대 공약수이자 시대적 흐름의 필연적인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 언론들은 ‘5가지 내정간섭’이라며 비난-반발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는 관련 기념행사와 세미나 등이 열리고 있으며, 24일 당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관련 메시지도 나올 예정인 가운데, 반도체와 관련해 한국의 자주적 태도를 요구하는 싱 대사의 이러한 발언이 어떤 반향을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