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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영욱 쌍용자동차 상품기획담당, “토레스, 모더나이즈드 레트로로 승부를 걸다”

“티볼리의 성공, 4세대 코란도의 실패가 준 교훈에서 성공의 힌트를 얻다”…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계약 6만 대 달성, 준중형 SUV 시장 흔들며 쌍용자동차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토레스의 상품 기획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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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0호 김예은⁄ 2022.08.24 18:17:37

토레스 상품기획을 총괄한 조영욱 쌍용자동차 상품기획담당. 사진=김예은 기자

시장을 읽고, 브랜드의 본질을 되찾다

 

예상 적중. 상품 기획자의 시각에서 본 토레스의 열풍은 이 한마디로 함축된다. 빠르게 진화하며 변해가는 현대화 사회에서 쌍용자동차는 역으로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브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에서 그 본질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시장 속에 잠재되어 있던 고객들의 열망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쌍용자동차의 역사를 바꿔놓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토레스의 탄생에 얽힌 기획자의 고민과 제작 과정을 상품 기획을 총괄한 조영욱 상품기획담당에게 들었다.


-토레스 열풍이 대단합니다. 기획자의 관점에서 토레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일단 디자인이 첫 번째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레스 프로젝트는 총 3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차량 기획에 앞서 2019년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성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자동차 디자인 스타일을 레트로(Retro), 모더나이즈드 레트로(Modernized Retro), 어반 트렌디(Urban Trendy), 프로그레시브 스포티(Progressive Sporty) 등 4가지로 분류해 소비자에게 제시했을 때 어반 트렌디 스타일이 50%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레트로와 모더나이즈드 레트로 스타일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30%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지프(Jeep)의 랭글러(Wrangler) 같은 레트로 스타일과 랜드로버(Land Rover)의 디펜더(Defender) 같은 모더나이즈드 레트로 스타일 시장이야말로 쌍용자동차가 본질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고 잘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7월 5일 인천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신차발표회에서 조영욱 쌍용자동차 상품기획담당이 발표하는 모습. 쌍용자동차는 토레스 기획에 앞선 소비자 조사를 통해 레트로(Retro) 스타일의 SUV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30%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분명 존재하지만 그 니즈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은 30%의 소비자를 위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조사를 통해 갖게 되었고, 레트로한 스타일과 오프로드 룩을 지향하는 소비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가야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했습니다. 이런 잠재적 시장성의 발견이 현재의 토레스 스타일링을 전개하고 완성하는데 주요한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아웃도어 라이프와 관련한 미충족 수요를 반영한 것도 또 다른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차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주말에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짐을 실을 때 불편을 느낀다는 소비자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특히 준중형이나 중형 차량에서도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길 원하는 소비자가 다수 존재했습니다. 토레스는 캐빈(승용 공간)을 경쟁사 수준으로 유지하되, 트렁크 공간에서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 확장된 트렁크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고안한 차량입니다.”

쌍용자동차는 티볼리의 성공, 4세대 코란도의 실패가 준 교훈에서 모더나이즈드 레트로(Modernized Retro) 디자인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신차 개발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기존의 쌍용 SUV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과감한 디자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회사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쌍용차가 쌓아온 성공과 실패 경험이 디자인 철학을 완전히 전환하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그중 주요한 사건 둘을 꼽자면 바로 티볼리의 성공과 4세대 코란도의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쌍용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조금 딱딱하고 무거운 이미지에 편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젊은 소비자들이 쌍용차를 선택하는 것을 주저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015년 티볼리를 출시하며 기존 쌍용의 이미지에 '모던함'과 '세련됨'을 가미시켜 변화의 첫 시도를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죠. 다행히 티볼리는 많은 분께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9년에 출시된 4세대 코란도는 기획 단계에서 기존의 코란도가 지닌 레트로의 특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의 평가가 좋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4가지 디자인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짚어보면, 과거 티볼리의 시도는 어반 트렌디(Urban Trendy) 감성과 맞닿아 있어 시장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쌍용차가 구축해 온 브랜드 포지셔닝과는 먼 기획으로 경쟁사와의 큰 차별성이 없었습니다. 반면, 4세대 코란도는 과거의 레트로(Retro) 감성을 계승하지 못해 쌍용자동차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상실한 결과를 낳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시장 조사 과정을 통해 쌍용자동차가 찾은 새 정체성이자 지향점이 바로 모더나이즈드 레트로(Modernized Retro)입니다. 쌍용자동차는 어드벤처라고 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쌍용자동차가 기존에 사랑받아왔고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의 헤리티지인 어드벤처의 레트로 한 감성에 집중하여 차별화를 두되, 티볼리의 성공이 준 교훈을 반영해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게 현대적 감성을 가미한 모더나이즈드 레트로(Modernized Retro) 디자인으로 진화한 거죠. 이런 디자인 지향점의 변화를 통해 구축한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바로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Powered by Toughness) 이고, 이 철학이 처음 적용된 모델이 바로 토레스입니다.”

 

토레스는 쌍용자동차의 정통 헤리티지 감성을 과거 '코란도'와 '무쏘'에서 발견하고, 이를 토레스 기획에 이입하였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토레스가 기존 쌍용의 흥행차인 코란도와 무쏘의 연장선이라고 하는 데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쌍용자동차의 정통 헤리티지를 보유한 차량이 무쏘와 코란도입니다. 터프하고 강인한 도전 정신을 지닌 두 차종에 담긴 브랜드 감성과 어드벤처에 주안점을 둔 차별적인 가치를 계승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이 두 모델을 머릿속에 넣고 토레스 설계를 진행했죠.

과거 소비자가 왜 이 차들을 좋아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레트로 감성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프런티어 정신이나 강인하고 터프한 요소들을 토레스에 이입했습니다. 또한, 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해 좀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모더나이즈드 레트로 오프로더 룩과 성능을 구현했습니다.”


-토레스의 엔진과 미션은 과거 차량에 비해 어떤 변화가 있나요?

“토레스에는 1.5 가솔린 터보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었습니다. 카탈로그에 적힌 엔진과 미션의 스펙만 보고 과거의 차량과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펙이 동일하더라도 차량의 퍼포먼스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튜닝 과정에 있는데요. 모델이 변화하면 그것에 맞게 엔진과 미션 역시 각 모델의 조건과 특성 및 지향점에 따라 튜닝 작업을 하게 됩니다. 자동차 모델마다 성격이 다른 만큼 저희가 엔진과 미션에서 주안점을 두고 튜닝하는 부분도 달라집니다.

나날이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배기량 엔진을 대체함과 동시에 고성능을 지향하는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이 추세입니다. 이때 제작자는 다운사이징 된 엔진을 통해 어느 영역에서 소비자가 좀 더 파워풀하게 느끼도록 주안점을 둘지 고민하게 됩니다. 100km 이상의 고속 주행에 주안점을 둘지, 아니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초기 가속이나 중속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토레스는 최고 출력 170마력을 발휘하되 초기 가속이나 중속에서 소비자들이 좀 더 파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엔진 튜닝과 변속 시점을 조정했습니다. 또한 승차감과 정숙성 면에서도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엔진과 변속기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과거 모델과 같은 답답함이 없어졌다, 중속에서 기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죠.”

조영욱 쌍용자동차 상품기획담당은 토레스가 초기 가속이나 중속에서 소비자들이 좀 더 파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엔진 튜닝과 변속 시점을 조정하고, 승차감과 정숙성 측면의 밸런스에 주안점을 둔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김예은 기자

-과거 모델과 같은 아이신(ASIN) 6단 자동변속기 미션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자동차는 안전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건 쌍용자동차 자동변속기 선택의 기준점이기도 합니다. 아이신 변속기는 세계 3대 미션에 속하며 저희가 티볼리 출시 때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변속기 선택기준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오래 타더라도 변속기로 인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하고 내구성이 우수한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아이신 트랜스미션이 쌓아온 신뢰성과 내구성의 강점 및 잔고장이 없다는 특성 때문에 가격이 비싸도 아이신 변속기를 지속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토레스는 트림 선택권이 2개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차량 편의사양, 옵션 등에 있어 구매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보통 트림이라고 표현하죠. 다양한 트림 제공이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다양하게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많은 고민을 거치는 것 역시 하나의 소비자 불편이라고 저희는 판단했습니다. 또한 엔트리 트림과 탑 트림 사이에 여러 트림이 존재하게 되면, 그만큼 가격 범위가 넓어집니다.

토레스는 트림을 두 개로 단순화했는데요. 엔트리 트림인 T5에도 토레스가 강점으로 내세운 요소인 8″ 통합 컨트롤 패널, 12.3″ 인포콘 내비게이션 등 하이테크 사양과 듀얼존 풀오토 에어컨, 7개 에어백 등 기본 사양들이 모두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엔트리 트림을 구매하더라도 소비자가 불편하지 않고, 엔트리라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요소들을 다 넣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가성비 측면과 맞물리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판단됩니다.”


-차량 내부에서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차별적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슬림 앤 와이드'를 목표로 한 인테리어 스타일입니다. 토레스의 전면부 인테리어는 플랫한 라인을 유지하며, 슬림 와이드 스타일로 디자인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토레스가 선사하는 가치는 운전 중의 탁 트인 시야입니다. 운전할 때 전면부가 특정 요소에 가려 방해가 된다고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했습니다.

또한 기술 적응력이 높아 테크 세비(tech savvy)로 불리는 MZ세대의 스타일을 반영해 내부 기능 버튼 역시 최소화했습니다. 젊은 고객층은 여기저기 버튼이 있어 복잡한 것보다는 깔끔한 컨트롤 화면과 몇 개의 버튼으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사용자경험(UX)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내부 인포테인먼트와 컨트롤 패널을 최대한 심플하게 구성했고 이러한 요소가 젊은 층에 크게 어필했다고 판단합니다.”

조영욱 쌍용자동차 상품기획담당은 쌍용자동차의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쌍용자동차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저희에게 기대하는 니즈와 매칭이 되는 쪽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브랜드의 정통성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사진=김예은 기자

-토레스 하이브리드 모델은 검토하지 않고 있나요? 전기차 시장 진출 계획이 있는지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던 쌍용자동차는 2019년 토레스 기획 당시 가솔린 모델과 전기차 모델에 포커스를 맞추는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도 함께 검토했습니다만, 하이브리드는 궁극적으로 전기차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단계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토레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제외하고, 전기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가솔린 모델과 내년 전기차 모델 출시로 일차적으로 토레스 브랜드는 완성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토레스 안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부여해 빠른 가속 성능과 장거리 주행 시 연료비 절감을 기대하는 고객들은 토레스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토레스 전기차 모델은 내연 기관 모델과 동일한 디자인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전기차에 특화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차용하고, 기술적으로도 하이테크 사양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향후 쌍용차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쌍용자동차는 ‘파워드바이 터프니스’라는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고유의 헤리티지인 강인하고 모던한 디자인과 차별화된 방향성을 담은 신차를 출시하려고 합니다. 2023년 하반기 토레스의 전기차 모델, 2024년 프로젝트명 ‘KR10’이라고 하는 정통 오프로더 룩의 아이코닉한 차량 출시를 위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 픽업트럭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SUV와 픽업트럭입니다. 앞으로 쌍용자동차는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저희에게 기대하는 니즈와 매칭이 되는 쪽에 역량을 집중하여 브랜드의 정통성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상황이 개선되면 좀 더 넓혀갈 수 있겠지만, 너무 크게 벌려놓는 것보다는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중기 전략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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