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잔고증명서 위조와 관련해 벌어진 민사 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앞서 1심에선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항소심에서 결과가 달라졌다.
서울고법 민사21부(홍승면·이재신·김영현 부장판사)는 25일 사업가 임모 씨가 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수표금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4억9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최씨는 2014년 동업자인 안모 씨에게 18억 원어치의 당좌수표 다섯 장을 발행했고, 안씨는 임씨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이 수표를 담보로 제공했다. 임씨는 안씨에게 16억5000여만 원을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최씨가 예금 71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임씨에게 제시했는데, 이 증명서는 허위였다.
안씨는 허락 없이 최씨의 수표 발행일자를 바꿔 쓰고 교부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최씨는 안씨가 임씨에게 돈을 빌린 이후 수표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사고신고를 냈다.
임씨는 담보로 받았던 수표를 은행에 제시했지만 지급이 거절되자 수표 명의자인 최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최씨를 상대로 2018년 6월 수표의 액면금 18억3000여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임씨는 “최씨가 거액의 예금을 예치한 것처럼 위조한 잔고증명서를 안씨를 통해 보여주게 했으며, 그 잔고증명서를 믿고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최씨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5월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안씨가 허락 없이 수표를 변조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데다, 안씨가 돈을 빌리는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안씨가 수표와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이용해 불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최씨가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오랫동안 조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씨가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언제든지 최씨 발행의 당좌수표와 함께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사용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최씨는 또 다른 불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신속하게 회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최씨가 배상할 금액을 임씨가 빌려준 돈의 30%로 제한했다. 임씨가 최씨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고 안씨에게 수표 발행일 변경 권한이 있다고 믿었고, 또 최씨가 잔고증명서 위조로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참작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이와 별도로 가짜 잔고증명서와 관련해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