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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날기 시작한 프리미엄 증류식소주, 셀럽이 손대니 고공행진

‘스타×전통주’ 공식에 박재범, 김보성, 임창정, 김민종 등 잇따라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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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1호 김응구⁄ 2022.08.30 17:31:25

박재범이 지난 2월 25일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 지하 1층 ‘원소주’ 팝업스토어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

확실히 세상이 변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소주 한 병을 1만 원 내고 마신다는 건 있는 자의 여유였다. 요즘엔 이렇게 생각하는 이가 드물다. “마실 수도 있지” 또는 “살 수도 있지”로 생각과 행동이 변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소주는 증류식소주다. 흔히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마시는 4000~5000원짜리 희석식소주가 아니다.

해외 유명 배우·가수의 주류사업 성공사례 수두룩

셀럽(유명인)의 효과는 무섭다. 영화 ‘데드풀’로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2017년 미국 포틀랜드의 주류회사 ‘에비에이션(Aviation American Gin)’을 인수했다. 대주주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까지 맡아 창의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며 회사를 키웠고, 마침내 2020년 8월 세계 최대 주류업체 디아지오(Diageo)는 이 회사를 6억1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유명 힙합가수 제이지와 비욘세 부부도 2014년 샴페인 브랜드 ‘아르망 드 브리냑(Armand de Brignac)’을 인수했다. 당시 6만 원 정도에 불과하던 이 샴페인의 가격은 이 부부의 손길이 닿자 금세 5배 가까이 올랐다. 현재 이 샴페인하우스의 가장 저렴한 샴페인이 100만 원을 넘는다.

헐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는 2013년 친구 두 명과 함께 테킬라 ‘카사미고스(Casamigos)’를 출시했다. 처음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테킬라를 만들어 즐기고자 시작했지만, 주변의 권유로 테킬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역시 디아지오가 2017년 무려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헐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도 각각 테킬라 사업을 펼치고 있고,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디아지오와 손잡고 위스키 ‘헤이그 클럽(Haig Club)’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셀럽의 효과는 무서웠다. 힙합 가수 박재범이 소주를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수장으로 있던 힙합 레이블 AOMG와 하이어 뮤직(H1GHR MUSIC)의 대표직까지 내놓고 그를 닮은 소주를 만든다고 하니 놀랄 일이긴 했다.

이어 “노래 안 해?” “곡 안 만들어?” “한국 떠나?” 등 갖가지 반응이 넘쳐났다. “뭐가 아쉬워 소주를 만들어?”라는 공격적인 의문도 적지 않았다. 올해 2월, 제품이 세상에 나오니 그때 사람들은 또 웅성거렸다. 이번엔 “뭘 이리 예쁘게 만들었어?” “맛이 나쁘지 않네?”로 바뀌었다.

셀럽은 누구보다 제품을 홍보하는 데 유리하다. 그 자체가 상품이니 본인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은 팬들 입장에선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리곤 말없이 지갑을 연다. 소주라고 다를 바 없다. 다른 술에 비해 조금 더 비싼 소주여도 그렇다.

솔직히 증류식소주는 그 맛을 몰라 여태 안 마셨던 것일 뿐, 알게 되면 누구나 얼마든지 마실 수 있는 술이다. 바꿔 말해 증류식소주 입장에선 일종의 파란 불이다. 긍정의 신호다. 이제 유행이라니 너도나도 마신다. 진즉 알려졌어야 할 상품이 비로소 세상에 퍼지는 건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8일 슈퍼프리미엄 증류식소주 ‘진로 1924 헤리티지’를 정식 출시했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증류식소주, 지난해 전년 대비 28.5% 늘어 ‘급증세’

최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309만9828㎘다. 2020년의 321만4807㎘와 비교하면 3.5% 감소했다.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6년 이후 6년 연속 줄고 있다. 특히,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같이 대량 생산되는 희석식소주의 지난해 출고량은 82만5848㎘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그러나 증류식소주 출고량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480㎘로 전년 대비 28.5% 늘었다. 2019년 3.8%, 2020년 12.5%에 이어 대폭 증가하는 모양세다.

박재범의 ‘원소주’는 지난 2월 25일 첫 출시 후 6개월 만에 100만 병이 넘게 팔렸다. 원소주 생산업체인 원스피리츠는 8월 25일,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원소주와 GS25에서 팔리는 ‘원소주 스피릿’의 누적 출고량이 100만 병을 넘었다고 밝혔다. 원소주는 13만1120병, 원소주 스피릿은 91만 병으로 모두 104만 병이 팔렸다. 원소주는 알코올도수 22도에 옹기 숙성 방식이지만, 원소주 스피릿은 24도에 옹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원스피리츠는 9월 1일 오전 11시 온라인몰을 재개한다. 지난 4월 시작하자마자 바로 중단했는데 이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온라인 주문을 시작한 4월 19일 하루에만 6만 병의 주문이 쏟아졌고, 이후 생산물량을 맞추지 못해 이튿날인 20일 온라인몰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다시 시작하는 온라인몰에선 원소주를 1인당 여섯 병, 하루 2000병만 한정판매한다.

참고로 원소주의 ‘원’은 숫자 ‘1’의 ‘One’이자 ‘Win(이기다)’의 과거형 ‘이겼다’는 뜻의 ‘Won’, 그리고 ‘소망한다’는 ‘Want’까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우리술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CU는 7월 말 프리미엄 증류식소주의 라인을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배우 김보성의 ‘의리남’과 뉴요커가 만드는 ‘토끼소주’ 블랙·화이트를 출시했다. 일단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선판매에 들어가고, 이어 전국 운영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리남은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하는 술자리가 콘셉트다. 이에 맞게 ‘의리의 사나이’ 영화배우 김보성을 모델로 내세웠다. 이 소주는 경남 창녕의 우포의아침이라는 주류제조회사가 만든다. 360㎖ 용량에 알코올도수는 16.5도. 재밌는 건 병 라벨에 그려져 있는 정보무늬(QR코드)다. 스마트폰으로 이를 스캔하면 김보성이 언제 불렀는지 모를 ‘의리’ 음원을 들을 수 있다.

토끼소주는 국내 전통주 교육기관에서 우리술을 배운 미국인 브랜든 힐(Brandon Hill)이 한국에서 만드는 술이다. 뉴욕 한식당 등에서 토끼소주를 알리다 한국에도 소개됐고, 이후 국내에 들어와 2020년부터 충북 충주의 양조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 마니아들이 제법 많은 편이다. 현재 40도짜리 블랙과 23도짜리 화이트 두 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마다 프리미엄 증류식소주를 강화하는 것은 코로나19로 홈술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다양한 주종(酒種)으로 고객 수요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CU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프리미엄 증류식소주의 6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75.1%의 신장률을 보였다. CU는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가 프리미엄 증류식소주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CU의 연령대별 매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20대 32.2%, 30대 30.6%로 전체 60%를 넘는다. 40대는 18.1%, 50대는 11.5%, 60대 이상은 5.6%였다.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이승택 MD는 “요즘 편의점 소주시장은 수제맥주처럼 제품에 독특한 스토리와 브랜드를 입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CU는 모든 주류 카테고리에서 시즌별 이색 신상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편의점 주류 맛집’의 명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주에 대한 셀럽의 관심, 독일까 약일까

박재범이나 김보성 외에도 국내 셀럽의 주류시장 참여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수 겸 배우 임창정도 충북 청주의 전통주 제조회사 조은술세종과 함께 프리미엄 증류식소주 ‘소주 한 잔’을 곧 내놓는다. 임창정은 지난 5월 초 ‘임창정미숫가루꿀막걸리’를 세븐일레븐을 통해 이미 선보였다. 당시 초도물량으로 준비한 10만 병이 3주 만에 모두 팔렸기 때문에, 증류식소주에 대한 기대도 한껏 부풀리고 있다.

가수 겸 배우 김민종도 이 대열에 합류한다. 소문 난 애주가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술을 위해 전통주 유통 전문기업 부국상사와 함께 1년 넘게 준비 중이다. 10월 중순이나 말쯤 제품을 출시할 예정. 다만, 증류식소주가 아닌 일반증류주이며, 제품명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의 히트곡에서 따올 가능성이 크다.

부국상사 김보성 대표는 “어떤 술을 만들 것인지, 그에 맞는 제조업체는 어디를 선정할지, 이런 일련의 작업이 생각보다 길었다”며 “무엇보다 SM엔터테인먼트 현직 이사이기도 한 김민종 씨와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고, 직접 양조장을 설립한 것이 아니어서 여러 가지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어떤 상품이든 셀럽이 참여하면 곧바로 MZ세대가 반응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전통주 인기 중심에 MZ세대가 있음도 부인하긴 어렵다. 그로 인해 증류식소주, 더 나아가 국내 전통주산업에 대한 관심도 꽤 높아졌다. ‘아저씨 술’로 여겼던 전통주가 이제 젊은 세대의 호기심과 관심 속에 ‘힙한 술’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전통주에 정통한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농업연구사는 “확실히 전통주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타인 박재범이 증류식소주를 건드린 순간 과거에는 잘 몰랐던 카테고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며 “소주라는 게 희석식소주만 아니라 증류식소주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것도 안동소주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 그래서 증류식소주에 한창 관심 갖게 됐는데 거기에 불을 지른 게 바로 박재범, 원소주다”라고 설명했다.

그럼, 셀럽들의 주류사업 진출은 계속 이어질까?

이에 대해서도 이대형 농업연구사는 “전체 술 가운데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1% 겨우 됐는데, 그 안에서도 증류식소주는 30%도 채 안 될 것”이라며 “연예인이나 셀럽의 참여에 부정적인 여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전통주의 퍼센티지가 작으니 (연예인·셀럽이) 더 들어와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국상사 김보성 대표도 “국내 양조장들의 아쉬운 점(취약점)은 아무래도 마케팅과 영업 쪽인데, 그런 면에서 셀럽들의 참여는 양조장 입장에서 무척 좋은 기회다”라며 “앞으로도 우리술의 니즈(needs)가 계속 늘어나고, 이에 따라 셀럽들의 참여도 점차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고로 원소주나 의리남 등의 증류식소주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전통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현행 주세법에선 농민이나 농업회사가 지역농산물을 이용해 양조장에서 만든 술을 ‘지역특산주’로 구분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박재범은 농업법인을 만들어 우리 쌀을 원료로 원소주를 만들기 때문에 지역특산주 요건을 갖추고 있다.

‘화요’ 제품군. 왼쪽부터 25도, 17도, 41도, 엑스트라 프리미엄, 53도. 사진=화요 제공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증류식소주에 푹 빠졌다

지금의 증류식소주 인기는 ‘화요’의 덕이 크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별로 없다. 화요는 2005년 처음 출시됐다. 당시에도 프리미엄 증류식소주 형태였다. 그 이유로 ‘선구자’ 역할을 했고, 고생길을 스스로 만들고 부수면서 한 단계씩 올라섰다. 그런 화요가 흑자로 전환한 건 10년 후인 2015년부터다. 프리미엄 전략이 먹혀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말은 곧 국내 주류시장이 프리미엄 증류식소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말이다. 그즈음 기존 증류식소주 제조회사는 제품을 갈고 닦았고, 신생 업체는 큰 꿈을 품으며 욕심내기 시작했다.

화요의 제품군은 다섯 가지로 구성돼있다. 알코올도수에 따라 제품명인 ‘화요’의 뒤에 17, 25, 41, 53이 따라붙는다. 최고급품인 ‘화요X.Premium’도 있다. 이 제품은 ‘화요 41’의 원액을 오크통에 담아 오랜 시간 숙성하기 때문에 황금빛 컬러를 띤다. 화요 측은 이 소주를 단독으로 즐기길 권한다. 아니면 시가와 함께하는 것을 추천한다. 음식과의 페어링보다 순수하게 맛에 집중해보라는 권유다. 알코올도수는 41도.

증류식소주의 인기가 심상치 않자 대기업도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하이트진로는 ‘일품진로’로 일찌감치 프리미엄 증류식소주 시장을 노크했다. 2007년 첫 출시 후 지금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계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알코올도수 30도의 슈퍼프리미엄 증류식소주 ‘진로 1924 헤리티지’를 정식 출시했다. 프리미엄 앞에 ‘슈퍼’를 붙여 더욱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98년 역사와 정통성을 담은 제품인 만큼, 원료 선택과 양조법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하이트진로는 이 제품의 정식 출시에 앞서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 오픈 첫날부터 많은 관람객이 몰리면서 준비된 수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에 6일부터는 하루 판매 수량을 1000병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역시 12일까지였지만 15일까지 늘렸다. 최근의 프리미엄 증류식소주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롯데주류)에는 ‘대장부’ 시리즈가 있다. 롯데주류는 2016년 ‘고품격 증류식소주’ ‘증류식소주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해 25도와 21도를 출시한 데 이어 2020년 4월에는 23도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대장부 21은 5년 만에 단종됐다.

 

술샘의 증류식소주 ‘미르’ 제품군, 왼쪽부터 25도, 40도, 54도. 사진=술샘 제공

전통주 중소기업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그 중 경기도 용인에서 10년째 전통주를 생산 중인 농업회사법인 ㈜술샘이 돋보인다. 이 회사는 제품군이 꽤 다양하다. 탁주부터 약주, 리큐르, 증류식소주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원료로 홍국(紅麴)을 사용해 술 색깔이 빨간색인 생탁주 ‘술취한원숭이’와 살균탁주 ‘붉은원숭이’로 한껏 주목받았지만, 증류식소주 ‘미르’ 시리즈 역시 이 회사의 성장에 한 몫 단단히 했다. 경기미(米), 누룩, 물을 가지고 전통방식으로 청주를 만든 후 동(銅)증류기로 상압증류해 만든다. 알코올도수 25도, 40도, 54도를 생산하는데, 이 중 40도가 2018년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인기에 가속이 붙었다.

최근에는 감압증류방식으로 만든 미르 3종(17·25·40)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국내 유명 팝아티스트 홍원표 작가가 패키지 디자인을 맡아 현대적인 개성을 더했다. 이 역시 MZ세대를 고려한 전략이다.

그럼, 증류식소주는 무엇일까. 클릭, 아니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만큼의 정보를 얻는 시대이지만, 최대한 사실에 가깝고 알기 쉽게 풀어본다.

술에 불이 붙는다, 그래서 ‘燒酒’다

소주는 탁주·약주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다. 물론, 증류식소주를 말한다. 탁주나 약주를 화력(火力)으로 증류해 얻는다. 그래서 불태울 ‘소(燒)’다. 전통방식은 증류할 때 재래식 증류기인 소줏고리를 사용한다.

 

향이 강렬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지만 알코올도수가 무척 높다. 이 때문에 몇 잔만 마셔도 금세 취한다. 하지만 비교적 쉽게 술이 깨고 뒤끝도 깨끗한 편이다. 탁주나 약주는 쉽게 산패(酸敗)돼 보존이 어렵지만, 알코올도수가 높은 소주는 밀봉해두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소주는 불을 지펴 증류하는 제조과정 때문에, 또는 알코올도수가 높아 술에 불이 붙는다고 해서 ‘화주(火酒)’로도 불렸다.

우리나라에 소주가 전해진 건 오래전 일이다. 1300년경인 고려 후기 때 원(元)나라를 통해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원나라가 페르시아의 회교(回敎)문화를 받아들이면서, 페르시아의 증류법이 몽골을 거쳐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졌다는 것이다.

소주를 아라비아어로 ‘아락(Arag)’이라고 하는데, 평안북도에서 ‘아랑주’, 개성에서 ‘아락주’라고 한데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도 경상도나 전라도 몇몇 곳에선 소주를 만들 때 풍기는 알코올 냄새를 ‘아라기 냄새’라고 한다. 몽골군의 주둔지였던 개성과 군사주둔지가 있었던 안동·제주부터 소주 제조법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제사를 지낼 때 제주(祭酒)로 청주나 탁주는 사용해도 소주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소주를 우리 고유의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소주는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왕 또는 사대부들이 마셨던 술이다. 그러던 것이 점차 서민들에게 보급돼 각 가정에서도 빚어 마셨다. 조선 성종 때는 일반 민가에서 소주를 빚어 마시는 건 극히 사치스러운 일이므로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상소(上疏)가 임금에게 올라간 적도 있다고 한다.

1919년엔 평양에 소주공장이 세워졌고, 곧이어 인천과 부산에도 들어섰다. 1952년부터는 값싼 당밀을 수입해 만들었다. 그러다 8·15 광복 후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시행한 1965년부터는 곡류로 소주를 만드는 일이 금지됐다. 쌀을 원료로 한 비싼 술은 아예 못 만들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증류식 순곡주(純穀酒)가 자취를 감추고, 타피오카·고구마·당밀 등으로 만든 주정(酒精)을 물로 희석한 희석식소주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주류제조에 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다시 전통소주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수·보전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그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증류식소주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를 생산하는 회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일 전망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MZ세대를 빼곤 얘기하기 힘드니 그에 맞는 마케팅과 전략을 펼치며 제품력 강화에 나설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셀럽의 참여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셀럽×전통주’ 공식은 몇 차례 더 예고돼있다.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있어도 자본주의 시장은 셀럽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건 전통주인 만큼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또 기할 것이다. 그것에 팬들과 전통주 애호가는 환호할 테고, 그렇게 살아남은 제품들이 국내 전통주산업을 한껏 꽃 피울 게 확실하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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