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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인터뷰]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프랑스 와인 인기 이유... 국내 화이트와인도 수준급"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겸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코로나19 이후 한국인 와인 맛 알기 시작, 프랑스 와인이 주는 허영심 즐겨... 한국산 화이트와인 수준 높아졌지만, 레드와인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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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2호 김응구⁄ 2022.09.26 15:35:02

단언컨대, 김준철 회장은 성격이 느긋할 것이다. 와인처럼 느긋할 것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지내왔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는 와인과 참 많이 닮았다. 사진=김준철와인스쿨

국내 와인 수입 규모가 매년 상승세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주요 주류품목 수입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7만6881㎘로 2017년 3만6517㎘의 두 배를 넘겼다. 2018년은 4만611㎘, 2019년은 4만4092㎘, 2020년은 5만4469㎘로 매년 증가했다.

 

모든 주종이 축배를 든 건 아니다. 와인과 함께 대표적인 수입주류인 위스키는 2017년 1만5227㎘에서 2021년 1만1585㎘로 23.9%, 리큐르는 2017년 6089㎘에서 2021년 4650㎘로 23.6% 감소했다. 일본 사케는 6525㎘에서 3113㎘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지난 7월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국내 와인 수입액은 2억9748만 달러(약 391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억8000만 달러보다 6.2% 증가했다. 국내 상반기 와인 수입액은 2018년 1억 달러를 넘긴 후 3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들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살펴봐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2017년 2억1004만 달러(약 2743억 원)에서 2020년 3억3002만 달러(약 4310억 원)로 껑충 뛰더니, 지난해에는 5억5981만 달러(약 7311억 원)로 급증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는 동안 와인은 사람들과 더욱 친숙해졌다. ‘홈술’과 ‘혼술’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은 탓이다. 더불어 독한 술보다 가벼운 술을 즐기는 최근의 저도주(低度酒) 문화 트렌드가 가정에도 깊숙하게 자리했기 때문이다. 와인을 다른 주종에 비해 많이 수입했다는 건 쉽게 말해 대중주로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국내 와인업계에서 김준철이라는 이름 석 자는 꽤 유명하다. 그가 이끄는 와인 교육기관은 22년째 운영 중이고 한국와인협회 회장도 2012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을 역임하며 국내외 와인들과 동고동락했다. 와중에 서적도 여러 권 출간했다.

와인 연구개발에 푹 빠져 살았던 동아제약·수석농산 시절부터 와인 교육기관, 와인협회에 이르기까지 그는 40년 넘는 세월을 와인과 함께하는 중이다. 수많은 와인을 마셨고 수많은 인연을 만났고 수많은 강의를 했다. 수없이 가르친 만큼 배우기도 많이 배웠다. 그런 김준철 회장이 최근의 와인 붐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코로나시대 거치며 와인 더 친숙해져

- 최근 와인 인기가 대단합니다. 한때 바닥을 쳤던 주종인데, 지금은 인기 주류 중 거의 선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그렇죠.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듯합니다. 인기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 생각엔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컸다고 봅니다. 외부활동 소비를 많이 줄인 데다, 마트·편의점 같은 데서 사다가 집에서 마시는 술로 와인이 좋으니까요. 게다가 최근에는 알코올도수 낮은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잖아요.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요. 이런 트렌드가 앞으로도 계속되면 와인은 더 환영받을 거예요.”

- 와인 교육기관을 운영하시니 그 인기가 직접 느껴질 듯합니다. 예전과 지금의 차이가 있을까요? 예를 들면 수강생들이 어떤 목적으로 와인스쿨의 문을 두드리는지 같은….

 

“예전에는 이곳에서 배워 실제 현장으로 진출하려는 사람이 많았어요. 와인소믈리에라든지 호텔·바·레스토랑의 매니저라든지, 아니면 저와 같은 길을 가려는 경우가 적지 않았죠. 하지만 요즘은 극히 드물어요. 트렌드가 바뀐 겁니다. 취미가 주목적이에요. 아마추어들이 대부분이죠. 단순히 와인을 즐기고 싶은 거예요. 그만큼 와인 소비자가 많이 늘었다는 얘깁니다.”

- 예전 2000년대 초반에도 와인 붐이 일었는데요,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뭘까요.

 

“2000년대에는 우리의 음주문화가 폭탄주에서 와인으로 넘어갈 때였어요. 그러면서 와인에 세련된 이미지를 많이 부각했고, 이어 와인이 자리 잡으니까 ‘참 점잖은 술이구나’ 하고 인식하기 시작했죠. 거기에 결정적으로 일본 만화 ‘신의물방울(神の雫)’이 그 인기에 불을 붙였고요. 지금은 폭넓게 사랑받고 있죠. 앞서 말했듯 코로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고요.”

- 이제 사람들의 입에 와인이 젖어들고 있군요.


“와인 맛을 슬슬 알기 시작했어요. 전에는 너도나도 무조건 마셨지만 이젠 와인 맛이 어떻다, 이걸 가릴 정도가 된 거예요. 많이 마셔보면 알게 돼요. 김치 많이 먹어보면 김치맛을 잘 알게 되듯이.”

김준철 회장은 한국와인협회를 10년간 이끌어 왔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긴다. 아쉽겠지만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사진=김준철와인스쿨

경제력 있는 40~50대, 와인소비 이끌어

- 연령대로 보면 대략 어느 정도가 인기의 중심에 있다고 보나요.


“개인적으로 볼 땐 40~50대가 와인 소비시장을 이끌고 있는데, 이들이 고급 와인도 많이 마시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경제력이 있으니까요. 와인 바 같은 데서도 보면 40~50대가 소비를 주도하는 게 보여요. 20대 젊은 친구들은 로제와인 한 병 시켜놓고 주로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죠.”

- 최근 와인 인기의 중심엔 프랑스와인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습니다. 올해 자료를 보니 전체 와인 수입액에서 프랑스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달했어요. 그 충성도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프랑스와인을 마셔야 폼나잖아요.(웃음)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나 이런 걸 떠나서 프랑스와인을 마셔야 남들과 뭔가 다른 듯하잖아요. 좀 더 쉬운 말로 자랑하는 재미가 있죠. 똑같은 10~20만 원짜리라고 해도 신대륙 와인 등과는 다른 거예요. 나쁜 뜻이 아니라, 좀 ‘허영심 풍족’이 있는 겁니다. 다른 나라도 그래요. 일본도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와인이 수없이 들어왔는데 지금까지도 프랑스와인의 인기가 굳건한 걸 보면 확실히 다른 원인이 있는 듯합니다.


“프랑스는 일단 와인 등급체계가 있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테두리 안에서 마시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아울러 마시는 것보다 수집하는 것에 더 큰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많고요. 재밌는 건, 그것이 오히려 다른 와인 수출국 입장에선 바리케이드 역할이 되고 있어요.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을 하면 더 맛있다고 판명되는데, 고급 품질의 비싼 와인도 얼마든지 있는데 번번이 프랑스의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s Classé)에 밀린다는 거예요. 다른 나라는 정말 환장할 일인 겁니다. 반면, 젊은 사람들에겐 프랑스의 와인, 때론 고급 와인을 소비하는 일이 일종의 자랑거리죠. 그 재미가 무척 큽니다. 국내 와인 인기 원인이기도 하고요. 그 자랑은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나 부르고뉴(Bourgogne)의 와인이 요즘 들어 더 인기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겠군요.


“옛날에는 잘 모르고 마셨죠. 그러나 이제는 맛을 좀 아니까요. 그만큼 그간 많이 마셔봤다는 겁니다. 보르도 와인의 인기가 상당했는데 이젠 부르고뉴 쪽으로 많이 넘어갔죠.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부르고뉴 와인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비싼 것이라도 지금은 많이 마시고, 그러다 보니 괜찮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거죠. ‘와인의 종착역은 피노누아(Pinot Noir)다’ 이렇게 얘기들 하니까 더 인기를 끄는 것일수도 있죠.”

 

부르고뉴 와인은 피노누아 단일 품종으로 만든다.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 자체가 적지만 수요는 많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

김준철 회장은 최근의 와인 인기에 힘입어 한국 과실주의 생산과 소비 역시 많이 늘었다고 했다. 사진은 국내 한 과실주 생산업체의 지하 와인저장고. 사진=김응구 기자

한국 과실주 중 화이트 수준 많이 높아져

- 최근에는 한국 과실주의 인기도 꽤 높아졌어요. 충북 영동이나 경북 영천에서 만든 과실주 말이에요.


“전체적으로 와인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국내 과실주도 덩달아 생산과 소비가 늘었죠. 코로나19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면 그땐 인기가 더욱 가속화될 듯해요. 이를 생산하는 업체 수도 좀 더 늘어날 것 같고요.”

- 한국 과실주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생각하시는 그대로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 과실주 중 화이트와인은 많이 높아졌다고 봐요. 특히, 국내산 청포도 품종인 ‘청수’로 만든 제품은 참 좋아요. 몇 가지는 이미 해외의 좋은 품질 수준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반면 레드와인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무래도 햇볕(기후조건) 같은 문제가 있으니 말이죠.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레드와인은 특히 품종을 개발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캠벨 얼리, 머루 등이 전부인데 좀 더 개발해야죠.”

- 과실주 만드는 이들의 열정도 대단하죠?


“언젠가 국내 과실주 생산업자들과 일본 양조장 연수를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영동의 한 와이너리 대표가 자신이 만든 제품을 많이 가져갔더라고요. 그러면서 일행과 현지 관계자에게 일일이 나눠주는 걸 보고 ‘진짜 열심히 한다’는 걸 느꼈어요. 이런 사람이 만드는 과실주라면 잘 될 수밖에 없죠.”

와인협회장직 10년 채우고 내년 바통터치

- 이제 좀 다른 얘기를 해볼께요. 한국와인협회 회장직을 넘길 때가 됐죠? 오랜 기간 고생하셨는데 말이죠.


“올해까지가 제 임기이고요, 내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올 연말까지 마무리와 시작의 준비를 잘해서 모두 인계하고, 내년부터 새롭게 출발하도록 잘 도와야죠. 아직 밝힐 순 없지만, 신임 회장은 이미 선정해놓은 상태이고요.”

 

국내 와인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와인협회는 2005년 창립 후 2006년 1월 1일자로 정식 출범했다. 김준철 회장은 초대 회장이었던 서한정 씨에 이어 2012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연임했다.

- 회장 임기 10년 동안 가장 기억나는 성과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아무래도 광명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만든 ‘광명와인터널’(2015년 오픈)이 가장 큰 성과죠. 지금도 큰 행사가 열릴 때면 초청받아 다녀오곤 해요. 2012년 남아공와인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업무를 추진했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22년의 와인스쿨, 졸업생만 2500명 넘어

- 김준철와인스쿨은 2000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22년을 채웠어요. 국내 와인 교육기관으로는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졸업생 수만 해도 엄청나죠?


“정확히 세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어림잡아 2500명은 훨씬 넘은 걸로 알아요. 지금은 수강생이 많이 줄었지만요.”

- 와인스쿨, 즉 와인 교육기관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시작했을 당시 사람들에게 와인은 여전히 높은 벽이었을 텐데요.


“2000년에 ‘서울와인스쿨이라는 와인 교육기관을 오픈할 예정인데 함께 해보자’는 권유를 받았어요. 그래서 2000년 5월 서울와인스쿨이 개원했고, 전 9월에 들어갔죠. 첫 강의가 잊히지 않아요. 모두 다섯 명이 수업받았거든요. 두 번째엔 열두 명으로 늘었고, 회를 거듭하며 줄곧 열 명에서 스무 명 사이를 유지했어요. 2003년부턴 서른 명이 넘기 시작했죠. 2006년엔 당시 일본 만화 ‘신의물방울’ 인기 덕분에 수강생이 엄청 늘었고요. 이후 2007년 9월 한국와인아카데미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0년 초 지금의 자리에 와인스쿨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김준철 회장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와인은 편하게 마셔야 한다.” “격식이 다 망친다.” 귓가에 계속 맴돈다. 생각해보면 우린 와인을 처음부터 매너를 지켜야 하는 술, 고급술, 어려운 술로만 인식했다. 깨부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최근의 와인 인기는 기존에 박힌 관념을 보기 좋게 깨부순 일종의 시그널이다. 비로소 사람들이 편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파란불’이다.

내년, 혹은 내후년의 와인 인기는 어떨지 몹시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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