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3호 김금영⁄ 2022.10.05 16:57:54
냉장고와 TV 화면에 예술 작품 이미지가 투영되고, 공연장에선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 축제가 펼쳐진다. 아트에 빠진 기업들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때로는 자사의 제품과 공간에 예술을 녹여내고, 미술과 음악 등을 후원하는 형태로 기업이 예술과 어우러지고 있다.
국악 경연대회부터 창신제까지…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의 국악 사랑
가전업계가 미술 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면, 식음료업계는 음악에 빠졌다. 크라운해태제과와 매일유업은 각각 국악과 클래식에 빠졌다. 특히 음악 공연을 마련하고, 후원하는 형태로 문화 저변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국악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최근 이슈로 ‘영재국악회’가 있다. 2015년부터 열려온 영재국악회는 ‘모여라! 국악 영재들’의 수상단체와 ‘아트밸리 국악꿈나무 경연대회’ 수상자들이 대중 앞에 서는 무대로, 크라운해태제과의 적극적인 후원 속 9월 제151회를 맞이했다.
‘모여라! 국악영재들’과 ‘아트밸리 국악꿈나무 경연대회’는 어린이 국악경연으로, 이 또한 크라운해태제과가 이끌고 있다. 7월 열린 ‘제10회 모여라! 국악영재들’엔 악기, 소리, 연희, 무용 등 전통음악 12개 부문 27개 팀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종합대상을 포함해 각 부문 대상과 최우수상 수상팀과 지도자에게 총 7000만 원의 상금과 상장이 수여됐다.
같은 달 ‘제13회 아트밸리 국악꿈나무 경연대회’는 온라인 영상 경연으로 열렸는데, 성악(민요, 판소리, 병창), 타악, 무용, 악기 등 10개 부문에 120여 명이 참가했다. 대상을 포함해 각 부문 입상자들에게는 총 3200만 원의 상금과 상장이 수여됐다.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더 많은 어린이들이 전통 한국음악을 좋아하고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한 경연대회”라고 설명했다.
영재국악회의 파생 개념으로 ‘영재한음회’도 올해 신설해 지난 5월과 8월 열었다. 윤 회장은 ‘국악’의 애칭으로 ‘전통 한국 음악’의 줄임말인 ‘한음’을 쓰고 있다. 영재국악회의 영재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영재들을 선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량을 선보일 수 있게 한 자리였다.
8월 무대에서 한음영재들은 타고난 재능에 명인명창들과 락음국악단의 전문적인 지도를 받은 공연을 선보였다. 정가단 아리의 엮음지름 시조를 시작으로 판세상’s 아이들의 남도새타령 등 8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전통 한국음악의 연주와 노래, 춤을 한음 영재들의 실력으로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었던 공연으로 관객의 호응을 받았다.
영재국악회와 영재한음회 모두 영재들의 꿈을 지원하는 취지를 지녔다. 공연 입장권을 구입하면, 한국 전통음악을 전승하고 계승하는 영재들이 무대 경험을 쌓아 세계에 국악을 알리는 데 쓰이는 후원 및 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전통음악계와 민간기업의 노력에 국민의 후원이 더해지면 세계 무대를 향한 한음영재들의 꿈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운해태제과의 ‘창신제’도 유명하다. 2004년 시작된 창신제는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주제로 하는 음악 공연으로, 전통국악과 현대음악을 한데 아우르는 자리다.
특히 2012년 제8회 창신제에는 윤 회장을 포함해 임원, 부장, 팀장 100인이 판소리 ‘사철가’를 떼창해 화제가 됐다. 당시 크라운해태제과 직원들은 이 공연을 위해 명창 조상현 선생의 지도를 받아 7개월 동안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열리지 못했던 창신제는 지난해 12월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서울시립합창단이 ‘아리랑 환상곡’으로 문을 열고,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이 웅장한 합주를 선보였다. 이어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보유자 이춘희 명창의 경기민요 공연과 젊은 소리꾼 김율희의 남도소리 공연이 차례로 이어졌다. 국악의 미래를 밝혀줄 꿈나무들도 함께 무대를 꾸몄다.
평소 윤 회장은 “국악은 한국인의 정서적 DNA에 자리 잡은 민족 고유의 음악”이라며 국악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다. 기업 경영이 어려웠던 시기,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들린 대금 소리에 빠져들며 마음을 치유 받았다는 일화 또한 유명하다. 윤 회장은 이 일을 겪은 뒤 국악을 통해 얻은 치유의 힘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국악에 대한 윤 회장의 애정은 기업 곳곳에 스며들어 경연대회, 실내악 페스티벌 등의 형태로 국악의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윤 회장은 “아름다운 국악 공연으로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받고, 더 신명나는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국악꿈나무 경연대회와 실내악 페스티벌을 통해 국악 신예들을 발굴하고 지속적인 후원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저변 확대 나선 매일유업
매일유업은 클래식 사랑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3년부터 진행해 온 ‘매일클래식’이 있다. 매일클래식은 ‘찾아가고 초대하는 음악회’를 콘셉트로, 연중 2회(상반기, 하반기) 클래식 공연을 여는 형태로 이어져 왔다.
2003년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1회 공연을 시작으로, 2019년엔 서울지역 11개 초등학교를 찾아가 라이브 클래식 공연을 진행하는 ‘찾아가는 스쿨 콘서트’를 열었으며,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올해엔 매일클래식 19주년을 맞아 2020년 ‘베토벤 편지콘서트’, 지난해 ‘조우: 100년 전 작곡가들의 대화’에 이어 세 번째 영상 콘서트 ‘포크스 인 파머스 빌리지’를 마련했다. 상하농원의 자연을 배경으로, 클래식 음악의 긴 역사속에서 다양한 민속음악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작품 속에 민속음악이 스며들어 있는 독일의 작곡가 슈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레하르, 미국 작곡가 코플랜드와 영국을 대표하는 벤자민 브리튼, 또한 스페인과 한국의 민요풍 가곡들로 구성됐다.
연주자로는 바이올린에 김화림, 피아노에 나경은, 첼로에 이길재 등이 나섰으며, 특별히 구성된 성악 프로그램을 위해 소프라노 장혜지, 테너 안대성이 함께 했다.
오벌린 음악대학의 피아노 교수이자 오페라 코치인 나경은 교수가 성악가들을 코치하며 녹음과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김화림 음악감독과 함께 영상 시청자들을 위한 곡 해설까지 함께 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공연 영상은 매일유업 유튜브에 업데이트됐다.
2022년 현재까지 매일클래식은 전국 60곳 이상의 지역을 방문, 96회의 공연을 통해 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만나왔다. 매일클래식의 취지엔 ‘문화 콘텐츠 저변 확대’가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매일클래식은 ‘찾아가고 초대하는 음악회’를 모토로, 수도권에 편중된 공연 기회를 전국의 시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매해 방방곡곡을 순회했다”며 “클래식의 저변 확대와 소외지역 문화 콘텐츠 지원이 주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일환으로 매일유업은 서울시교육청과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클래식 음악 감상 교육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지난해 매일유업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 11개 초등학교로 찾아가는 매일클래식을 진행한 바 있다.
매일유업과 교육청은 당시 참석했던 학생들과 교사들의 높은 만족을 바탕으로 정식으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매일클래식 공연을 2배 확대하기로 했다. 양 기관은 클래식 연주와 연극을 결합한 종합 예술 공연을 통해 학생들이 음악을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김화림 매일클래식 예술감독은 “클래식을 통해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감동과 활력을 전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학생들이 클래식 음악과 친숙해지고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을 돌아보며 그들의 놀라운 창의력을 키우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내년 20주년을 맞는 매일클래식은 특별 공연을 준비 중이며 매일클래식을 꾸준히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화림 예술감독은 “클래식의 매력과 장점은 유행을 타지 않고, 몇 세기가 지난 뒤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고 본질을 유지하는 클래식이 예기치 못했던 어려운 상황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