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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 찍고, 음료 뚜껑 열어주고…MZ 직원에게 '프러포즈'하는 회장님들

삼성 이재용, SK 최태원, LG 구광모 등 MZ세대와 소통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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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4호 김금영⁄ 2022.10.19 10:01:46

다양한 업계에서 핵심 고객층으로 급부상한 민지, 이른바 MZ(밀레니얼+Z세대 합성어)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이 전담팀을 구성하고 전략을 짜는 가운데, 재계 총수들은 자사 MZ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고, 직원들과 직접 이야기하고 인증샷을 찍는 등 격식을 파괴한 소통 방식이 눈에 띈다.

‘재드래곤’ 삼성 이재용, 직원들과 웃으며 셀카

8월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MZ세대 직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가수 지드래곤을 빗대어 MZ세대에게 ‘재드래곤’으로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월 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했다. 회사 로비에서 기다리던 직원들과 웃으며 일일이 셀카를 찍고,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9월 26일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했는데, 경영진이 아닌 MZ세대 직원들에게 직접 차기 전략 제품 보고를 받으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전략 제품·서비스와 관련해 임원 등 경영진이 아닌 젊은 직원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이 부회장은 MZ세대가 느끼는 삼성의 이미지, 미래 신사업 아이디어, 혁신적 조직문화 확산 방안, 회사 생활 애로사항 등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어머니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이야기도 편하게 꺼냈다. “휴가는 다녀왔냐”고 운을 뗀 그는 “올해 저는 평생 처음으로 5박 6일 동안 어머니랑 단둘이 휴가를 보냈다. 하루는 방콕(집에만 머무름)하고, 어머니 추천으로 드라마를 시청했다”고 말했다.

한 직원이 “어머니가 잔소리를 많이 하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여든 다 된 노인이 아들 걱정에 ‘비타민 많이 먹어라’, ‘맥주 많이 마시지 말라’고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 Z플립 시리즈로 셀카를 같이 찍어달라는 직원들의 부탁에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9월 28일엔 삼성생명 MZ세대 지점장을 만났다. 서울 서초구 삼성 본사 집무실을 찾은 이 부회장은, 30대 삼성생명 지점장 7명과 간담회를 갖고, 지점장들의 관심사와 고민, 목표 등을 경청하고 격려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 부회장이 “금융 계열사의 MZ세대와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예정에 없이 즉흥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직원들에게 손수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음료 뚜껑을 열어주며 친밀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62세 최태원 SK그룹 회장, MZ세대 직원 사이 ‘토니’로 활동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9년 신년회에서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며 SK,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이 더 커질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행복토크를 열겠다"고 약속하며 소통을 이어왔다. 사진=SK그룹

1960년생으로 올해 62세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MZ세대 직원들 사이 ‘토니’라 불린다. 3월 SK텔레콤 회장으로 공심 취임 뒤 처음으로 사내 인공지능(AI) 사업팀원들과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소통과 실행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을 영어 이름 토니로 불러달라고 한 것.

4월엔 재택근무로 생활 패턴에 변화가 생긴 워킹맘을 예로 들며 “저 또한 한 달 넘게 재택근무를 하면서 많은 점을 느낀다”며 MZ세대의 복지에도 관심을 가졌다.

최 회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직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인스타그램을 하는 그는 집무실 근무 모습, 자택 출근 장면, 반려묘, 지인과의 식사 모습, 소파에서 스마프폰 게임을 하는 모습 등 자신의 일상을 나누는 게시물을 올려 MZ세대와 허심탄회한 댓글을 주고받으며 친밀한 이미지를 쌓고 있다.

8월 25일 폐막한 ‘SK 이천포럼 2022’에서는 ‘회장과의 찐솔대화’라는 주제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석상에서 MZ세대의 신조어를 깜짝 사용하기도 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2차 회의에서 최 회장은 “요새 유행하는 말로 ‘알·잘·딱·깔·센’이라는 말이 있다. ‘알아서·잘·딱·깔끔하고·센스 있게’ 잘 준비해 준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인사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최 회장은 2019년 신년회에서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며 SK,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이 더 커질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행복토크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냉동 삼겹살, 빈대떡, 매운탕집 등 S인근 식당에서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소통했고, 현재까지도 현장 방문 시 간담회나 ‘번개(즉흥모임)’를 통해 임직원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으로서 ‘신기업가 정신’을 선포하며 꼰대(자신의 의견을 어린 사람에게 강요하는 나이 많은 사람)에서 벗어난 기업의 새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한상의가 공개한 ‘최태원 회장의 꼰대론’ 영상 클립에서 그는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공헌에 기여하고 기후변화·환경오염 등 여러 방면의 문제를 기업이 적극 해결해야 한다”면서 꼰대를 벗어난 유연한 사고방식과 소통을 강조했다.

40대 젊은 총수 LG 구광모, ‘회장’ 대신 ‘대표’로 접근

구광모 LG그룹 대표(왼쪽에서 여섯 번째)의 2022년 신년사 영상 화면 캡처. 사진=LG그룹

40대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대표도 MZ세대와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2018년 회장 취임 직후 그가 임직원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당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부친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상무에서 회장으로 직행한 그가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의도였다는 분석이다.

형식적인 절차에도 변화를 줬다. 구 대표는 2019년부터 32년 동안 이어온 오프라인 시무식을 없애고, 전 세계 임직원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PC나 모바일 기기로 신년 메시지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말엔 전 세계 LG 임직원에게 올해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이메일로 보냈다. 해당 영상에서 구 대표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사용하기 전과 후의 경험이 달라졌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느꼈을 때 만들어진다”며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도 바로 이런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년사는 MZ세대 구성원 의견을 반영, 새해를 열흘이나 앞두고 먼저 공개했다. 임직원 배려 차원에서 연말 휴가 시즌 전, 한 해를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신년사를 쉽게 써달라는 주문도 반영했으며, 신년사 동영상에 MZ세대 직원이 직접 참여하게 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신년사에 LG 임직원이 직접 출연해 고객 경험 혁신을 이뤄낸 사례를 소개한 것도 MZ세대 구성원의 의견이었다.

9월 28일엔 LG그룹 차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종합 보고서를 처음 발간했는데, 여기서도 MZ세대의 참여가 돋보였다. 구 대표는 CEO 메시지에서 “책임 있는 ESG 경영을 위해 지난해 ㈜LG를 포함한 10개 상장사 이사회에 산하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설립하고 감사위원회의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했다”며 “또, 전문가와 MZ세대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해 LG의 ESG 경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MZ세대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구 대표의 기조는 LG그룹 전사에 흐르고 있다. LG전자는 9월 23일부터 7주 동안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일상비일상의 틈’에서 ‘씽큐 방탈출 카페’ 시즌2를 운영하며 MZ세대 소비자와 소통에 나섰다. 최근엔 이마트24와 손잡고 MZ세대 공략을 위해 ‘금성오락실’ 시즌3 운영에 나섰다. 두 곳 모두 체험 위주로 구성된 공간이다.

올해 Z세대 대학생 16명으로 구성된 ‘디자인크루’도 구성했다. 8월 23일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은 양재동 서초R&D캠퍼스에서 디자인크루로부터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Z세대의 생각을 직접 듣고 그들이 제시하는 미래 콘셉트 제품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고용시장 주요 화두 “MZ세대 마음 잡아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MZ세대 직원들에게 VD 사업부의 차기 전략 제품·서비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사진=삼성전자

이처럼 재계 총수들이 MZ세대 구성원과의 적극 소통에 나서는 건, MZ세대가 주요 소비자이자 기업의 잠재적 고객일뿐만 아니라, 막 입사한 주요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MZ세대의 마음을 사는 것이 고용시장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평생직장’ 개념 및 안정적인 직장을 중시하던 문화 대신 자기개발, 워라밸, 복지에 더 큰 무게를 두는 MZ세대는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조기 퇴사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다.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인스타그램을 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집무실 근무 모습, 자택 출근 장면, 반려묘, 지인과의 식사 모습, 소파에서 스마프폰 게임을 하는 모습 등 자신의 일상을 나누는 게시물을 올려 MZ세대와 허심탄회한 댓글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최태원 SK그룹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실제로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6월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퇴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신입 사원 가운데 조기 퇴사를 하는 비율은 평균 28%에 달했는데, 이중 ‘MZ세대 조기퇴사율이 높다’고 응답한 기업이 49.2%에 달했다. 즉, MZ세대 신규 입사자 가운데 10명 중 5명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한다는 뜻이다.

MZ세대가 조기퇴사를 하는 이유 1위로는 ‘개인의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라서’(60.2%, 복수응답)가 꼽혔다. ‘이전 세대보다 참을성이 부족해서’(32.5%), ‘시대의 변화에 기업 조직문화가 따라가지 못해서’(30.5%), ‘호불호에 대한 자기 표현이 분명해서’(29.7%)가 뒤를 이었다.

구광모 LG그룹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 MZ세대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LG그룹

기업들은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미래 발전 핵심 요소로 꼽고 있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월 독일 등 유럽 출장 후 귀국하면서 “시장의 여러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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