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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장]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에서 녹는 가장 행복한 순간' 작품이 되다!

롯데백화점·하겐다즈 컬래버 전시 ‘멜팅 포인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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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4호 김금영⁄ 2022.10.19 13:51:29

롯데백화점과 하겐다즈의 컬래버 전시 '멜팅 포인트'을 찾은 사람들이 깪 작가의 설치물을 체험하고 있다. 옆엔 아이스크림 통처럼 생긴 둥그런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갤러리 천장부터 벽, 바닥까지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는 듯한 현장. 초코부터 바닐라, 딸기, 녹차까지 색도 알록달록하다.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 고체가 액체로 바뀌는 온도 ‘멜팅 포인트’, 그 지점이 예술로 재해석돼 롯데백화점 갤러리에 펼쳐졌다.

롯데백화점과 하겐다즈의 컬래버레이션 전시 ‘멜팅 포인트’가 롯데백화점 잠실점 애비뉴엘 6층 아트홀에서 10월 13일~11월 30일 열린다. 융해점, 또는 용융점이라고도 불리는 멜팅 포인트는 하나의 물질이 전혀 다른 물성으로 변하는 신비로운 지점이다. 이 멜팅 포인트가 이번 전시에서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에서 녹는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표현됐다.

김하경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흙으로 만든 캔버스에 물감처럼 흐르는 색색의 유약이 마치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사진=김금영 기자

특히 아이스크림을 단순한 디저트로 접근하지 않았다. 양민정 롯데백화점 아트갤러리팀 책임은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가 매일 먹다 잠드는 아이스크림은, 형사 박해일의 단단한 원칙과 신념이 사랑으로 녹아내림을 비유하는 중요한 상징이었다”며 “이처럼 아이스크림은 어른과 아이를 막론한 모두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며, 삶이 지닌 다양한 감각과 감정을 부드럽게 어우러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전시는 이런 아이스크림의 상징성을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하겐다즈가 함께 했다. 하겐다즈 측이 롯데백화점에 먼저 전시를 제안했다. 전시 현장에서 만난 김미조 한국하겐다즈 대표이사는 “하겐다즈가 ‘패션을 맛보다’를 주제로 ‘2018 F/W 헤라 서울패션위크’에서 팝업스토어와 패션쇼를 진행하며 패션과의 만남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예술 작품과 만나 갤러리에서 전시를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장마리아 작가의 ‘스프링 시리즈’는 회반죽과 함께 과감한 색채를 활용했는데, 표면에 쌓인 물감의 두터운 질감이 아이스크림의 질감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김금영 기자

그는 이어 “하겐다즈의 슬로건은 ‘걸작 중의 걸작(The Masterpiece of Masterpieces)’이다.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창조하듯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장인정신의 레시피와 고품질의 원재료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로서의 철학을 담았다”며 “이 철학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친근하고 고급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예술과의 접점을 이번에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애 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실 실장은 “롯데백화점 잠실이 지향하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60여 년 동안 아이스크림 하나에 장인정신을 쏟아온 하겐다즈가 추구해온 철학이 잘 어우러진다고 판단, 아트 전시와 체험형 팝업 스토어를 동시에 기획했다”고 말했다.

정우원 작가의 '감각의 자극'. 커다란 거울들이 여러 개 설치돼 있는데, 이 거울 가까이 다가가면 아이스크림이 녹아 움푹 패인 것처럼 거울 표면이 쏙쏙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사진=김금영 기자

롯데백화점과 하겐다즈는 작가 선정부터 구성까지 꼼꼼하게 전시를 기획했다. 기존에 있던 작품들을 내놓아 전시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의 이미지와 부합한 작품, 이번 전시 주제에 맞춰 새롭게 만든 작품들을 위주로 구성했다.

전시는 촉각과 시각을 자극해 아이스크림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오감’, 하겐다즈의 철학을 작가들이 저마다의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한 ‘변주’, 일상 속 위트 있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 ‘이야기’까지 3가지 테마로 꾸려졌다.

단순 디저트 아닌 예술로 만나는 아이스크림

심규하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불확실한 변화'는 하겐다즈의 사진과 비디오 광고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색상을 배열해 기계적인 평면을 구성한 작품이다. 사진=김금영 기자

우선 오감 테마를 김하경의 세라믹 작업, 깪의 설치물, 장마리아의 회화, 성영은의 섬유공예가 채웠다. 전시 현장을 찾은 김하경은 “본래 흙으로 만든 캔버스에 색색의 유약이 물감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이 작업이 마치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연결성을 지녔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장마리아의 ‘스프링 시리즈’는 회반죽과 함께 과감한 색채를 활용했는데, 표면에 쌓인 물감의 두터운 질감이 아이스크림의 질감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지는 깪의 설치물은 관람객이 직접 닿고 교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천장에 매달려 아래로 늘어진 거대한 조형물들은, 실제로 알록달록한 색상의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성영은 작가는 섬유소재로 아이스크림의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 '멜팅 플레이버'를 선보였다. 사진=김금영 기자

성영은은 한 번에 다양한 맛을 꺼내놓고 먹는 것을 즐기는 자신의 취향을 섬유공예에 반영했다. ‘멜팅 플레이버’는 알록달록하게 녹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의 질감 표현을 위해 실의 높이와 면적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분할해 디자인한 작품이다. 전시장 또 다른 한켠에 설치된 ‘스쿱스’는 “끝없이 쌓여있는 하겐다즈를 마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 스푼, 두 스푼 쌓인 아이스크림을 섬유 소재로 표현했다.

전시 현장에서 만난 성영은은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재미나게 표현할 만한 요소를 찾아다니는데, 이번 전시는 그에 부합한 하나의 이벤트였다. 좋은 기회로 느껴져 전시에 참여했다”며 “털실 소재로 아이스크림의 이미지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제게도 모험이었는데, 틀을 깨는 시도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 정도 밤낮없이 작업했다. 작업을 위해 하겐다즈 대표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아이스크림의 주요색은 뭐가 있는지 찾아봤다. 대표적으로 바닐라색을 넓은 면적에 활용하고, 상대적으로 초코색은 좁은 면적에 활용하면서도, 다양한 색이 녹아내려 자연스럽게 한곳에 뭉쳐지고 풀리는 모습을 작품에 표현했다”며 “본래 저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먹으면서 행복을 느끼는데, 작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비롯해 어른까지 아이스크림을 통해 느끼는 행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행복을 계속 작품에 쌓아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성영은 작가의 '스쿱스'가 설치된 모습. 한 스푼, 두 스푼 쌓인 아이스크림을 섬유 소재로 표현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변주 테마엔 정우원의 키네틱 아트와 심규하의 인터랙션 미디어아트가 마련됐다. 전시장 한가운데 아이스크림 통을 연상케 하는 동그란 공간이 마련됐는데, 이 안에 들어가면 정우원의 ‘감각의 자극’을 만날 수 있다. 커다란 거울들이 여러 개 설치됐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아이스크림이 녹아 움푹 패인 것처럼 거울 표면이 쏙쏙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심규하의 ‘불확실한 변화’는 하겐다즈의 사진과 비디오 광고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색상을 배열해 기계적인 평면을 구성했다.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데, 이렇게 생성된 화면들은 유동적인 파장을 만드는 시뮬레이터에 의해 끊임없이 왜곡돼 흐른다. 결과적으로 마치 아이스크림이 녹거나 얼어서 뒤섞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

전시의 '이야기' 테마는 나무13, 노이신, 이규리의 위트 있는 일러스트와 비디오아트가 채웠다. 전시장 바닥은 조경민 작가의 마블링 작업으로 이뤄진 천으로 구성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마지막으로 이야기 테마는 나무13, 노이신, 이규리의 위트 있는 일러스트와 비디오아트로 채워졌다. 하겐다즈의 CF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욕조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살짝 녹여 떠먹는 편안한 일상을 담은 그림과 애니메이션 영상, 하겐다즈의 클래식하면서도 유쾌한 느낌을 아이스크림 모자를 쓴 신사 캐릭터로 표현한 그림 등을 볼 수 있다.

세 가지 테마의 모든 작품들을 전시장 바닥이 연결시킨다. 조경민의 작업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하겐다즈를 상징하는 색을 모아 서로 뒤섞이고 녹아내리듯 마블링(표면 위에 자유롭게 물감을 뿌리며 패턴을 만드는 방식)한 천을 깔아놓았다.

하겐다즈의 CF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욕조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살짝 녹여 떠먹는 편안한 일상을 담은 그림과 애니메이션 영상. 사진=김금영 기자

김영애 실장은 “MZ세대에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계절 간식에서 벗어나 입안에 예술을 펼쳐내는 환상의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며 “하겐다즈와 협업한 이번 전시와 팝업 행사가 고객에게 맛과 멋이 함께하는 프리미엄 경험으로 인식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잠실 월드몰 지하 1층 광장에서는 10월 14~30일 ‘멜팅 포인트’전을 테마로 한 체험형 팝업스토어도 연다. 행사 기간 중 매주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일씩 하겐다즈 이벤트가 진행된다. 자신만의 하겐다즈 마이라벨을 만들어보고, 현장에서 SNS에 업로드하면 구매 할인권, 굿즈, 롯데 상품권 등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럭키드로우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또, 팝업스토어에는 전시 참여 작가 깪이 특별히 제작한 조형 전시물인 ‘녹아 내린 아모의 땅(Melted Amo’s Land’)’을 통해 시그니처 캐릭터인인 ‘아모’ 작품과 교감하고, 녹는 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롯데백화점과 하겐다즈의 컬래버 전시 '멜팅 포인트'가 열리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사진=김금영 기자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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