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2022.10.24 15:10:01
주 한국 특파원을 8년 반 지냈고, 일본의 대한(對韓)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 측을 비판했다가 일본 국내에서 호되게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일본 언론인 사와다 카츠미(마이니치신문 서울 특파원 역임)가 정진적 국민의힘 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른바 ‘조선 자멸론’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21일 배포된 선데이마이니치에 실린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이 만들어낸 친일 프레임이라는 위험한 말장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 위원장의 해당 발언에 대해 “정진석 위원장이 한일합방 경위와 관련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무너졌고 그것으로 망했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역사관은 개인의 자유지만 정치인이 대외적으로 표명할 때는 일정한 절도가 요구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폭론으로 치닫던 보수파”라는 말을 통해 한국 보수파가 종종 ‘논리에 맞지 않는 폭력적이고 비약적인 논조를 치닫는 경향’까지 비판했다.
한국 보수세력의 습관적 '폭론 치닫기'
이 기사에서 사와다 기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진보파가 이른바 ‘친일 프레임’을 씌워 보수파를 공격하는 행태를 “무책임한 말장난” “현실에서 벗어난 상황 인식” “정쟁의 도구일 뿐”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진보파는 보수파를 공격하는 하나의 방편으로써 객관적인 상황을 무시하면서까지 “저들은 친일파”라고 공격한다는 해석이다.
그는 이른바 친일파 프레임이 한국에서 왜 강력한 파워를 갖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진보 성향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 지배에 협력한 친일파는 독립 이후에도 권세를 유지해 왔으며 군사정권 하에서의 정경유착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그 기반을 세습해 정재계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보수파라고 하는 이치가 된다. 식민지 시대에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가 독립 후 국가 건설에서 활약하는 것은 다른 옛 식민지에도 공통적이지만, 그것은 사회적 지위와 부의 세습으로 이어지기 쉬워 서민의 눈에는 불공평하게 비친다. 광복 80년 가까이 지나 구도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친일파이라는 공격의 파괴력은 여전히 크다.”
즉, 식민지에서는 식민 당국(한반도에선 조선총독부)에 협조한 집안의 자제만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독립 뒤 지배층이 되는 것이 세계적 현상이라면서도 한국에선 해방 80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특정 인사를 친일파로 규정하면 그 정치적 효과가 상당함을 사와다 기자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동해에서의 한미일 3국 공동 군사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행위이자 친일국방” 등으로 비난하고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하고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게양되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현실에서 벗어난 상황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진보파는 무리하게 친일파라는 혐의를 씌워 보수 세력을 공격하고 이에 대해 한국 보수파는 ‘폭론’을 동원해 대응하는 형태를 그는 “정쟁의 도구일 뿐”이고 “진흙탕 싸움일 뿐”이라고 진단했다.